처음 먹었던 햄버거는 제과점에서 팔던, 양배추를 마요네즈와 케첩에 버무린 샐러드를 넣은 햄버거였다.
맛있긴 했지만 다른 간식들에 비해 계속 생각나는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얘길 하면 남편은 배가 불렀다고 얘기한다.)
그러다가 롯데리아 햄버거를 처음 먹었을 때,
“와~ 햄버거가 이렇게 맛있는 거였어?”라고 생각했다.
불고기버거의 달짝지근한 소스가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햄버거를 정말 좋아하게 된 것은 파파이스의 휠레버거를 먹었을 때였다.
치킨을 그렇게 튀겨 패티로 넣은 것도 처음 먹어보았고, 무엇보다도 달달한 하얀 소스가 정말 맛있었다.
KFC도 치킨을 튀겨 넣은 건 똑같았지만 살이 훨씬 퍽퍽했고, 소스가 비교가 되질 않았다.
얼마나 좋아했냐면, 파파이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정도다.
대학교 휴학 중에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점심에 햄버거 세트 중 하나를 골라서 먹을 수 있었다.
6개월을 파파이스에서 일했는데 6개월 동안 한 번도 햄버거가 질리지 않았다.
같이 일했던 친구는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직원이었는데 그 친구는 나보다 훨씬 오래 일했기 때문에 햄버거가 질려서 종종 무언가를 같이 시켜 먹자고 했다. 그때마다 난 그냥 햄버거가 먹고 싶었지만 거절하지 못했다.
하루 한 세트는 나에게 할당된 정당한 대가였기 때문에 그런 날은 퇴근할 때 포장해서 가지고 와서 엄마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거기서 일했기 때문에 먹어볼 수 있는 메뉴들이 있었다.
사이드로 ‘케이준라이스’라는 게 있었는데 소스에 양념된 컵밥이었다. 밥만 먹어도 꽤 맛있었지만 핑거휠레를 한 조각 추가해서 잘라 넣고 소스를 비벼먹으면 그렇게 맛있었다. 사이드로 팔았던 동그란 빵인 ‘비스킷’과 자극적인 양념의 감자튀김도 참 좋아했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도 햄버거가 먹고 싶을 땐 파파이스를 갔는데, 나는 정말 비주류가 맞았는지 파파이스 매장은 점점 사라졌다. 서울에 갔을 때도 많진 않았지만 가산디지털 단지와 충무로에 파파이스가 있어서 그곳에 갈 땐 파파이스를 찾았다.
매장이 없어 아쉬워하던 어느 날, 맘스터치가 나타났다.
그곳에 휠레버거가 있었다!! 그 소스의 맛을 똑같이 재현한.
대표메뉴는 싸이버거지만 나는 항상 휠레버거를 주문한다. 소스는 같지만 허벅지살을 넣은 싸이버거보다 가슴살을 넣은 휠레버거가 더 좋다.
지금은 워낙 맛있는 햄버거들이 많아져서 휠레버거가 특별하지 않지만 나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맛이고 여전히 맛있다.
*글을 쓰고 파파이스를 검색하니 수도권에 12개의 지점이 있다. 2022년부터 다시 생기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모두 사라진 줄 알았는데…
심지어 케이준라이스와 비스킷도 여전히 판매한다.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갈 일이 있을 때 한 번 가 봐야겠다. 지금 먹어도 그렇게 맛있을까?
첫사랑은 추억 속에 묻어둬야 한다는데… 역시 그냥 추억의 맛으로 남겨두는 게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