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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Oct 28. 2020

칸쿤 여행

하얀 파도가 끝없이 밀려오는 에메랄드 빛 바다로 모두가 꿈꾸는 칸쿤은 산호로 만들어진 길쭉한 섬으로 초호화 시설의 호텔과 식당 쇼핑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미국인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은 곳 1위인 칸쿤은 스노클링과 다이빙, 요트 놀이와 스칼렛이라 불리는 놀이공원 그리고 라스베가스 쇼까지 즐거움을 채워 줄 모든 것이 기다리고 있지만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저렴하면서 보다 자유롭게 카리브 바다를 즐기고 싶다면 칸쿤에서 배를 타고 20분 거리에 있는 이슬라 무헤레스로 가야 한다.



여인의 섬이라는 뜻의 이슬라 무헤레스는 카리브의 다양한 블루색의 바다를 간직하고 있으며 마음 가는 대로 백사장을 걷고 내키는 대로 바다에 뛰어들 수 있는 자유가 남아 있다. 특히 투명한 젤리 같은 바다를 수영하다가 나와 먹는 해변 식당의 시푸드와 코로나 맥주의 맛은 일품이다.    



칸쿤의 모히또는 한국의 모히또와는 확연히 다르다. 보드카에 레몬을 넣고 사탕수수 액즙을 넣은 모히토가 아니라 럼에 라임과 금방 간 사탕수수를 넣고 스피어민트를 얹은 칸쿤의 모히또의 맛은 환상적이다. 특히 카리브 해안의 야외 바에 앉아 길거리 악단 마라아치의 <베사메무초>를 청해 들으며 먹는 모히토는 그 한잔에 여행의 모든 낭만이 담겨 있다.


저에게 키스를 해 주세요.
오늘 밤이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
내게 키스를 해 주세요.
그대를 잃을까 봐 두려워요.
매우 가까운 곳에서
그대의 눈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싶으며
매일 그대 곁에 있고 싶어요.
아마도 내일의 나는 멀리 있을 것 이에요.
이곳에서 아주 멀리.
저에게 키스를 해주세요.
오늘 밤이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




칸쿤에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수중 미술관이 있다. 수중 미술관의 400여 조각은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빛깔과 조명과 그리고 모래 구름으로 다양하면서도 장엄한 인간의 삶을 보여준다.


수중 미술관을 만든 사람은 영국의 조각가 제이슨 테일러로 그는 어린 시절 말레이시아의 코랄 리프 지역에서 자랐으며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였다. 그가 수중 미술관을 만든 이유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여 살아가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18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했으며 120톤의 시멘트와 모래, 자갈 그리고 3,800m에 달하는 유리섬유와 400kg의 실리콘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또한 산호충을 비롯한 해양 생물들이 살 수 있도록 수소 이온 농도가 중성인 해양 시멘트를 사용하였으며 바닷속에서도 하강 기류인 곳에 작품을 설치해 물고기들이 산란 후 정착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매년 멕시코 칸쿤 해안에는 75만여 명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으며 그로 인한 수많은 산호초와 수생물들이 피해를 받아왔다. 매년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 수중 미술관은 천연 산호 군락이 사람으로부터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게 하였으며 새로운 서식공간을 만들어 산호의 다양성을 늘릴 수 있게 하였다. 해저 자연보호 활동가이자 조각가인 제이슨 테일러는 자연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사람들은 바다를 신성시 여기지 않는다. 누군가가 시스티나 성당에 달걀을 던진다거나 그랜드 캐니언 아래에 7성급 호텔을 짓고 싶어 한다면 아마 다들 비웃으면서 쫓아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매일 바다를 준설하고 물고기를 남획하고 오염시킨다.



칸쿤의 바다가 지루해지면 여행자들은 일일투어로 대표적인 마야문명의 유적지 <치첸 잇싸>를 다녀온다. <우물가 잇싸족의 집> 이란 뜻의 치첸 잇싸는 성스러운 우물인 세노떼가 옆에 있어 지어진 이름이다. 세노떼는 백악기 시대 운석 충돌로 생긴 것으로 신비로우면서도 아름답다. 이 곳에 들어가 수영을 하면 마치 원시시대로 돌아온 것 같은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치첸잇싸는 6세기 마야 족에 의해서 번성했지만 9세기경 쇠락 후 후기 마야 문명의 중심으로 200년 이상 이 지역의 예술과 종교 그리고 경제를 이끌었다가 13세기 전쟁에서 패한 후 버려졌다. 거대한 테마파크같이 여러 가지 유물이 잘 보존되어 있는 이 곳은 중앙에 쿠쿨칸의 피라미드와 그 주위로 고대 축구 경기장 그리고 여러 가지 제단들과 신전 등이 있다.    



중앙 신전인 쿠쿨칸 피라미드는 다른 유적지의 피라미드에 비하면 아담하지만, 동서남북으로 피라미드를 올라가는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는 달력이다. 한 면의 계단이 총 91개인데, 사면에 똑같은 계단이 있고 정상에 있는 1개의 계단을 더하면 그 수가 정확히 365가 된다. 잉카와 아스텍들 중남미의 3대 문명을 이루고 있는 마야 인들은 서기 500년에 이미 1년을 365일로 계산하고 있었다.


중앙 신전의 특징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깃털 달린 뱀이 있어 해가 길어지는 춘분과 추분이 되면 태양 빛에 그림자가 생겨 마치 피라미드를 구불구불 내려오는 뱀의 모습처럼 보인다고 한다. 이는 뱀을 숭배하던 마야의 풍습을 반영하고 있다. 쿠쿨칸은 뱀 신의 이름으로 마야 인들에게 생명과 풍요의 상징이다. 쿠쿨칸 피라미드 정문에서 박수를 치면 공명현상에 의해 재규어 울음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고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신기해한다.



사방이 석벽으로 둘러싸인 고대 축구장은 농구 골대처럼 높은 벽에 골대가 있다. 전사 기질이 넘쳤던 마야 인들은 골대에 고무공을 넣기 위해 대결을 벌였고, 게임이 끝난 뒤 승자는 신에게 봉납되었다. 제물로 바친 승자는 불멸의 전사로 다시 태어난다는 믿음으로 매우 영광스럽게 목숨을 바쳤다고 한다.



고대 축구장을 나오면 독수리와 재규어, 뱀과 사람을 섞은 신기한 형상의 제단이 보이고 조금 더 가면 금성의 제단이 있다. 재단 모서리에는 금성을 상징하는 문자가 보이고 제단의 오른쪽 아래 반쯤 누운 모습의 석상이 있다. 앉은 것도 누운 것도 아닌 독특한 자세의 석상인 착물은 인간과 신의 중간 형태를 표현한 것으로 이 착물에 올려진 제물의 심장을 통해 신과 연결된다고 믿었다.



금성의 제단 옆으로 천 개의 기둥으로 세워진 전사의 신전이 보이는데 내부에 깃털 달린 뱀이나 전사 그리고 수도승 등 전쟁과 일상의 모습을 그린 천장 벽화가 있다.



마지막으로 내부가 나선형으로 되어 있어 달팽이라고 불리는 천문대는 건물 위로 하늘을 관찰할 수 있는 창과 문이 있다. 농경 생활을 했던 마야 인들에게는 기후예측은 중요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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