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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Oct 25. 2020

멕시코 시티 여행 1

아즈텍 제국의 수도

멕시코 시티 여행의 출발은 중심광장이자 헌법광장인 소칼로 광장부터이다. 멕시코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광장인 소칼로는 과거 아스텍 제국의 수도였던 테노치티틀란을 세웠을 때부터 이 곳에 거대한 신전이 자리 잡고 있어 명실상부한 도시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스페인의 정복자 코르테스는 모든 신전을 파괴하고 이곳에 있었던 호수를 매립하여 자신들의 도시인 멕시코 시티를 세웠다. 소칼로는 <기반>이라는 뜻으로 멕시코 어느 도시를 가나 중앙광장을 소칼로라고 부른다.


광장 주변은 대통령궁과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그리고 마요르 사원이 있다. 먼저 대성당을 방문하자.



길이 128m와 높이 60m인 메트로 폴리탄 대성당은 남미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성당으로 길이만 1573년에 건립하여 200년이 자난 1813년에 완공되었다. 성당은 새 주인이 된 스페인 제국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테노치티틀란의 중심부에 있던 신전 자리에 지어졌다.



성당 안을 들어가면 전면에 화려한 바로크식 제단이 펼쳐진다. 스페인의 건축가 제로니모 발라스가 만든 제단은 용서의 제단이라 불린다. 그 이유는 대성당의 많은 회화작품을 그렸으나 신성모독 죄를 받아 감옥에 갇힌 화가 사이먼 페레 언가 투옥되었을 때 아름다운 성모 마리아를 그려 용서를 구한 것에서 유래한다. 용서의 제단 중앙에는 그의 작품이 보인다. 


용서의 제단 바로 앞에 보이는 검은 예수님 십자가 상에는 유명한 전설이 담겨 있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신앙심이 깊은 신부님이 매일 같은 시간에 이 십자가 앞에서 기도한 후 예수님 발에 입을 맞추는 것을 보고 천주교를 거부하는 인디언 원주민이 신부님을 독살하려고 예수상의 발에 독을 발랐다고 한다. 다음날 그 사실을 모르는 신부님이 신상에 입을 맞추려고 하자 십자가상의 예수님이 무릎을 꺾고 입맞춤을 못하게 해서 신부님을 살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독으로 인하여 예수상은 검게 변하였다고 한다.


용서의 제단을 돌아서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높은 천장이래 중앙 제단이 관람자를 압도한다.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는 중앙제단은 18세기에 완성된 것으로 <왕의 제단>이라고 불린다. 폭 13m 높이는 25m에 이르는 거대하면서 화려한 제단은 성모의 승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성모와 예수 그리고 천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조각해 천상의 세계를 보는 듯하다.


성당에서 마지막으로 관람할 것은 성당 중앙에 있는 대규모 추이다.



멕시코시티는 과거에 호수였던 곳을 매립해서 지은 도시로 매년 도시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는데 성당 역시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매년 성당이 기울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조금씩 보수를 하고 한다. 추는 연대별로 기울어짐의 정도를 확인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성당을 나와 소칼로 광장 한쪽면을 차지하고 있는 대통령 궁으로 이동하자.



신분증을 맡기고 대통령 궁전으로 들어가면 멕시코의 화가 리베라 디에고의 거대한 벽화가 보인다. 이 벽화는 아스텍 등 멕시코 원주민의 부흥과 스페인의 침략 그리고 멕시코의 독립에 이르는 역사적 사건을 총 8개의 장면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멕시코 고유의 색감과 영감을 벽화로 제작하여 민중적이면서도 인디오적인 원시성을 과감하게 그려낸 화가 리베라 디에고는 문맹률이 높은 멕시코의 민중을 위하여 116점의 민중 벽화를 통해 멕시코의 역사와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벽화는 전체적으로 북쪽과 중앙 그리고 남쪽 벽화로 구성되어 있다. 북쪽 벽화는 과거를 상징하는 아스텍의 신인 케찰코아틀을 중심으로 멕시코 고대 인디언들의 생활과 그들 간의 전쟁 그리고 강제 노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앙 벽화는 멕시코의 상징인 독수리를 중심으로 스페인 정복자들의 인디언 탄압과 멕시코의 독립 그리고 이어진 미국과 프랑스의 침략 등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미래를 표현한 남쪽 벽화는 칼 마르크스를 중심으로 노동자와 자본가의 계급투쟁을 좌우 대칭 구조로 보여준다. 벽화 감상을 마쳤다면 대통령 궁을 나와 마요르 신전으로 이동하자.



마요르 신전은 스페인에 점령되기 전에 아즈텍 제국의 수도였던 테노치티틀란의 중심 신전이었다. 1390년에 세워진 이 신전은 높이가 60m에 달하는 피라미드 모양 건물로 꼭대기에는 전쟁의 신 <위 칠로 포치 틀리>와 비와 농사의 신인 <트랄로크>를 위한 신전 2개가 있었다.


신전 안에는 신들의 모습을 묘사한 신상들이 모셔져 있었으며 신상 안에는 작은 가방들이 들어있었는데 이 가방 안에는 옥과 뼈 그리고 신들에게 바치는 공물이 들어있었다. 이 신상은 매년 새로 만들어졌고 축제 때마다 신전 밖으로 꺼내져 호화로운 옷과 황금 마스크를 씌운 뒤 행진을 하게 하였다. 축제가 끝난 이후 사제들이 이 신상을 부수고 사람들에게 먹도록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마요르 신전에서 아즈텍인들은 다양한 의식을 하였는데 그중 자신들의 태양신을 위해 사람의 가슴을 돌칼로 가르고 심장을 꺼내어 바치는 인신 공양이 가장 중요한 의식이었다고 한다. 물론 인신 공양에는 자발적인 희생도 있었지만 대부분 전쟁 노예를 바쳤다고 한다. 그 외 신전에서는 영웅적인 전사들이나 높은 계층의 사람들의 시신이 며칠 동안 계속되는 장례 절차에 따라 화장되기도 했다.

1521년 스페인 정복자 코르테스가 이 곳을 점령한 신전의 대부분을 파괴하고 가톨릭 성당을 지음으로서 신전의 기억은 차츰 사라져서 마요르 신전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은 20세기 후반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78년 2월 한 전기 회사의 인부들이 공사를 하기 위해 멕시코 시티 도심의 한 부분을 파내던 중 지면에서 2m도 안 되는 깊이에서 원반 모양의 거대한 돌 유물을 파내게 되었다.



이 돌 원반은 그 지름이 3.25m이며 두께가 30cm에 이르렀으며 무게만 8.5톤을 넘었다. 나중에 이 돌 원반이 약 15세기 즈음에 만들어졌으며 돌 위에 새겨진 인물이 위칠로포치틀리의 누이동생인 코욜사우치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후 본격적인 발굴 작업을 통해 무려 7천 개에  달하는 유물들이 출토되어 현재 템플로 마요르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마요르 박물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전시물은 단연 <트랄테쿠틀리>의 석상이다.



아즈텍 신화에 따르면 태초에 거대한 몸으로 원시 바다를 배회한 <트랄테쿠틀리>라는 여신이 있었다. 그녀는 인간 육체의 맛을 너무 좋아했는데 하나의 입으로는 그녀의 식욕을 만족시키지 못해 그녀의 팔꿈치와 무릎에 보조 입을 만들어 동시에 인간을 삼키며 식욕을 충족했다고 한다.


<트랄테쿠틀리>는 너무나 위대한 신이었기에 동료 신들도 그녀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그녀를 두려워한 신들이 그녀를 교살하고 몸은 둘로 나눈 뒤 시체의 절반은 하늘에 던져서 하늘의 금고로 사용하였으며 시체의 나머지 절반은 지구에 던졌다.


이후 신들은 지구 신의 격렬한 분노에 놀라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내려갔고 인류의 생명에 필요한 모든 열매가 그녀에게서 나오도록 명령했다. 그 순간부터 모든 생명체는 그녀의 몸에서 만들어졌다. 신들은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나무와 꽃을 만들었으며 그녀의 눈으로 우물과 샘을 만들었다. 또한 그녀의 입은 강과 동굴을 만드는 데 사용하였으며 그녀의 코로 산맥과 계곡을 만들었다.


마침내 대지의 여신이 된 <트랄테쿠틀리>는 여전히 인간의 심장을 먹고 싶어 밤마다 울부짖었으며 태양을 삼켰으며 심장이 주어지면 다음날 다시 그것을 다시 주는 일상을 살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들은 그녀로부터 매일 태양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심장과 피를 제물로 바쳐야 했다.


마요르 신전 박물관에서 다음으로 관람자의 인기를 끄는 유물이 <쏨빤뜰리>이다.



해골의 선반으로 불리는 이곳은 전쟁에서 죽인 적군과 인신 공양에 쓰인 제물의 해골을 대중에게 전시하는 장소로 죄수나 적들에게 두려움을 갖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


마요르 신전에서 나와 20분 정도 걸으면 예술 궁전이 나온다.



멕시코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인 멕시코 예술 궁전은 궁전 전체를 대리석이 뒤덮고 있는 흰색 건물로 건물 위에 자리한 황금색 돔이 매우 인상적이다. 1934년에 완공된 예술 궁전 1층에는 오페라와 발레 공연이 열리는 공연장이 있으며 3층에는 국립 건축학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행자가 이 곳을 방문하는 이유는 2층과 3층 복도에 전시된 멕시코 대표 화가 디에고 리베라와 루삐노 따마요의 벽화를 보기 위해서이다. 벽화 중 가장 인기 있은 것은 디에고 리베라의 <인간, 우주의 통제다>이다.



작품에서 디에고 리베라는 현대 사회와 과학 문화의 여러 측면을 묘사하고 있다. 먼저 그림의 중앙에는 이 그림의 주인공인 한 노동자가 중앙에서 마치 운전하듯이 기계를 조종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노동자 바로 앞의 손이 잡고 있는 둥근 공에는 원자의 재결합을 묘사하고 있으며 손주변에 퍼지는 모습의 그림은 원자의 재결합을 통해 분화되는 세포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네 개의 잠자리 날개 같은 프로펠러에는 생물학과 우주의 모습을 그려넣음으로써 세포분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생물학적인 힘을 묘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 과학문명의 발전을 간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프로펠러 사이에 그려진 그림들은 현대사회의 여러 단면들을 그려놓았는데 왼쪽에는 부유층 여성들이 카드놀이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레닌과 노동자들이 손을 잡고 연대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왼쪽 위에는 군인과 전쟁 무기들을 그려놓았고, 또한 오른쪽 위에는 사회주의 노동자들의 단결된 모습을 그려놓았다. 이렇게 왼쪽과 오른쪽에 서로 대조적인 모습의 그림으로서 과학발전으로 생기는 사회 문제들을 노동자와 사회적 연대를 통해 해결한다는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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