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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 Jan 04. 2025

장애가 쐐기를 박는 순간

 처음 자폐 진단을 받은 병원 말고, 자폐로 유명한 교수님이 계시다는 곳에 대기를 건지 1년이 다 되어서야 우리 아이의 순번이 왔다. 아이가 첫 진단을 받았던 두 돌 무렵보다는 ‘물’, ‘엄마’ 등 세네 개 정도의 말도 할 수 있게 되었고, 50개월이나 되었으니까 조금은 다른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함께 병원에 들어섰다.


 역시 소문난 명의답게 전국에서 모인 아이와 그 가족들로 진료실 앞 복도는 꽉꽉 미어졌고 예약된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난 아이의 진단받은 것과 그동안 아이의 발달들을 말씀드렸고, 의사 선생님은 아이의 언어검사결과지를 보고, 또 아이에게 이것저것 묻고 시켜보시고는


 “어머니, 어머니 말씀처럼 이 아이가 전보다 눈 맞춤이 진해졌고 단어가 몇 개 나온다 해도 이 아이는 자폐가 맞아요. 이거는 없어지는 병이 아니라 장애라고요. 아이가 그동안 치료받은 기간 대비 발달이 미미하네요. 어머니가 아무리 노력하신다 해도, 혹은 이 아이가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이 많이 발달이 된다 해도 지적장애는 남을 거예요.”


라고 하셨다. ‘자폐 2급’, ‘중증 장애’라는 단어가 내 인생에, 우리 아이 인생에 쐐기를 박는 순간으로 다가왔다. 멍해진 채로 진료실 밖으로 나왔지만 멍 때릴 시간도 없이 아이의 언어치료가 바로 뒤에 있어 신촌에서 의왕까지 운전을 하고 가야 했다.


 운전을 하는데 갑자기 비는 내리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장애는 남는다고? 없어지지 않는 장애라고?’라는 생각에 펑펑 눈물이 쏟아져서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순간들이 몇 차례나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든 생각이

 ‘평생 장애로 살면 우리 아이가 너무 불쌍하고 내 인생도 너무 불쌍해지는데... 그냥 차라리 이렇게 교통사고가 나서 둘이 같이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또 그러다 ‘아차차,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일단은 정신을 차려보자.’란 마음이 반복되며 그날은 유독 마음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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