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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 Jan 04. 2025

치료의 시작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어머니, 아이가 자꾸 나가려고 하고 자전거 바퀴만 종일 돌리려고 하네요.”

 “이탈이 계속되면 죄송하지만 저희 원에서는 감당하기가 벅차요.”

등등의 말로 여러 어린이집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왔다. 그래, 어린이집은 좀 더 커서 보내보고 우선 치료에 집중하자 싶어 언어치료, 감각통합, 미술치료, 인지치료, ABA, 놀이치료 등등 센터에 있는 치료들을 다 섭렵하며, 유명하다는 치료사 선생님들의 치료들을 찾아다니며 아이의 일과를 채워 나갔다.


 묵혀두었던 장롱면허도 다시 꺼내 들고, 낡은 중고차 한 대 뽑아서 기동력을 높였다. 엄마표 치료도 중요하다 싶어 둘이 같이 흙길로 된 산을 오르내리고, 일부러 대중교통도 태우며 사회성 연습시키고, 오가면서 보이는 간판마다 다 읽어주고, 엄마 입모양 잘 보라고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아이 앞쪽에서 그네를 밀며 말을 시키고 노래를 불러주고... 아이랑 어떻게든 눈을 마주치고 함께 웃으며 아이가 교감하길, 아이가 한마디 말이라도 늘 수 있길 고대하고 고대하며 24시간이 모자라게 내달렸다.


 남편 월급의 3분의 2를 치료비로 다 쓰면서도 ‘조기치료가 중요하댔어. 열심히 치료 다니면 나아질 거야.’라는 생각만으로 달리고 달렸었다. 분명 자폐는 없앨 수 있다, 노력하면 우리 아이는 발달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찬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아이 치료가 6개월이 넘어가고 1년이 넘어가고 2년이 넘어가면서 점차 시들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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