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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 Jan 04. 2025

네? 우리 아이가 자폐라고요?

 “에이그, 남자 애들은 말 늦게 떼는 애들도 많아. 새댁이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네.”

 “그런가요? 첫 애라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아이가 두 돌이 다 되어가는데 ‘어버버’만 해요.”


 우리 아이만 한 애들은 쫑알쫑알 말을 하는데 우리 아이는 아빠, 엄마 등의 의미 있는 말을 내뱉질 않아서 ‘좀 늦된 아이인가, 우리 아인 왜 말을 안 하지?’라는 걱정이 점점 늘고 있었다.


 그쯤 형님께서 지나가는 말로

 “동서, 요즘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언어검사도 해준다더라. 걱정되면 검사라도 한번 받아봐.”

라고 하셨다. 그 말에 나는 ‘장애인복지관’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거부감과 함께, 그래도 아쉬운 건 나니까 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걸어 복지관 언어 검사를 예약했다.


 검사날이 되어 24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둘이 복지관으로 향했다. 이것저것 나에게 묻고 아이를 관찰하시고는

 “어머니, 지금 서울의 큰 병원을 알아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것보다 검사자인 저를 쳐다보지 않고 저 회전의자만 계속 돌리고 있잖아요?”

라면서 말씀을 이어가시는데... 그랬다. 우리 아이는 검사실에 들어와 계속 회전의자만 돌릴 뿐 검사하는 선생님께 관심을 전혀 두지 않았다.


 친정 근처 서울의 대학병원을 예약해서 갈 때만 해도 내 머릿속에 ‘자폐’라는 단어는 없었는데... 검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의사 선생님께서 자폐 진단을 내리시는 게 아닌가.


 “네? 자폐요? 우리 아이가 자폐라고요?”

이 말을 연거푸하며 하염없이 의사 선생님 앞에서 울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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