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서 남편은 서울에 있는 직장으로 이직을 했고, 친정집에서 나와 서울에 집을 얻어 우리 가족 네 명이 다시 함께 살게 되는 등 변화가 있었다. 장애통합어린이집에 자리가 나서 겨우 어린이집을 다닐 수 있었지만 여기서도 녹록지 않았다.
자폐 성향상 감각이 예민한데 특히 소리에 예민한 우리 아이 같은 경우는 본인 귀에 듣기 힘든 소리가 있으면 귀를 막고 이탈하기 일쑤였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허공에 박수를 치며 혼잣말을 반복했고, 책을 주면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책장을 손가락으로 튕겨내며 그 소리를 귀에 대고 듣고 있었고... 말을 못 할 뿐 아니라 전반적인 발달이 느리고 다름이 티가 났기에, 통합선생님의 도움이 있어도 아이들 사이에 있으면 섞이질 못하고 늘 겉도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눈에 띄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말을 조금씩 하게 되니 자신이 꽂힌 단어만 하루에 천 번 이상 계속 얘기해서, 내 뒤만 졸졸 쫓아다니며 계속 말하는 통에 난 신경쇠약은 늘 달고 산다. 아이가 감각도 다 예민하다 보니 먹지 않고 뱉어버리는 음식도 부지기수였고, 과일은 냄새도 안 맡으려 던져버리고, 아주 잘게 다져 넣은 야채도 귀신같이 다 입속에서 골라내었다.
편식이 이리 심하다 보니 늘 변비로 고생하며 관장하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었다. 길에 다니면 여러 소리로 인해 힘들어서 귀를 막기 일쑤고, 뭔가 아이가 보거나 듣기에 힘든 감각들이 들어오면 아무 곳에서나 드러눕고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뒹굴 구를 때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