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이나 분수가 나오면 거기에 심취되어서 몇 시간이고 보았다. 아이가 좋아하는 감각에 꽂히면 딴 곳 가자고 야단치거나 먹을 걸로 꼬셔도 소용이 없었고, 정해진 루틴에서 벗어나면 악을 쓰고 뒤집어지기도 일쑤였다.
집에서 쓰는 드라이기나 믹서기, 청소기 소리에도 아이는 나뒹굴어서 아이가 없을 때나 다른 방으로 피해 전자제품도 써야 했다. 미용실 이발기 소리는 아이에게 공포 그 자체인지라 소리 지르며 머리카락 위를 나뒹구는 이 아이를 받아주는 미용실을 뚫는 것도 난제였다.
노는 방식도 독특해서 장난감 자동차를 밀면서 놀지 않고, 꼭 바퀴 부분만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기를 무한 반복했다. 알파벳과 숫자 등 문자에 빠져들어서 알파벳 퍼즐, 숫자 자석, ㄱㄴㄷ 책 등을 닳고 닳도록 가지고 논다. 영상을 봐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보는 것이 아닌, 자기가 좋아하는 몇 초 그 부분만을 반복적으로 보며 팔을 휘저으며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잠잘 때도 촉각 추구가 있어 꼭 엄마인 내 귀를 만지다 못해 비틀어 꼬집으면서 잠을 청했고 기괴스러울 정도로 자기 혓바닥으로 엄마인 내 얼굴을 핥으며 안정을 취하곤 했다. 자신의 뜻대로 뭐가 되지 않는 날엔 내 팔목을 꼬집거나 할퀴면서 아이는 자신의 힘듦을 표현했었다. 그야말로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들이 계속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