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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나폴리

180729 Paris Napoli

by 장영진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챙겨 먹고, 체크아웃 준비로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도시 이동 날은 역시나 바쁘다. 12시가 임박해서야 정리를 마치고 체크아웃할 수 있었다. 정리하고 보니 우리의 짐은 총 5개였다. 한국에서 들고 온 커다란 캐리어 하나. 짐이 너무 많아 뮌스터에서 새로 산 기내용 캐리어 하나. (카메라 말고 다른 것들로 가득 찬) 카메라 보관용 배낭. 그 외 잡다한 물품이 담긴 가방들까지. 이 많은 짐을 다 챙겨 이탈리아까지 가는 길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나폴리행 비행기는 오후 늦게 시간대였다. 우리는 호텔 카운터에 짐을 보관하고 길을 나섰다. 오늘의 방문지는 루브르 박물관. 구글 맵을 통해 루브르로 향하는 루트를 검색했다. 다행히 호텔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바로 루브르까지 가는 버스가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버스 정거장으로 향했다.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길가는 무척이나 한산했다. 골목 사이로 걸음을 재촉하여 버스를 무사히 탈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 루브르에 도착할 즈음 도로 공사로 인해 버스 운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몇 정거장 전에 내려서 루브르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최대한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국땅에서 깊게 고민해봐야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지 않은가. 마침 아이들 낮잠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길을 걸어가며 아이들을 재웠다.

온이가 먼저, 그리고 현이도 잠들었다. 슬슬 배가 고파왔다. 우리는 루브르를 가는 김에, 신혼여행 때 가이드 추천으로 방문했던 레스토랑에 가려고 했다. 하지만 구글 맵에서 검색하니 해당 식당 평점이 너무 낮았다. 두 번째 후보는 평점이 높은 일식집이었다. 때마침 영업 중이었고, 내부에 다른 손님도 많아 보여서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유모차가 통과하기에 식당 현관문이 너무 작았다. 한쪽 문을 개방하면 가능할 것 같았는데, 식당 종업원들은 우리가 들어오길 원치 않는 눈치였다. 이곳도 노 키즈 존이 있는 걸까?

물론 아이들을 데리고 식당을 가면 미안한 일이 한둘이 아니다. 식당 직원들과 다른 손님들 눈치도 봐야 하고, 아이들 챙기면서 먹는 과정 또한 순탄치 않다. 그래도 이렇게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출입 자체를 거절(또는 제한)당한다는 사실은 참 슬프다. 물론 나도 애를 낳기 전엔 소위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믿고, 노 키즈 존을 주장하는 견해를 옹호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면 해결될 문제 아닐까?

결국, 인근 레스토랑 야외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아내와 나는 로스티드 닭고기와 클럽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사실 식당에 도착할 즈음 아이들이 잠에서 깰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깨지 않고 계속 자는 덕분에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양은 적었지만, 음식 맛도 나쁘진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인근 스타벅스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샀다. 또 근처에 우리가 좋아하는 쿠키 집(예전 몽마르트르 인근의 쿠키 집과 체인점)이 있었기에 바로 들어가 아이들과 먹을 마카롱을 샀다. 아이들은 여전히 자는 중이다.

드디어 루브르 도착. 주말임에도 루브르 광장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사실 아이들이 더 자면 좋았겠지만, 호텔에 들렀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까지 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결국, 우리는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아이들을 깨웠다. 갑작스레 잠을 깨우는 통에 두 아들 모두 짜증을 부리려다가, 다행히 광장의 물과 분수를 구경하면서 기분 좋아졌다. 흐린 날씨에 바람도 불어서 그리 덥지는 않았다. 자리를 잡고 세온이에겐 밥을, 세현이에겐 샌드위치를 준비해줬다. 온이 녀석이 밥 이외에는 잘 먹질 않아서, 항상 이렇게 따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 조금 성가시긴 하다. 물론 잘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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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마지막날, 루브르 방문 (2018.7. 프랑스 파리)



식사를 마치고 우린 바로 사진 촬영에 돌입했다. 시간도 없는데, 심한 바람으로 사진 찍는 내내 삼각대가 쓰러질 걱정에 마음은 조급했다. 우리는 재빠르게 몇 컷 사진을 찍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아이들이 협조적이어서 참 다행이다. (돌아와서 사진을 보니, 세온이와 아빠의 옷이 영 별로였고, 아이들 표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지만, 그래도 역시 루브르는 멋지다.)

먼 길을 돌아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나는 파리에서 지하철보다 버스나 트램을 이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물론 파리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건 마찬가지. 지하철은 뭔가 답답한 느낌이다. 하지만 대부분 목적지까지 최단 시간에 가는 방법은 대부분 지하철인 경우가 많다. 호텔을 들렀다 공항에 가기에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우리는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호텔에서 짐을 찾았다. 다시 봐도 어마어마한 짐이다. 공항까지,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다시 이탈리아 나폴리에 갈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 그냥 바로 로마로 갈걸. 우리가 파리에서 나폴리로 향하는 비행기를 예약할 당시, 남부 투어(나폴리, 소렌토, 포지타노)를 계획했더랬다. 하지만 차를 빌려 운전해서 갈 자신이 없어서 그냥 로마만 방문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결과적으로 먼 길을 돌아 로마까지 가야 하는 상황. 그나마 위안거리는 애초에 예약했던 나폴리 숙소를 취소하고, 에어컨이 있는 호텔로 다시 예약했다는 사실이다. 뮌스터에 이어 파리에서까지 에어컨 없는 숙소의 고통을 충분히 맛본 터라, 비록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해야 했지만, 그리 하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18 유럽750.jpg 버스에서 아주 난리가 난 아들들 (2018.7. 프랑스 파리)



공항버스(문제의 351번)를 타기 위해 인근 정류장까지 걸어가던 중, 정류장에 미처 못 가 지나가던 버스를 만났다. 사실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버스에 탑승하는 건 안 되는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요즘은 거의 안 태워주지 않는가. 하지만 공항에 여유 있게 가고 싶은 욕심에 신호 대기 중인 버스 기사에게 요청해보았는데, 이게 웬걸 고맙게도 문을 열어주었다. 짐과 아이들까지 함께인 우리가 불쌍해 보였나 보다.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간신히 버스에 탑승했다.

이번 파리 여행에서 351번 버스 때문에 너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했다. 그래도 이번엔 고맙다. 덕분에 시간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버스 안에서의 이동 시간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도로에 차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운전기사 아저씨의 운전 스타일이 다소 거칠어서인지, 차가 많이 흔들려서 가만히 앉아 가기에도 무서운 상황. 길에서 태워준 감사한 마음은 사라지고, 이내 거친 운전에 대한 불평이 나오기 시작한다. 참 인간이 이렇게 간사하단 말인가.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 있으려고 하질 않았고, 내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간다. 그래도 어떻게 시간은 흘러 힘들게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샤를 드골 공항 2A 터미널에 도착하여 2F 터미널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아마도 찾아보면 셔틀이 있겠지만, 마음이 급했던 그걸 알아볼 여력도 없었다. 이 공항은 너무 크고 복잡하다. 웬 터미널이 이렇게 많은지. 예전에도 결국 터미널을 잘못 찾아가서 (물론 우리가 늦기도 했다) 비행기를 놓치지 않았는가.

우리가 탑승할 비행기 터미널에 겨우 도착했고, 셀프 체크인 후 수화물 맡겼다. 짐이 워낙 많았기에 저울에서 무게를 재보고, 초과하는 짐을 다른 곳에 옮겨 무게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다행히 전체 무게가 초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화물까지 보내고, 게이트로 들어가려던 찰나 문제가 발생했다. 쌍둥이 유모차가 너무 커서 게이트 쪽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직원이 가로막았다. 어찌어찌 잘하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공항 직원은 막무가내로 우리를 가로막았다.

파리 공항만 오면 뭔가 이렇게 어려움이 생긴다. 결국, 귀찮지만 oversized 수화물로 유모차를 체크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체되어 탑승동으로 들어오니 어느새 이륙 50분 전. 만약 길에서 그 버스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5분 차이로 비행기를 놓쳤던 신혼여행, 늦잠을 자 비행기를 놓친 2014년의 악몽이 재현될 뻔했다.

서둘러 세현이에게 초콜릿 사주고, 저녁거리로 랩 샌드위치와 음료를 샀다. 나폴리까지의 거리는 꽤 멀었기 때문에, 우리는 탑승 전에 온이를 꼭 재우려고 했다. 하지만 온이는 비행기가 나폴리에 도착할 때가 다 되어서야 자기 시작(거의 22시 30분 다 되어서). 다행인 것은 바로 뒷자리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프랑스 어린이가 온이랑 놀아준 덕분에 생각보다는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세현이는 역시나 영상을 보느라 얌전히 있었다. 나폴리까지 2시간 비행을 힘들게 버텼다.

밤 10시가 넘겨 나폴리에 도착했다. 부지런히 짐을 찾고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나폴리 공항은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나폴리 중앙역까지 소요 시간은 약 10분. 시간이 너무 늦어 아이들도 피곤했는지, 버스에서 내려서 호텔까지 걸어가는 길에 세현이도 잠이 들었다. 곤히 자는 두 아들. 호텔 위치도 중앙역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어서 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호텔로 들어왔다. 조금이라도 빨리 방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체크인 중이던 일본인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카드키를 받아 방으로 입성. 그토록 기다리던 에어컨이 있는 호텔. 뜨거운 나폴리의 날씨 때문인지, 방바닥이 차가울 정도로 에어컨 성능은 훌륭했다. 간단히 세수와 양치를 하고 편히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무사히 이탈리아까지 올 수 있어 감사하고, 세현이가 그토록 오고 싶어 했던 이탈리아에서의 일정을 고대하며 하루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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