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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 베니스

180807 Basel Venice

by 장영진

마지막 도시 베니스로 이동하는 날.

점심 비행기였기 때문에 부지런히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어제 먹고 남은 스테이크와 계란. 된장국을 먹고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시간이 가능하다면, 바젤 시내 자라 매장에 들러서 세현이 모자 큰 치수를 사고 싶었는데. 역시나 도시를 이동하는 날 아침은 무리다. 우리에게 좋은 휴식 장소를 제공해준 호텔 체크아웃을 마친 후, 호텔 앞 정류장에서 14번 트램을 타고 몇 정거장, 50번 버스 갈아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바젤 공항은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 국경 지역에 있는 공항이다. 정식 명칭은 EuroAirport Basel-Mulhouse-Freiburg. 세 국가의 국경에 있는 이 도시 특색을 공항에서부터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공항은 생각보다 작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미 와 있었다. 이륙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있었고, 우리는 빠르게 아이들 점심을 먹인 후 온이는 탑승 전, 현이는 비행기 안에서 재우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우리 계획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온이는 잠이 들었지만, 현이는 낮잠을 자질 않았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온이도 잠에서 깼다.


2018 유럽1179.jpg 마지막 도시로 가기 위해 바젤 공항으로 가는 길 (2018.8. 스위스 바젤)
2018 유럽1182.jpg 공항버스를 기다리며 (2018.8. 스위스 바젤)



베니스에 여러 번 오면서 늘 기차를 이용했었다. 베니스 공항을 이용해 아웃을 해 본 기억은 있지만,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건 처음이다. 큰 규모의 공항은 아니기에 짐을 찾는 데 오래 걸리진 않았다. 14:30경 착륙해 15시 로마 광장행 버스를 탈 수 있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사실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고민을 조금 하긴 했다. 베니스 공항에서 본섬으로 향하는 시내버스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친 아이들과의 여행 막바지. 그래도 아직 돈 조금 아껴보겠다고 생각하게 된다니, 그 습성은 어쩔 수가 없는 듯싶다. 그래도 결국은 큰돈 차이도 아니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공항버스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로마광장에 도착했다.

베니스에서 숙소를 잡기 위해 정말 많이 고민하고, 또 예약에 취소를 반복했다. 일단 베니스란 도시 숙박 비용이 만만치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위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본섬에 잡을지, 내륙(Mestre 역 인근)으로 잡을지 고민이 컸다. 그러다가 찾은 숙소가 바로 Grand Canal Suite라는 숙소이다.

버스를 내려 숙소로 이동하는 길, 미처 생각지 못한 큰 어려움이 찾아왔다. 베니스는 수많은 다리와 계단으로 각 섬이 연결되어 있어서, 캐리어와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 너무 힘들었다. 호텔 체크인을 하기 위해 가는 길부터 만만치 않았다. 체크인하는 장소는 도통 어디에 있는 건지 한참을 헤맸다. 더욱이 체크인하는 장소와 실제 숙소가 같은 위치가 아니었다. 힘겹게 체크인을 하러 갔지만, 체크인 후에도 다시 호텔까지 한참을 걸어가야만 했다.

게다가 베니스 날씨는 스위스보다 확실히 뜨거웠다. 힘들게 도착한 숙소. 우릴 더 힘들게 한 것은, 호텔에 엘리베이터가 없다. 이 많은 짐과 유모차를 어찌한단 말인가. 온몸은 땀으로 젖어있다. 유모차는 1층에 그냥 두고(힘들게 프랑스에서 새로 산 사연 있는 유모차, 없어지지 않은 것이 지금 생각하면 천만다행이다), 캐리어만 들고 올라갔다. 문득, 방 안에 에어컨도 없는 건 아니겠지 불안함이 찾아왔다.

3층까지 올라와 보니 그래도 공동 공간과 방 자체는 지금껏 가본 숙소 중에 가장 깨끗하고, 특유의 분위기도 멋져 보인다. 무엇보다 넓은 공용공간이 있어 아이들도 좋아한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뛰어놀다 사고만 안 치길.


2018 유럽1268.jpg 우리 여행 마지막 숙소의 로비 (2018.8. 이탈리아 베니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인 에어컨. 다행히 방 안에 좋은 성능의 신형 에어컨이 있었다. 들어오자마자 바로 에어컨을 켜 방을 시원하게 만들고, 짐도 풀기 전에 다 같이 샤워를 했다. 아이들도 꽤 더웠는지 샤워를 하자고 하니 너무 좋아한다. 샤워 후엔 에어컨 나오는 방에 누워있으니 조금은 살만하다. 이대로 그냥 한숨 자도 좋겠다는 느낌. 하지만 이번 숙소는 취사가 안 되는 곳이어서, 저녁을 먹기 위해선 길을 나서야 한다.

막상 길을 나서려고 하니 유모차를 끌고 걸어 다니는 일이 걱정스럽다. 스위스에서는 교통 시설이 잘되어있어서 아이들과 다니기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과연 베니스란 도시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을지 우려스러웠다. 아이들이 방 안에서 뛰어노는 사이 우린 간단히 짐을 푼 후에,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인근 레스토랑을 검색했다. 오늘은 다른 일정을 잡기엔 시간도 애매하고 가족 모두 너무 지쳤기 때문에, 저녁만 먹고 마트에 들렀다가 오자고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식당을 찾는 일이다. 과연 베니스에서 만족할만한 식당을 찾을 수 있을까? 2007년 대학생 때 이곳에 왔을 때도, 2014년 아내와 둘이 베니스에 왔을 때도. 베니스에서 식당 선택은 늘 어렵다. 왠지 관광지에서 맛집 찾기가 어렵지 않은가. 특히 아내와 둘이 다니면서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보았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관광지에서 맛집을 찾기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그동안 베니스에서 맛집 찾기는 거의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돈이 많다면 근사한 식당에 갈 수 있었겠지만, 우리가 갈 수 있는 적당한 가격의 좋은 실력을 갖춘 식당을 찾는 것이 참 어렵게 느껴졌다.

호텔 인근 여러 식당을 검색하다 보니 4.6점짜리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가격도 괜찮아 보인다. 호텔 바로 인근이었기 때문에, 우린 바로 유모차를 끌고 길을 나섰다. 하지만 분명 구글 지도에선 현재 영업 중이라고 나와 있었는데, 막상 가니 휴식 시간이었다. 구글 지도가 참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만, 가끔 이런 오류로 여행자를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낮잠을 자지 못한 아이들과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 참 힘들다. 현이는 졸려서 해롱해롱, 온이는 계속 걷겠다고 떼를 부리기 시작한다. 아, 이를 어쩌지.


2018 유럽1270.jpg 베니스에서의 첫 외출, 피곤한 아들들 (2018.8. 이탈리아 베니스)


2018 유럽1273.jpg 우연히 찾은 가성비 최고의 식당 (2018.8. 이탈리아 베니스)


어느덧 오후 5시가 되어가고 해는 점점 지고 있었지만, 여름의 베니스는 여전히 더웠다. 저녁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며 근처 마트를 들렀다 나오는 길, 골목 안에 많은 손님이 앉아 있는 피자집이 보였다. 흔히 생각하는 고급스럽거나 깔끔한 분위기의 식당은 아니지만, 손님이 많은 데엔 이유가 있을 터. 식당의 이름은 Pizzeria Ai Bari 였다. 즉시 폰을 꺼내 구글에서 검색하니 평점도 4.3으로 나쁘지 않았다. 다른 곳을 찾아볼 힘도 없고, 우리는 식당 외부 빈자리에 앉아 버섯 피자와 봉골레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예상외로 맛이 괜찮았다. 조금 간이 세다고 느꼈지만, 이탈리아 음식 대부분이 그렇기에 별문제가 안 됐다. 다만 양은 부족하다. 졸려서인가, 배고파서인가. 아니면 음식이 맛있어서인가.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이 먹는 것이다. 조금, 더 먹고 싶다는 느낌이 든 거 보면 맛이 괜찮긴 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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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에서의 첫 식사 메뉴, 늘 비슷한 우리 주문 (2018.8. 이탈리아 베니스)



아쉽지만, 오늘은 아이들을 일찍 재워야 했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를 마치고 인근 coop 마트에 들러 물과 음료를 산 후 바로 숙소로 들어왔다. 이탈리아 물가도 독일처럼 비싸지 않기 때문에 장 보는 데 부담이 없었다. 나는 사고 싶었던 캡슐 커피도 조금 살 수 있었다. 커피 종류도 엄청 저렴하다. 돌아오는 내내 세현이는 유튜브 계속 보겠다고 찡얼찡얼. 온이는 걷지도 못하면서 내려달라 찡얼. 오는 길이 참 길게 느껴졌다.

방에 들어와 아이들 양치를 시키고 바로 재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밤 8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잠든 우리 아들들. 도시를 이동하는 날은 역시 힘들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잘 시간이 되면 녹초가 된다. 아이들도 그만큼 힘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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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 도시에 왔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베니스에 처음 온 것은 2007년 대학생 시절의 여행 때였다. 당시 형과 둘이 와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보니 그때도 여행의 막바지였나, 돈을 아낀다고 매끼 샌드위치만 사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나마 찾아간 파스타 식당에서 먹은 까르보나라는 도저히 먹기 힘든 정도의 맛이어서 참 아쉬웠다.

2014년 겨울엔 아내와 베니스에 왔다. 하지만 베니스 일정이 너무 짧았다. 오후 늦게 와서 호텔로 바로 가 잠을 자고, 새벽 일찍 사진 찍으러 돌아다닌 기억만 있다. 겨울이어서 해가 짧은 탓도 있었겠지. 참, 아내가 새벽에 체를 하는 바람에 호텔에서 바늘을 구하려 다녔던 에피소드도 있다. 그 이후 2014년 봄에 다시 베니스에 왔는데, 당시 참 미련하게도 돈 몇 유로 아끼겠다고 종일 온갖 짐을 들고 다니다 기운만 뺐던 기억도 있다. 그래서 베니스만 오면 고생한 기억만 남아 있다.

근데, 베니스란 도시는 참 특이하다. (파리를 보며 느낀 감정과 유사하게) 이곳에 오면 항상 고생하면서도, 그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여기까지 무사히 올 수 있어 참 감사하다. 호텔 앞 베니스 여름밤 거리 분위기는 내 기억 속 그대로였다. 이 분위기와 시간을 더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내일은 실질적인 여행의 마지막 날. 몸도 힘들지만, 내일을 위해 참아야만 한다.

나도, 아내도 너무 수고가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현, 세온 너희들도 너무 고생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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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앞에서, 점점 어두워지는 베니스의 풍경 (2018.8. 이탈리아 베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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