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물킴 Sep 29. 2020

브런치를 시작하고 2달 후 강연 제의가 들어왔다


너 글 잘 쓰잖아. 나 옛날부터 네 글은 꼭 챙겨봤었다.


10년 동안의 직장생활을 마감하기로 마음먹을 때 즈음, 아는 형은 나에게 글을 써보라고 권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기는 했었다. 싸이월드 시절, 영화를 보고 나서 꼬박꼬박 재미로 올렸던 후기는 친구들 사이에서 소소히 화제가 되어 today 수를 올려주기도 하였다. (아련한 추억....)


대학교 때 글쓰기 수업 때는 행복하게 매주 글을 써냈다. 한 번은 '유서 써오기'가 숙제였다. 뻔하게 죽기 전 소원과 바람을 늘어놓는 글을 쓰기 싫어서, '죽음 앞에 초연하고 싶지만, 결국 그러지 못하고 무서움에 떨고 있는 나'에 대해서 글을 적어냈다. 그다음 주 교수님은 숙제 총평을 하시다, 내가 쓴 유서를 소개하며 몇 년 전 떠나간 친구를 떠올리게 한 유서였다며 수업 중 오열을 하시다 나가셨었다. (교수님 건강히 잘 계시죠...)


영화 비평 수업에서는 학기 내 총 3번의 비평문을 제출하는 과제를 주셨다. 정말 신나게 비평문을 썼다. 평소 관심 있던 주제와 영화를 선택해 분석하고,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찾아보는 일들이 행복했다. 학기가 끝날 때쯤 교수님은 나를 따로 부르셨다.


'넌 분명 경영학과인데 이런 수준의 비평문을 써낼 수 있는 이유가 뭐지?' 물어보셨다. 영화를 어렸을 때부터 너무 좋아했다고 대답한 나에게 교수님은


네가 어디서 무얼 하든,
영화일을 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면 반드시 나를 찾아와라


고 말씀해주셨다. 아마 이런저런 일들로 '내가 글을 조금 잘 쓰긴 하는 건가..'싶은 생각을 가지곤 했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직장생활을 마감해야겠다는 결심이 선 후 형의 말에 나는 '그래, 누가 읽을지 모르겠지만 한 번 써보자.' 생각하고 브런치 앱을 가입해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




2달간 브런치에서 정말 재밌게 글을 썼다. 지나간 내 생활과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도, 새로운 작가님들을 만나서 공감하고 교류하는 것도, 내가 쓴 글에 반응을 보여주시는 독자님들을 만나는 것도. 모두 재미있었다. 1달 정도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어떤 글이 더 좋은 반응을 얻게 되는지, 어느 지면에 노출되어야 더 많은 독자님들을 만날 수 있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되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1달 후,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은 내가 쓴 글이 다음카카오 주요 메인 지면에 노출되기도 하였다.



* 메인 지면에 노출되었던 글들


내가 쓴 글에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면에서 즐겁고 재밌는 격려였다. 그렇게 적어 내려 간 글들이 어느새 10편이 쌓여, 브런치 북을 내볼 수 있게 되었다. 브런치 북은 플랫폼 자체적으로 다양하고 반복적인 노출을 해준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1달 후,

브런치 북을 엮어내고 구독자수가 2-3배가량 증가했다



다양한 독자님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플랫폼에서 적극적으로 만들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중에서는 내 글에 공감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함께 남겨주시는 독자님들도 계셨다. 너무나도 소중하고 감사한 경험이었다. 또한, 나의 계정을 구독해주신 독자님들 중에서는 구독자가 2명(브런치, 그리고 나)인 분들도 계셨다. 특별히, 더없이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2달 후,

내 브런치의 글들을 보고 강연 제의가 들어왔다.



아마도 아는 지인을 통해 진행했던 '영화 마케터 직무 강연' 후기 글을 읽고 제안을 주신 것 같았다.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는, 경력 단절로 고민하고 있는 분들을 위한 강연을 기획하던 중 나에게 제안을 주셨다고 하셨다. 좋은 취지이기도 하고, 내가 쌓아온 경험이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면 기꺼이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아뿔싸. 그 강연은 '여성 선배 현업자'의 강연을 기획 중이었다. 아쉽게도 남성인 나는 그 강연을 진행하기 힘들었고, 다음을 기약했다. 대신, 10월엔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와 영화 마케터의 대담을 컨셉으로 진행되는 또 다른 강연에 참석하게 되었다.




'시작할까 말까 고민될 땐, 일단 시작하라'는 말을 기억한다.


고민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에만 쏟고 흘러가버리는 시간의 아쉬움을 상기시키는 말이리라. 덜컥 시작한 브런치지만, 나의 생각을 공유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소통의 기회를 가지게 되는 맛에 푹 빠지게 되었다. 앞으로의 2달은 브런치 활동을 통해 또 어떤 새로운 사람들과 기회를 만나게 될까. 즐거운 기대감에 나는 매일 아침 브런치 앱을 접속한다.

이전 06화 퇴사를 하고 시작한 SNS로 50번의 협찬을 받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