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임대업자들의 궐기가 시작된 건 3주 전이었다.
200여 명에 이르는 서울시원룸임대업자협회 회원들은 "정부 정책은 역차별"이라고 구호를 내걸었다.
그들은 서울 광장을 메웠다. 텅 빈 자신들의 원룸이 정부 정책 탓이라고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난 건 분명 정책적인 영향이 있었다.
새로 들어선 정부는 집권 2년 차를 맞아 과감하게 돈을 풀기 시작했다. 거둬들인 세금과 각종 기금을 봇물 터지듯 활짝 열어젖혔다.
이러한 정부의 강한 정책은 집권 초기부터 예상됐다. 새 정부는 정권을 잡자마자 누진세를 강화했다. 고액 탈세자를 끝까지 압박해 세금을 받아냈다.
각종 탈세를 강하게 응징했으며 경제사범들을 살인죄에 준하는 법률로 다스려야 한다고 사법부에 강조했다. 이렇게 끌어모은 세금과 자본으로 곳간을 불린 뒤 "서민을 향한다"며 터뜨린 것이다.
그중 핵심은 '1인 가구의 주거 안정'이었다. 정부는 50%에 육박한 서울시 1인 가구에 저렴한 소형 주택을 임대하기 시작했다.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놓인 저렴한 주택을 정부에서 사들여 펼치는 정책이었다.
원룸에 사는 사람이 평균 40만원 정도의 월세를 낸다고 쳤을 때 정부에서 제공하는 소형 임대 주택에서는 10만원도 채 되지 않는 금액만 내면 됐다.
그뿐만 아니었다. 정부는 신혼부부나 2000만원 이상의 보증금을 내며 살던 사람들에겐 적극적으로 주택 구매를 권장했다.
물론 서울 시내에 있는 집은 아니었다.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 수도권 변두리나 외곽에 저렴한 집들을 정부가 직접 알선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수도권 일대 모범 부동산 중개업자들을 선별해 '주거안정도우미'로 임명했다.
주거안정도우미들은 정부 돈을 받아 수도권의 저렴한 집들을 사들인 뒤 신혼부부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에 집을 판매했다.
이들의 활동 범위는 점차 넓어져 미분양 아파트와 신축 빌라로까지 확대됐다. "돈이 안 돌아 그렇지 사람 살 집이 없어서 월세에 사느냐"던 말이 사실화하는 순간이었다.
2억원에 달하던 빌라는 주거안정도우미의 손을 거치면 1억원으로 50% 가까이 가격이 내려가기도 했다. 신혼부부와 1인 가구 모두 30년 이상의 장기 대출로 주택 구매가 가능했다.
금리는 1%대에 불과했다. 특히 신혼부부는 아이를 낳을 경우 금리가 깎였다. 아이 둘 이상을 낳으면 금리가 0%에 가까워졌다. 세 명 이상을 낳을 경우엔 대출금이 10%씩 삭감됐다.
당연히 원룸 임대 업자들의 원성이 커졌다. "원룸 임대업을 죽이는 행위"라고 입을 모아 정부를 비난했다.
그들의 원룸 세입자들은 저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임대 주택에 들어갔다. 아니면 주거안정도우미와 연락해 집을 샀다. 월세에 살았다는 것만 입증되면 누구나 두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한 세입자는 시사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그간 월급 150만원을 받았는데 관리비와 공과금까지 포함하면 60만원 이상이 월세로 나갔다. 대충 따져서 하루에 1만5000원씩 내고 한 달 산다는 자기합리화를 하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게 됐다. 아무런 이유 없이 6개월 마다 올라가는 월세에 진절머리가 났었다"고 했다.
정부 정책 혜택을 받은 이들은 주거가 안정되자 점차 사회적인 요구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간 월세를 전전하며 외면받아온 청년층과 저소득층은 이런저런 시민단체를 만들어 "더는 터무니없이 비싼 원룸에 살지 말자"고 여론을 조성했다.
몇몇 사회적 기금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힘을 보태 큰 지지를 받았다. 그동안 입 다물고 있던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원룸 가격 책정이 필요하다"며 한결같이 TV에 나와 꼬집었다.
신혼부부들은 자식 낳는 것을 "꿩 먹고 알 먹고"라고 기뻐했다. 진보 단체들은 이와 결부해 "아이러니하게도 학교 다닐 때부터 주야장천 들어온 게 의식주의 안정이지 않으냐"면서 "이제는 정말로 '주'부터 안정화하자"고 외쳤다.
재미있는 건 원룸 임대 업자들의 반응이었다. 그들은 처음엔 강하게 정부 정책 탓을 했다.
서울시원룸임대업자협회 대표는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정책을 펼치는 걸 보니 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선 것"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분위기가 영 아니라고 느꼈는지 갑자기 다른 노선을 취했다. 원룸 임대 업자들의 주장은 "정부에서 빌딩 월세는 건들지 못하면서 자신들의 밥그릇만 건드린다"고 방향이 틀어졌다.
한 원룸 임대업자는 방송 뉴스 인터뷰에서 "진짜 돈 많은 사람은 빌딩을 갖고 있지 자기들처럼 원룸 건물이나 방 몇 개를 갖고 있지 않다. 우리도 따지고 보면 하나의 직업을 가진 것에 불과한 서민"이라며 "무조건적인 국가의 이런 정책은 서민들 사이의 역차별만 낳을 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정책은 그저 흘러갈 뿐이었다. 주거 안정화를 이룬 이들의 바람이 강하게 작용했다.
청와대는 공식 브리핑에서 "사업장이 다수인 빌딩 임대와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가 달린 원룸 임대는 다른 차원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주거난 속에서 원룸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다"면서 "사회의 기초 근간부터 해결하고 가겠다. 단순히 국민 소득 몇만 불의 시대가 아닌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로 방향을 틀겠다"고 밝혔다.
정부에 고마움이 싹튼 1인 가구와 신혼부부와 저소득층은 사회 현상에 더 많은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월세 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먹고사는 고민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이들은 시각을 넓혀갔다. 씻고 자고 추위와 더위를 피하기 위한 월세에 착취당했던 노동의 시간을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관심으로 바꿨다.
그것은 고마움을 넘어 더 많은 이들이 자신들처럼 행복해지길 바라는 부채의식이었다.
이제 그들의 관심사는 소득 분배와 취업 문제로 넘어갔다. '복지'를 재해석하기 위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원룸 임대 업자들이 할 수 있는 건 몇 채씩이나 텅 비어버린 자신의 원룸을 주거안정도우미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게 그나마 남는 장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