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화’를 위해 ‘커뮤니티’는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고 그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수현은 주춤할 새가 없었다.
좀비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처음 맞닥뜨리는 좀비였다. 먼바다에서 통통배가 닻만 내보인 것처럼 좀비의 머리카락이 제일 먼저 보였다. 수현은 그때까지도 좀비에게 머리카락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다. 좀비의 머리카락엔 피딱지가 달라붙어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마다 핏덩이가 나부꼈다. 좀비의 움푹 파이고 눈동자 없는 눈이 수현을 쳐다봤다. 그것은 눈이라기보다는 눈이 빠진 자리라고 부르는 게 가까웠다. 수현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걸 그가 놓치지 않았다.
“쏴야 합니다. 지금 쏴요. 순식간입니다.”
그의 목소리도 빨라졌다. 수현의 검지가 방아쇠에 닿아 미세하게 떨렸다.
“시간이 없어요. 저러다가도 2초면 눈앞에 옵니다. 빨리.”
그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주춤할 틈이 없었다. 좀비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수현은 방아쇠를 당겼다. 오른쪽 어깨에 있는 힘껏 총기를 견착했는데도 반동이 심했다. 하마터면 총구가 위로 솟구칠 뻔했다.
“쏴. 쏴요. 쏴”
그의 언성이 높아졌다. 수현이 방아쇠를 당겼다. 살아야 한다는 집중력 덕분에 다행히 좀비의 오른쪽 광대뼈가 총탄에 날아갔다. 좀비의 반쪽 얼굴이 구겨진 신문지처럼 일그러졌다. 얼굴 절반이 날아간 좀비가 이제 비틀비틀 갈지자로 걸어왔다. 수현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연 것처럼 얼굴을 찌푸렸다. 구토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래도 참아야 했다.
“한 번 더. 다리 꼭 쏴요. 어서.”
흥분한 그가 다그쳤다. 수현은 좀비의 왼쪽 허벅지를 날렸다. 좀비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몇 초간 꿈틀대던 좀비가 숨을 멈췄다. 이리저리 튄 피 사이로 여기가 근원지라는 듯 좀비 머리 인근에 핏물이 고였다.
“눈 마주친 순간부터 코앞까지 4초. 서로의 존재를 안 이상 4초 안에 다리를 가격하지 못하면 지옥행입니다.”
사무적인 말투로 돌아온 그가 말했다.
수현은 총구를 전방으로 올리고 오른손으로 이마에 번진 땀을 닦았다. 이제 왼쪽에서도 좀비가 오고 오른쪽에서도 좀비가 왔다. 고막을 마비시키는 발포음이 잦아들 새 없이 탕탕거렸다. 총을 쏘는 행위가 더는 특별하지 않을 때까지 쏴야 한다고 그는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수현은 어느덧 자신이 쏘는 게 같은 인간이었다가 힘없어 죽은 좀비가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달랐던 악마의 자식들로 생각됐다. 이제 수현은 이성이 아닌 본성으로 방아쇠를 쥐어짰다. 한때는 같은 인간으로 살았으며 우여곡절 끝에 죽었으되 마땅히 죽지 못한 좀비를 향한 분노가 필요했다. 저들은 우리와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 그가 강조한 말이었다.
“이제 VR 벗으시죠.”
그가 말했다. 수현은 안경을 벗어 그에게 넘겼다. 그는 수현에게 안경을 받아 바닥 구석 상자에 던져넣었다. 수현의 차례가 끝났다. 수현 뒤로 다음 차례 남자가 그에게서 새 VR을 잡고 총을 쥐었다.
수현이 체험한 ‘생존 커뮤니티’에는 선택된 사람만 입장 가능했다. 기초 재산 수십억 이상을 기본으로 거대한 개인 벙커를 가진 이들만 들어올 수 있었다.
그를 포함한 ‘그들’은 수현 같은 선택된 이들에게 사격을 포함한 생존 기초 기술을 가르쳤다. 그들은 생존술을 배워 30년만 버티면 다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그들이 내세운 세계 평화를 위한 세대 교체 논리였다. 사격은 그런 교육 가운데 가장 기초였다.
꼬리에 꼬리를 문 역병이 이름만 바꿔가며 전 세계에 도지자 암암리에 운영되던 생존 커뮤니티가 활황을 맞았다. 개인 벙커가 없거나 자산이 부족한 이들은 생존 커뮤니티 바깥으로 밀렸다. 바깥 인간들은 순식간에 역병에 걸려 좀비가 되었다. 그들이 죽은 뒤 좀비로 부활한 것인지 아니면 역병이 번져 그대로 좀비가 된 것인지 생존 커뮤니티 안에선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이것은 유래 없는 세계 전쟁이며 그 한복판에선 국경도 지역도 없이 모두가 세계 시민이었다. 간택된 세계 시민들은 생존 커뮤니티 밖으로 밀린 좀비를 향해 분노의 방아쇠를 당겨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좀비들이 들불처럼 번질 것이라고 그들은 매일 전 세계 언어로 동시 브리핑했다.
생존 커뮤니티 밖에 있는 저들 좀비 중에는 길에서 스쳐 지나간 이웃도 있고 수현 집을 푼돈 받으며 청소하던 이들도 있을 터였다. 수현은 그런 것들을 주워들은 기억에서 떠올렸다. 그러나 그런 것은 이제 발사된 탄피 부스러기만도 못한 것이었다. 그들과 수현을 이곳으로 보낸 부모 입장에선 그럴 생각조차 가질 필요가 없었다.
그런 의문을 품는 것조차 생존 커뮤니티에선 경멸의 시선이 되었고 불온한 생각으로 여겨졌다. 그들이 일부러 역병을 발명해 뿌린 것이라고 누군가 지적했다가 끝내 붙잡혀 좀비가 되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현실에서 좀비는 몰가치 대상이었다. 그들은 자연도태 불순물이었다. 반드시 그래야만 생존 커뮤니티의 존재 이유도 확고해졌으므로 좀비는 규정된 악마의 자식이었다. 역병이 태어난 것은 불가항력이었지만 그것을 키운 것은 대처 능력 없는 저들 좀비였다고 그들은 늘 강조했다. 그것은 이제 세계의 언어였다.
생존 커뮤니티에서 운영하는 호송차를 타고 수현은 집에 돌아왔다. 창밖으로 좀비 시체가 득실했다.
“앞으로 5년 남았다. 그간 너무 많은 이들이 평등하다는 가치 아래 함께 숨 쉬었어. 역병을 피할 수 없는 것들이 도태되는 건 자연의 이치야. 그것이 열등 도태의 법칙이지. 좀비로 발버둥 치는 걸 둘 순 없는 거다. 살 가치가 있는 시민들은 살아야 해. 우린 후세에게 살 법한 세상을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
집에 들어온 수현을 보며 그의 아버지가 말했다.
수현은 역병이 돌기 전에 존재한 전 세계 일상 사진을 인터넷 검색으로 찾으려 했다. 이제 막 생존 커뮤니티 밖의 세상을 깨달은 수현에겐 그런 궁금증이 싹텄다. 하지만 그것들은 검색되지 않았다. 모든 것은 통제돼 삭제된 지 오래였다. 디지털 기록물을 없애는 건 그렇게 손쉬웠다. 검색창에 '좀비'를 입력했을 때 나오는 건 아까 본 좀비 사진과 계획된 30년 중 얼마나 남았는지 헤아리는 카운팅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