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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정은 Oct 23. 2021

여자- 약하지만 나서야 한다면

- 여자라고 무시하지 말라.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일 중 하나는 운전이다.

장롱면허로 지낸 지 몇 년 만에 아이를 핑계로 운전대를 잡았다.

비상금 몇 십만 원을 털어 연수를 받았지만 운전대만 잡으면 신경이 곤두섰다.

어느 날 아이유치원을 데려다주고 오는데 차선 변경을 하지 못해서 고가 도로를 타고 통행료까지 지불하는 아픔을 감수해야 했다.

그날 나는 나를 한심하게 여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운전 실력은 날이 갈수록 늘기는커녕 욕까지 얻어먹었다.

차선을 변경해 말어? 뒤에 차가 너무 바짝 오는데.. 어떡해야 하나 안절부절못한 순간

차선을 살짝 넘어갔나 보다.

내 뒤에 오는 아저씨는 빵빵 클랙슨을 울렸고 창문을 열며 나에게 욕을 해댔다.

식은땀이 어찌나 나던지 그날 이후 나는 버스를 타고 다녔다.

차를 무서워한 건 학창 시절 교통사고 난 후유증 탓이라 생각해 보지만 그러기엔 핑계가 너무 컸다.

여자가 집에서 밥이나 하지 못하는 운전은 왜 하냐?

이런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운전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러나 나의 상황은 늘 나를 운전을 하게 만들었다.

아이들 유치원은 병설이라 차량 운행이 안되고, 내가 다니는 직장은 버스가 1시간에 한 대 꼴로 오기에 어떻게든 차를 끌고 다녀야 했다.

몇 번의 욕도 얻어먹고 벽에 부딪치기도 하며 현재는 차를 몰고 다닌다.

지금도 운전이 가장 무섭다.

어느 날 시댁 가는 길에 신랑이 네가 운전하고 가봐.

나는 발끈하며 뭐라고?

나 못해..

직장이랑 애들 유치원만 겨우 할 수 있단 말이야..

신랑은 기가 차는지 그러니깐 새로운 길도 익혀야지..

아니야, 내가 위험하게 운전을 해야 하는데..

당신 있을 때는 당신이 직접 하면 되잖아..

언제까지 옆에 앉아만 있을래? 라며 한심스럽게 나를 쳐다봤다.

솔직히 신랑 앞에서 자신 있게 하고 싶었으나 1시간 거리를 운전하는 게 두려웠다.

그 후 나는 지금도 장거리 운전은 손사래를 친다.

한 번씩 신랑은 도전을 해보라며 큰소리치지만 나는 당당하게 말한다.

사람마다 두려운 게 하나씩은 있다고..

여자라고 지금 무시하는 거냐고?

나는 운전 빼고는 다른 건 남자들보다 더 잘한다.

무거운 짐도 거뜬히 들고, 자전거도 남자들보다 더 잘 탄다.

여자라고 절대 약한 척하지 않는다.

다만 운전대 앞에서 만큼은 연약한 사람이 되고 만다.

최근 다녔던 직장에서는 운전이 필수였다.

다른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들은 운전을 돌아가면서 했다.

나는 당당하게 면접 때 말했다.

운전은 못하지만 남들보다 도전 끈기 열정은 뛰어나다고..

어떻게 해서 운전은 안 하게 됐지만 남들보다 일은 두배로 했다.

물론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에게 두려운 걸 강제로 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남들보다 뛰어난 정리정돈이나 청소는 내 몫이었다.

누가 보면 하기 싫은 일이지만 나는 늘 앞장서서 했다.

어질러져있는 책상, 먼지 등은 내가 앞장서서 닦았다.

사람마다 부족하고 두려운 일들은 있기 마련이다.

반면 남들보다 잘하는 강점도 있기 마련이다.

여자라고 무시하지 말라.

남자들보다 힘이 좋아서 장 볼 때 큰 박스 들고 나르고, 꼼꼼한 성격 탓에 책상 위는 늘 깔끔하고, 부지런해서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도 나는 여자라서...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새벽부터 자전거를 탔다.

언젠가는 철인 3종 경기에 나가고 싶다.

운전대는 잡지 못하지만 또 아는가?

철인 3종 경기에 우승할지..

나는 두려운 내 단점을 당당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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