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큰 게 죄는 아니다.
여자들은 결혼하면 왜 목소리가 커질까?
나는 학창 시절 선생님이 늘 말했다.
목소리 좀 크게 말하라고..
자신감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큰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그렇게 직장생활 동안도 여성스러운 목소리를 간직하며 살았다.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어쩜 목소리가 천생 여자야...라는 말이었다.
그런 내가 결혼 후 아이 셋을 키우면서 우렁찬 아저씨 목소리로 변했다.
변성기라고 하기엔 말도 안됐지만 여성스러운 목소리는 사라졌다.
아이들은 늘 나에게 엄마 조용히 좀 말해..
엄마 목소리 커서 내 귀가 떨어질 거 같아..
신랑 역시 옆집에서 다 듣겠다..
한 번은 안내 전화가 왔는데 나를 아저씨로 착각하듯 대화를 했다.
저기요.. 저 여자인데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뒤늦게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빴다.
이런 말까지 들으며 나는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작게 해야만 했다.
이것도 잠시뿐이었다.
다시 목소리가 커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나의 큰 목소리는 육아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조용한 내 목소리로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
조금씩 커진 목소리는 어느덧 지금은 옆집까지 들릴 정도가 돼버렸다.
어쩌면 나 역시도 육아 스트레스를 큰 목소리로 소리를 내질렀을지도 모른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엄마가 대장이야?
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유인즉슨 내 목소리가 커서 쩌렁쩌렁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오늘도 나는 일부러 여성스럽게 이야기해보지만 뭔가 어색했다.
어느덧 여성스러운 엄마들이 나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어쩜 말도 여성스럽게 하는지..
몇 번을 따라 해 봐도 내 적성에 맞질 않았다.
아이들은 엄마 평상시대로 말해.. 라며 웃지만 나는 오늘도 했니? 그랬구나.. 라며 최대한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그런 모습에 아이들은 닭살이라며 놀려댔지만 나도 한때는 가련한 여자였다.
목소리 큰 게 죄는 아니지만 요즘따라 나는 센티하다.
보호해주고 싶다는 가냘픈 여자에서 지금은 누군가를 보호해야만 하는 강한 엄마가 되었기에 말이다.
오늘도 우리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큰 목소리로 말했다.
학교 가서 선생님 말 잘 듣고, 손 잘 씻고, 마스크 잘 쓰라고 말이다.
내 큰 목소리는 아이 셋이 들리고도 쩌렁쩌렁 울렸다.
어느 날 마트를 다녀오다가 퇴근하는 신랑을 만났다.
건너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데 순간 나는 큰소리로 신랑의 이름을 외쳤다.
그 주위의 사람뿐 아니라 건너편의 사람들까지 일제히 나를 쳐다보는데 순간 나는 알았다.
내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를..
신랑은 나를 보며 기뻐하기보단 창피함에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버렸다.
뻘쭘한 나는 고개를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피했다.
그날 집에 와서 왜 갔냐고 물어보니 신랑의 한마디는 가관이었다.
내 목소리가 너무 커서 창피했다고..
주위 사람들이 일제히 쳐다보는데 본인이 괜히 쑥스럽더라고..
그래,, 다음부턴 조용히 부를게..라고 말했더니
그냥 아는 체 하지 말자며 웃는다.
목소리 큰 게 죄는 아닌데..
오늘도 나는 크게 외친다.
밥 먹을 시간이야...
얼마나 좋은가?
한 번만 말하면 다들 모이는데..
나를 합리화하며 사는 게 편하다.
누가 뭐라 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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