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정은 Oct 23. 2021

여자- 약하지만 나서야 한다면

-프로가 되자.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왕 하는 거라면..

사실 육아하면서 워킹맘이 되었을 때 주위에선 한 마디씩 했다.

아이가 중요한 시기에 왜 나가냐고..

허리띠 졸라매고 살면 되지..

맞는 말이다.

직장에 나가는 순간 나는 멘붕이었다.

일은 밀려있는데 아이는 전화로 엄마, 엄마를 찾았다.

그 순간 이렇게 나와서 일하는 게 맞나? 

나는 왜 맨날 바쁘게 뛰어다녀야 하나?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사나?

별별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서 하나둘 직장을 그만둔 워킹맘들도 보였고, 육아가 힘들다며 울상인 사람도 보였다.

어떤 선택을 했든 정답은 없다.

다만 내가 선택한 결정에 대해서는 프로가 되어야 한다.

육아 때문에 직장 그만둔 동료는 집에 있으니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다고 했고,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은 힘들어 죽겠다며 하소연했다.

그러다 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하루하루를 견디는 게 보였다.

나 역시도 결혼 후 지금까지 육아를 하면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중간중간 몇 개월 쉰 적도 있지만 그 시간은 나를 위한 선택한 시간이었다.

직장 다닐 때는 누가 뭐래도 최선을 다해 일했고, 집에 와서는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최선을 다했다.

물론 후회한 적도 있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건 프로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집에서 있는 전업 맘이 하루 종일 육아도 대충 집안 살림도 대충 하며 시간을 보낸다면 얼마나 허무할까?

자연스레 옆집 누구 엄마는 일도 하고 멋지게 사는 모습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전업맘이든 워킹맘이든 내가 있는 자리에서 프로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잘하는 게 프로가 아니라 자신의 계획을 완수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프로라 생각한다.

나는 늘 계획을 세우며 일을 한다.

쉬는 날에도 무조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단 오늘 하루의 계획을 세워서 시간을 보낸다.

습관적으로 어제의 자신보다 나은 오늘을 보내는 사람이 바로 프로다.

직장에서도 늘 짜증내고 피곤하다며 툴툴대는 사람보단 아무렇지 않게 일하는 사람이 프로다.

최근 나는 직장을 이직했다.

나이 어린 간호사들이 나에게 이것저것 지시하며 말할 때마다 기분이 살짝 나쁘다.

속으로 내가 몇 연차인 줄 알아?

싹수없게 어디서?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웃으며 네라고 대답한다.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내 일을 묵묵히 배우는 거..

이게 바로 프로다.

물론 자존심 상할 때도 많지만 일할 때만큼은 자존심도 던져 버린다.

왜냐면 내가 선택한 직장이기 때문이다.

아는 후배는 오늘도 나에게 하소연 중이다.

나이 어린 직장상사가 자기에게 잔소리를 했다면서 기분 나빠했다.

그럼 관둘 거야?

라고 물어보니 아니란다.

이만한 직장도 없다면서 

그러면 남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지 말자고 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말에 상처 받는 건 프로가 아니다.

프로라면 그 사람의 말에 자신의 감정이 흔들리면 안 된다.

그냥 듣고 한 귀로 흘러 보내면 된다.

머릿속에 맴돈다면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 잘난척하기는.. 이라며 속으로 생각하라.

나는 늘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

나이 어린 게 얼마나 내 앞에서 잘난 체 하고 싶었으면..

대신 그 앞에서는 네라고 대답한다.

집에 가면서는 훌훌 털어버린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라면서..

직장에 목매여 사는 사람들이라면서..

나는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리는 사람이니 너희들과 차원이 다르다면서..

최대한 나를 위해 좋게 생각한다.

프로로 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더 큰 생각을 그려본다.

사소한 것에 신경 쓰며 사는 삶은 아마추어가 하는 일이다.

여자라서 여자이기에 우리는 프로가 되어야 한다.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오늘도 나이 어린 직장동료가 나에게 뭔가를 지시했다.

웃으며 나는 대꾸했다.

이 정도는 선생님이 해도 될 거 같은데...

오늘은 제가 할게요..

진정한 프로는 귀 죽지 않는다.

여자라서.

유리심장이라서..

무서워서...

핑계를 대지 말고 당당하게 어깨를 펴보자..

나는 프로다..               

이전 16화 여자- 약하지만 나서야 한다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