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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정은 Oct 23. 2021

여자- 약하지만 나서야 한다면

-나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이유


학창 시절엔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반장 부반장이 되었다.

늘 앞에 서서 아이들에게 큰소리로 말하는 그 친구들을 보면서 한없이 부러웠다.

딱히 뛰어난 재능이 없었던 나는 피아노 학원에 가는 게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였다.

남들보다 조금은 더 열심히 치다 보니 어느 날 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그런다고 해도 학교에서의 리더는 공부 잘하는 친구, 엄마가 학부모회장인 경우가 인기가 많았다.

어린 마음에 늘 소심하게 살았던 터라 간호학과에 진학 후 목표라고 해봤자 대학병원의 입사가 끝이었다.

큰 병원에 입사하면 내 인생이 평탄할 줄만 알았다.

그렇게 몇 년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 인생은 더욱더 힘들었다.

따박따박 월급은 들어왔으나 내 마음은 늘 힘들었고 몸은 녹초가 되어 갔다.

다 이렇게 사는 거지... 라며 스스로 위로하며 직장에 목매다 보니 어느덧 책임감이라는 돌덩이가 나를 짓눌렀다.

일도 힘든데 책임감까지 안고 견디다 보니 어느 날 모든 걸 버리고 싶어졌다.

돈은 벌어야만 했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몇 년의 방황을 했고 이쪽저쪽 다른 길을 찾았다.

물론 그 길로 잘 들어갔다면 나는 지금 이 책을 쓰고 있진 않았을 거다.

반듯한 길이라 생각해서 갔더니 낭떠러지였고, 안정된 길이라 생각해서 갔더니 꽉 막혀있었다.

그렇게 나는 방황 끝에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 책이나 닥치는 대로 읽었다.

불행하다고 생각할 때, 외롭다고 생각할 때, 잠이 안 올 때 무조건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세상에 어떤 길도 평탄하지 않다는 걸..

안정된 길은 없다는 걸..

나만의 길로 그냥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는 걸..

그렇게 나는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했다.

하루에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판에 독서와 글쓰기는 사치일 수도 있으나 막상 해보니 오히려 나의 진정한 해우소가 되어주었다.

나 지금 잘 살고 있나?

나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이런 불안감을 잠재우며 잘하고 있다고..

사실 최근에 책을 출간했으나 나는 출간하면서도 느꼈다.

자신의 책을 소개하고 홍보하며 남에게 보여야만 한다는 걸..

지독하게 내가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남들 눈에 비치는 것이다.

동창, 학연, 지연으로 뭉친 우리나라에서 내가 설 곳은 없다.

나의 책이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것도 싫고 누군가의 눈에 잘 보이고 싶지가 않다.

최근 책을 출간한 선배는 나에게 늘 부탁한다.

유튜브 가서 좋아요 눌러주라고,, 자신이 쓴 글에 댓글 좀 달아주라고..

서평에 글 좀 써 달라고...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 몇만 부 팔리면 좋은가?

물론 좋겠지..

나는 책 출간한 건 오로지 나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것이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함도 아니고 누군가의 평가를 받기 위한 것도 아니다.

나 자신에게 나만의 길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나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나는 혼자서 묵묵히 썼다.

책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노력도 시간도 생각도 많아야 한다.

그걸 투자한 나는 스스로 나를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살고 있다.

오늘도 책을 쓰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왕 쓸 거라면 나를 위해서 쓰자.

오로지 나를 위해서..

다양한 인생의 길에서 나는 나만의 길로 가고자 한다.

남들은 나에게 묻는다.

왜 출근할 때 자전거를 타고 오냐고...

힘들게 출근을 하냐고..

자차를 타고 오면 금방 올 텐데..

라며 소곤거린다.

그들은 알지 못한다.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보이는 주위의 풍경을..

바람 냄새를..

나의 길을..

나는 오늘도 나를 업그레이드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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