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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정은 Oct 23. 2021

여자- 약하지만 나서야 한다면

-내 권리를 당당히 찾자.


당당하게 살아야지... 가 내 인생 목표였는데 어느 날 바라본 내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결혼 후 출산과 함께 찾아온 산후 우울증, 당당했던 직장생활에서의 퇴사, 하루 종일 독박 육아로 보낸 시간들은 나의 자존감을 급 하향시켰다.

늘어진 살들, 기미로 뒤덮은 피부, 백발마녀가 된 흰머리는 더 이상 내가 당당하게 세상에 나갈 수가 없었다.

육아를 핑계로 나는 십 년 가까운 세월을 가장 편한 옷차림과 똥머리 그리고 샘플 로션으로 살았다.

나도 당당한 직장인이었는데.. 라며 과거를 회상해보지만 그럴수록 나는 비참해졌다.

하루 종일 싱크대 앞에서 돌 밥 돌간을 하고 아이들의 짜증을 받아주며 가장으로서 고생한 신랑의 비위까지 맞춰주다 보니 어느 날 주부로서 번 아웃이 되었다.

왜 결혼을 안 하려고 하는지 이유를 알겠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을 때 나는 자전거를 타고 쉼 없이 달렸다.

1시간가량 달린 후 도착한 넓은 바다를 보며 엄마 노릇 아내 노릇 며느리 노릇 하느라 애쓴 나 자신을 뒤돌아 봤다.

그리고 왜 이렇게 의기소침하게 사는지 나 자신이 초라했다.

과거에 빠져 허우적대며 결코 돌아오지도 않을 날들을 그리워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나는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내 권리를 당당히 찾겠어..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에게 엄마는 앞으로 공부도 해야 하고 바쁘게 살 거야..

너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너희가 하고 밥도 스스로 차려서 먹자.

그리고 남편에게도 될 수 있는 저녁은 회사에서 먹고 오도록 했다.

조금은 나를 찾기 위한 과정에 실수도 있었고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나는 당당하게 나의 권리를 찾았다.

새로 입사한 직장에서는 나의 과거 커리어를 당당히 이야기하며 정당한 월급을 제시했고, 독서를 하면서 마음의 양식을 쌓았으며 무엇보다 책을 쓰면서 나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게 되었다.

지금 이 책을 쓰면서도 나는 당당하다.

일하는 엄마, 일하는 아내, 책 쓰는 엄마, 책 쓰는 아내, 공부하는 엄마, 공부하는 아내, 독서하는 엄마, 독서하는 아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나는 직장에서도 당당하려고 애쓴다.

잘난 체가 아닌 배우려는 적극적인 자세, 과거엔 말이야 라며 들춰내기보단 겸손하게 수용하는 자세 무엇보다 자신감을 갖으려고 한다.

한때는 자신감이 없어서 내가 제일 불행한 줄 알았다.

맞는 옷이 없어서 고무줄 하나로 몇 년을 버텼고, 정신적인 우울증은 내 친구가 돼버렸고, 육아는 서툴러서 아이에게 나쁜 엄마라고 생각했다.

왜 나만 힘들어야 하냐며 신랑에게 화풀이를 해댔고, 그런 신랑 역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자신감이 부족했다는 것을..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는 것을..

지금은 자신감을 회복 중이다.

나는 하루에 얼마 버는 사람이야.. 나는 전문직이야.. 나는 책도 쓰는 사람이야..

나는 일주일에 한 권씩 책도 읽어.. 나는 부지런한 사람이야..

스스로 나를 칭찬하고 인정한다.

그리고 당당하게 세상에 나서려고 한다.

하루에 딱 한 가지 라도 나는 나를 칭찬하려고 한다.

하찮은 것조차도 나에겐 소중하다.

오늘도 나는 글을 쓰고 있다.

부지런한 성격 탓에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나 자신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가슴을 펴고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때론 상처 받아서 가슴이 펴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외친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그리고 당당하게 살 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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