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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august Apr 24. 2022

#5 이민 첫날.



방콕 택시안. 공항가는길





 드디어 방콕에서 멜버른으로 떠난다.

남아 있던 방콕 잔돈을 다 털어 방콕 공항 카페에서 아이스라테를 두 잔 시켰다.

정확한 날짜가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지금 사진 속 티켓을 보니 2017년 4월 10일이었다. 방콕에서 멜버른으로 저녁 비행기를 탔었고, 가는 동안 내내 목이 이리저리 꺾여가며 지탱되는 대로 잠을 잤다.




 드디어 호주에 도착. 멜버른은 아침이었다. 남편은 영주권자여서 원웨이 티켓으로 입국해도 상관없었지만, 나는 관광비자로 입국하기 때문에 리턴 티켓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왕복으로 티켓을 끊은 후 호주에 입국한 다음, 나중에 무료 취소기간 안에 한국행 티켓을 취소해야 했다. 일단 나는 관광객으로 무탈하게 멜버른으로 입국하게 되었다. 큰 캐리어 2개 작은 캐리어 1개 나와 남편의 짐가방 하나 그리고 랩탑 가방. 그게 전부였다. 공항을 빠져나왔는데 우리를 반겨주는 아는 사람은 없다. 이제부터 정말 이민 시작이다.


 일단 멜버른 시티로 향하는 skybus부터 타야 했다. 그때부터 남편은 내 옆이 아닌 내 앞에 서기 시작했다. 버스 티켓부터 남편이 내 앞에 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입도 떼지 못했던 나의 영어실력. 개떡같이 말해도 눈치로도 알아는 들을 수 있겠지만, 내 용기가 영어실력보다 더 개떡이었다. 혼자라고 생각하고 하면 되었을 텐데, 내 앞에 서있는 남편을 계속 키다리 아저씨처럼 우러러 쳐다보며 따라다녔다.



 멜버른 시티. 수많은 역들이 교차하는 Southern cross 역에 내렸다. 그리고 우버택시를 불렀다. 목적지는 에어비엔비로 미리 예약해놓은 North Richmond라는 지역의 새로 생긴 아파트. 2 bed 2 bath 아파트에서 우리는 1 bed 1 bath를 2주간 렌트했다. 나에겐 생소한 셰어 시스템이었다. 셰어 생들은 종종 거실도 파티션으로 나눠서 쓰기도 한다는 남편의 말에 그렇게 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고 눈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니, 그렇게까지 생활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지. 나에게 선택지가 있다는 것에 사실 감사해야 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런 용기가 없는 내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했다.




우리가 2주간 살았던 아파트


 이민 오자마자 역경을 겪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에어비앤비에서 첫 숙소를 고를 때는 그래도 괜찮아 보이는 곳으로 예약해야겠다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호스트가 옆방에서 같이 살긴 했지만 굉장히 나이스 했고 함께 사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했다. 아파트의 헬스장과 수영장은 물론 밤에 자쿠지도 이용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내가 살던 충청북도 진천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어메니티의 맛이랄까. 이때 처음 사용해 본 밀레 건조기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첫날은 숙소에 짐을 내려놓자마자 은행 업무를 위해 트램을 타고 시티로 향했다. 멜버른에는 지상에 열차처럼 다니는 트램이라는 게 있는데, 시티 중앙에서부터 근처 지역까지 이동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중교통이다.


첫날의 멜번시티모습

 트램을 타고 다닐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이 트램과 같이 시티의 좁디좁은 길을 공유하며 자차를 이용할 때는 길이 어려워서 진땀을 뺐었다. (특히 훅턴*은 아직도 긴장된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나중에 우리의 생활권은 트램이 다닐 수 있는 지역을 벗어 난 곳이어서 한가롭게 운전을 하고 다닐 수 있었다.


 시티에서 휴대폰 번호를 만들고 은행에 가서 남편 이름과 내 이름으로 어카운트를 개설하고 체크카드를 발급받았다. 한국처럼 일이 빠르지 않아서 통장 하나 개설하는데 3시간을 쓴 거 같다. 배가 고파 쓰러질 지경이었다. 남편이 유학시절 시티에서 제일 좋아했던 식당으로 나를 데려갔다.




melbourne city . Rose garden

이미 실내석은 만석. 좁은 인도길 위에 마련된 바깥 자리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과 나의 메뉴를 공유하며 먹었지만, 세상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지금도 그리운 맛.

 호주는 대표적인 음식이라고는 피시 앤 칩스뿐이지만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이민을 와서 살기 때문에 각 나라의 현지 음식을 거의 본토 맛 그대로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쌀국수는 한국에서 먹던 쌀국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호주 여행 오시는 분들은 한 끼 정도는 잘한다는 쌀국수집에가서  맛보시길 꼭 추천드린다.


휴대폰도 개통했고 은행에 내 계좌도 있다. 맛있는 것도 먹고 겪어본 적 없던 말고 화창한 날씨.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지만. 발아래 큰 낭떠러지를 두고 유리 바닥 위에 서 있는 듯한 불안함은 뭘까. 아래를 쳐다보고 있으면 두려움이 감당이 안되지만 저 멀리 푸른 초원과 파란 하늘을 보면 좀 나아지는 그런 상황.

 진짜로 멜버른에서 이민자로 살면서  자연환경에 취해 현실을 위로받은 적이 정말 많았다. 지금 계속 호주가 생각나는 것도 그 이유가 정말 크다. 날씨, 자연환경이라는 것은 너무 추상적인 이유가 아닐까 하지만, 살아보기 전에는 모른다. 인간이라면 푸르고 초록 초록한 것들을 보며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seaford beach
한 여름에 자주 갔던 sixteen beach
아파트 발코니에서. hampton
집앞공원 남편 보리 두아 나 우리 네가족
푸르른거 뒤에 푸르른거


이런 축복받은 땅에서 나는 이제 뭘 해 먹고살아야 할까. 아니 우선 당장 어디서 살아야 할까. 2주 동안 에어비앤비 아파트에서 지내면서 우리는 무조건 집을 구해야 한다. 다음 편은 하드코어였던 멜버른에서 집 구하기 편이 이어진다.
















나의 호주 안내서


*훅턴(Hookturns)


 호주는 운전 시 한국과는 반대 방향으로 주행한다. 그래서 우회전을 할 때는 신호를 받고 움직여야 하는데 트램과 차도를 공유하는 시티에서는 훅턴으로 우회전을 해야 하는 곳이 종종 있다. 혹시 멜버른 시티를 차로 갈 일이 있다면 꼭 알아두면 좋은 정보라 공유해보려 한다.


Hook turns

You must make a hook turn at intersections that have a ‘Right Turn from Left Only’ hook turn sign.

A hook turn is a right hand turn you make from the left hand lane.

To do a hook turn you must follow these steps.  

Approach and enter the intersection from the far left hand lane and have your right indicator on.


Move forward to the other side of the intersection, keeping as near as possible to the left of the intersection and clear of any pedestrian crossings.


Stay stopped until the traffic lights on the road you are turning into have turned green.


Turn right into the road.



https://youtu.be/Yh92LirlCf8

performing a hook t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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