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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왕고래 Oct 20. 2020

장녀는 울지 못한다.

모두의 발길이 줄어든 새벽녘. 

가족들이 하나둘 눕기 시작했다. 

장례식장 바닥 아무 곳에나 몸을 뉘이고, 모두 조금이나마 쪽잠에 들었다. 


그러다 살짝 잠에서 깼다. 외할아버지의 영정사진 쪽을 바라보니 어머니가 여태 일어나 계셨다. 상복에 있는 검은 저고리의 리본 끈. 그것을 얼굴로 가져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있는 어머니가 보였다. 나는 몸을 일으키지도 않고 가만히 누워서 그 장면을 꿈뻑꿈뻑 바라봤다. 어머니의 표정은 굳어있었고 얼굴에서는 오직 눈물만 흐르는, 그런 모습이 한 동안 계속됐다.


입구 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외삼촌 가족들이 도착했다. 멀리 지내고 계셔서 오는 길이 늦어진 것이다. 그러자 어머니는 금세 멀쩡한 말투로 '오느라 고생했다' 따위의 말을 건네며 덤덤히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조용히 긴 장례식을 지켜봤다. 도착한 외삼촌과 다른 가족들 모두 한참을 눈물 흘리며 슬픔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장녀는 새벽마다 소리 없이 울고 있던 것이다. 혼자서 삼키는 눈물은 울부짖음과는 달리, 티가 나지 않는다. 하여 누구도 어머니를 다른 이들처럼 위로해주지는 못한 것 같았다. 사실 나도 주저했다. 어쩌면, 섣부른 내 위로가 중심을 잡으려고 하는 저 장녀의 피땀어린 노력을 흐트러놓을 것도 같아서다. 그런 생각이 있은 후에 그저 가만히 어머니의 곁만 지켰다. 


장녀는 울지 못한다. 

내가 지금껏 지켜본 어머니가 그러했다. 


며칠간의 장례식. 새벽마다 불편한 잠자리에서 잠시 잠이 깰 때면, 나는 조용히 할아버지 쪽을 바라봤다.  

그렇게 혼자 눈물을 한 줌 한 줌 흘려보내는 어머니의 모습을 고스란히 가슴에 담았다.


줄곧 흐르는 물줄기에 저고리의 리본이 끝에서 끝으로 계속 교대하고 있었다.

다시 모두가 잠에서 깨면 변함없는 표정으로 버팀목이 되어주는 장녀의 모습이 보인다.


상복 저고리에 젖어든 눈물은 검은색에 묻혀 전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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