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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왕고래 Oct 24. 2020

'돈 빌려줄 때' 꼭 피해야 할 유형

돈, 빌려주지 마세요. 차라리 길에 버리세요!

"열 놈 돈 빌려주면 여덟아홉은 지들이 갑인 줄 안다."


할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어렸을 땐 아니라고 부정하던 어른들의 말이, 왜 자꾸 맞아떨어지는지 우울하다.


돈, 빌려갔으면 인간적으로 매너는 지켜주세요.


돈을 빌려가고 나서 일말의 '고마움'이나 '미안함'을 표현하기는커녕, 빌려준 이들을 울화통 터지게 만드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사회에 뛰어들어보니 직접적으로 겪은 자들도 있고, 주변의 피해(?)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습득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유형들은 다음과 같다.


1) 깜빡이

- 돈 빌려갔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렸다'는 핑계로 부정하는 환장하는 유형. 겪어보니 이들의 망각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된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의 건망증을 손수 고쳐가면서 내 돈을 받아야 하다니... 어쩌다 내가 이런 상황을 자초했나 자괴감이 든다. 


2) 배짱이

- 미안한데 지금은 돈이 없다는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놓는 유형. 도대체 경제관념을 어디에 두길래 감히 갚겠다는 날짜를 예측하고, 또 아주 명확하게 틀려버리는지 답답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대게 이 배짱이들은 갚고자 하는 '의지'가 결여되어 있다.


3) 할부맨

- 400만원을 빌려갔던 녀석이 하나 있다. 그 자는 어느날에는 10만원, 어느날에는 30만원 씩 부분적으로 돈을 갚아나갔다. 결국 하나하나 계산해야 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돈을 빌려가서 일거리까지 주는 정말 피곤한 유형이다. 정해진 날짜 / 정해진 금액도 아니고, 본인 멋대로니 계산 역시 쉽지 않다. 심지어는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갚았지?"라고 되묻는 경우까지 봤다. 


4) 적반하장

- 채무관계를 떠나서 내가 겪은 최악의 인간 유형 중 하나. 돈을 갚지 않은 채 유흥으로 펑펑 써대는 것을 목격한 내게, 되려 '뭐가 그리 급하냐, 팍팍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던 말종 같은 인간들. 쇼핑을 하며 SNS에 명품으로 도배를 하길래 이제 돈을 갚으라 말했더니, 내 지인들에게 '그 사람은 참 차갑더라'라고 얘기하며 자신의 채무관계는 언급하지 않고 못된 짓만 반복하던 놀라운 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 아주 많은 생각을 했다.


빌려준 이들은 빌려간 이들보다 더 많은 것을 기억한다.


깔끔하게 채무관계를 정리하는 바람직한 유형도 많다. 다만, 살다 보니 '빌려간 사람'은 그저 '내가 돈을 빌렸었다는 사실'만 인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빌려준 사람'은 '빌려간 시기' / '갚겠다고 얘기한 시점' / '빌려간 구체적인 금액' 등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다. 


빌려간 이들은 '아! 내가 돈을 다 갚았다!' 하고 해당 채무의 기억을 마무리 짓곤 한다. 

그런데 빌려준 이들은 사뭇 다른 것들을 기억하게 된다.


- 이 사람이 내 돈을 제 때 갚았는지

- 정확한 금액을 정리한 건지

- 빌려간 내 돈을 사용하며 '고마움' 내지 '미안함' 등의 마음을 잘 전달했는지(아주 중요하다) 등.


이밖에도 수많은 것들이 뒤엉켜 온갖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고스란히 빌려간 자들의 '신용평가' 데이터로 구축된다. 내 인생의 연결고리들을 선별하게 되는 중요한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사실 위 언급한 '미안함'이나 '고마움'만 적절히 표현해도 웬만하면 '빌려준 이'가 화나는 일은 없다. 다만, 이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매우 적다는 점이 아쉬울 뿐.


나도 모르게 내 돈을 빌려가는 사람들


아주 가까운 친구나 가족이라면, 잃는 셈 치고(혹은 그냥 준 셈 치고) 빌려주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사회생활이란 것이 맘처럼 쉽게 되던가. 직장에서든 / 혹은 모임에서든 꼭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아주 크지 않은 애매한 금액을 얘기하며 돈을 빌려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 먼저 내기 당구를 치자 해놓고, 지갑을 놓고 왔다며 다음에 진 게임 값을 내겠다고 얘기하는 선배

- 술자리에서 먼저 나보고 계산하면 바로 입금하겠다더니 오랫동안 드럽게 안 주는 모임원들

- 편의점에서 뭘 살 때마다 꼭 한 개씩 집은 뒤 나중에 갚겠다 얘기하는 직원(하지만 갚은 적 없다는 게 함정)


이런 류의 사람들 말이다. 이 작은 상황들에서도 열이 팍팍 오르는데 큰돈을 갚지 않으면 그 스트레스는 얼마나 크겠는가. 




대학을 들어가 직장에 다니기 직전만 하더라도 채무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채무관계'란 고작 천 원, 커봐야 단돈 몇만 원의 금액이 전부였다. 분식집이나 편의점에서 몇 백 원 빌리는 것이 다라면 다였을까. 사실 빌린다는 개념보다는 품앗이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맞겠다. "야! 500원만 꿔줘!"하고 받아간 돈이 다음날 떡볶이가 되어 돌아오기도 하고, 그다음 날 두고 온 체육복을 빌려준 대가가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점차 나이가 들다 보니, 이 채무관계들도 다방면으로 생긴다. 은행은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애증 같은 사이니 말할 것도 없다. 이것과는 별개로 돈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이 '인간관계'에서 발생한다. 그 당시 '오백 원'을 꿔달라던 친구는 '원' 앞에 '만'이라는 글자를 하나 더 붙여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딱한 사정이 생겼다는 지인들도 더러 나온다. 


할머니가 하시던 말씀이 기억난다. 

"돈을 빌려주려거든 그냥 길바닥에 버려라!"


점차 그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이 안쓰럽다.

여러분은 돈 함부로 빌려주지 마시고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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