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을 바라보는 퇴사자의 마음

by 대왕고래

2030 세대의 퇴사가 늘어난다고 한다. 한 직장에서의 근무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소식도 많이 들린다. 나 역시 몇 차례 퇴사와 이직의 경험들이 있어 남일 같지 않다. 퇴사 후, 그렇게 10여 년을 지내보니 전 직장을 바라보는 나의 오묘한 마음들이 이따금 소용돌이칠 때가 있다. 복잡 미묘한 이 감정들은 마치 헤어진 연인과도 같다.




직장이 내게 주던 소속감에 대한 '그리움'.


퇴사를 한 직후 한 동안 나는 꽤 불안했다. 포부도 당차게 나왔지만 모험심으로 선택한 이직의 결과가 마냥 내가 꿈꾸던 로망과 같지는 않았다. 수천 명이 근무하던 조직에서 빠져나온 뒤로 유난히 그리웠던 것. 그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그렇게나 경계하던 '소속감'이었다.


길을 배회할 때마다 나만 홀로인 듯한 느낌이 가득했다.

동일한 디자인의 신분증을 목에 걸고, 함께 모여 식사를 하러 가는 사람들. 콘퍼런스에서 같이 온 직장동료들과 논의 중인 한 무리. 지하철,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의 피곤에 쩌든 출근길 모습마저도 부러운 지경이었다. 남들 다 아는 직장에 다니던 내가 대다수 알지 못하는 일에 뛰어들자, 서서히 멀어지던 사람들의 기억도 여전하다.


이따금 그리움에 사무칠 때면 나는 남들 다 퇴근한 야심한 밤을 틈타 전 직장으로 갔다. 점심식사 후 동료들과 한 바퀴 돌던 산책길. 이제 그 길을 새벽에 홀로 걸으며 그리도 청승을 떨었다.




혹여 잘 지내고 있는지 늘 돌아보게 되는 '걱정'


비록 나름의 이유가 있어 스스로 발 벗고 나온 회사였음에도, 나는 늘 그곳을 돌아보았다.


언론에 비치는 전 직장의 좋은 일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가도, 좀 더 분발해야겠다는 비교와 약간의 질투심이 났다. 미디어에서 좋지 않은 기사가 쏟아질 때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 추억이 서려있는 곳인데 타인들이 무참하게 비난하는 것이 늘 마음이 아팠다. 함께 근무하던 이들의 걱정으로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정기인사철이 될 때마다 궁금한 것도 많았다. 내가 유난히 따르던 분들이 이번에는 승진이 되었는지, 혹여 이상한 곳으로 발령이 난 것은 아닌지…. 참 애틋한 마음이 가득하다.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주었던 '고마움'.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다니게 된 전 직장은 어마어마한 기억들을 남겨놓았다.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직장에 쏟았다. 그렇게 수년간 그 어떤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공유했던 사람들, 그리고 한 장소. 이 모든 것들은 분명 내 삶의 많은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회사라는 곳에 담겨있는 다양한 삶의 책들을 살펴보면, 단편집도 있고 장편소설도 있다. 어떤 이의 삶은 시처럼 쓰이기도 했고, 또 어떤 이의 삶은 스릴러 장르의 소설처럼 남기도 했겠지.


나는 이곳에 짧은 단편 소설을 하나 적어두고 나왔다.

그리고 여전히 이곳에서, 각자의 페이지를 작성하고 있는 수많은 작가들을 만나는 중이다. 이따금 방문할 때마다 부쩍 늘어난 모두의 페이지들을 읽으면서 참 많은 것들을 배운다.


바로 이곳, 내가 퇴사한 전 직장.

여기에는 내가 적어둔 미숙한 첫 단편 소설 따위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그들은 이제 다른 곳에서 작성하고 있는 내 두 번째 작품에도 열렬한 응원과 관심을 보내주고 있다.


그래, 나는 이곳에서 참 많은 장면을 남길 수 있어 참으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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