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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May 20. 2024

우리집 특별한 자랑편지

아이들 어깨가 으쓱합니다.


아구 이쁘다

어제 아이와 시내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제법 더운 오후,

아침부터 집을 나서서 전시회 하나 보고 한참을 걷은 후라 아이는 기진맥진 지쳐있었답니다.

울상이 돼서 대체 얼마나 더 걸어야 하냐고 투덜투덜 거리는 참이었는데.

'아구 이쁘다.'

그늘에서 걸음을 쉬어가시던 할머니께는 아이를 보면 쌩긋 웃어주셨어요.

그저 아이 존재만으로도 어여삐 보셨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말씀드리고 지나오는데 아이가 묻네요.

'엄마, 왜 이뻐, 뭐가 이뻐?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

공짜로 칭찬을 들어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멋쩍었나 봅니다.

'아이들은 뭘 해도 귀하고 이쁜 거야. 그냥 존재만으로도. 엄마도 그냥 널 보기만 해도 좋아.'

이해가 되지는 않았겠지만 귀하고 중하다 하니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터덜터덜 억지로 걷던 발걸음이 갑자기 새털처럼 가벼워져서는 남은 거리는 엇박자로 겅중겅중 뛰어가면서 날 듯 걸었습니다.



특별한 자랑편지


한없이 사랑하는 내 아이.

무엇을 준대도 내어줄 수 없는 중한 아이.

귀하디 귀한 내 아이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자꾸 차오릅니다.

그래서 결과가 좋았으면 하는 마음이 밖으로 새어 나와 잔소리가 되어 버립니다.

내게 정말 소중해서 남에게도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하는 욕심이 자라나네요.

그래서 잘하는 걸 찾기보다 못하는 것을 채워주고 싶어서 지적을 하게 됩니다.  

밥만 잘 먹어도 칭찬을 해주었는데 그 자리를 자꾸 잔소리와 지적이 채워갑니다.

하루 종일 내 소중한 아이를 쫓아다니며 온갖 부정의 말과 찝어내는 말만 늘어놓는 저를 발견한 어느 날 아이들의 자랑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벽에 붙어두었어요.

(이걸 써둔 지 벌써 3년 가까이 되어서 다른 부분이 있음을 감안해 주세요 ^^)



우리 아들은
매일 엄마를 안아주고, 엄마가 좋다고 말해준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엄마의 좋은 책 친구가 되어준다
엄마와의 매일 집공부 약속을 3년째 노력하며 이어왔다 (현재 6년 차)
항상 골고루 먹고 버섯, 야채, 편식 없이 잘 먹는다
매일 태권도를 다닌 지 4년. 2품 유단자 (이제 7단, 3품 유품자)
역사를 좋아하고 늘 역사책을 읽으며 성장하고 있다 (사실과 바람이 섞여있네요 ㅋ)
수학적 사고력이 뛰어나고 직관력이 있다
감정의 뒤끝이 없고 자기감정회복능력이 뛰어나다
동생이 먼저 때리고 싸움을 걸어도 져주는 오빠다
HME, 한능검 등의 시험에 자발적으로 응시하는 똘똘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한 시간 고민해서 답을 찾아내는 집착력
오직 집공부 만으로 공부하지만 잘 따라와 주는 고마운 아들
하기 싫어했던 피아노 레슨 1년을 유지하며 매일 노력하는 중
게임, 스마트폰, 유튜브 사용 시간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함(
(이건 상당 부분 배신을 당해서 필히 고쳐야겠습니다 ㅋㅋ)

엄마에게 세상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들 ★★이


우리 딸은
눈 뜨면 가장 먼저 엄마를 안아주는 사랑둥이 (여전히)
엄마랑 책 읽을 때 까르르 웃는 웃음에 사랑이 넘친다.
그림으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고 대단히 정확하다.
관찰력과 기억력이 뛰어나다.
목표를 세우고 해내겠다는 추진력과 의지가 대단하다.
글씨를 예쁘게 쓰고 더 잘 쓰고자 노력한다.
창의적인 이야기꾼. 대단한 동화작가가 될 듯 (딸아이의 꿈이 동화작가입니다)
엄마와 집공부하는 걸 즐기고 배움에 늘 긍정적이다.
스스로 책을 읽고 역사에 관심이 많다.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항상 노력한다.
먹기 싫은 반찬도 조금이라도 먹어보려고 시도한다.
엄청난 달리기 대장
팔힘이 세서 정말 엄마는 이길 수가 없다.
사랑스러운 눈웃음이면 모든 세상 근심이 사라진다.

엄마에게 세상 소중하고 사랑하는 ☆☆이
우리집 자랑편지
엄마가 뭘 붙여 둔 건가 진지하게 보는 아들
엄마 정말 내가 이래? 라고 물으면서 읽는 따님



요즘은 글이 아닌 말로 표현합니다.

잘 뛴다, 잘 먹네, 이쁘다, 사랑한다, 양말 치워줘서 고맙다, 같이 책 읽어서 좋다, 오늘 옷이 잘 어울린다 등등 매일매일 순간순간 긍정의 마음을 아이에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잔소리와 지적을 접어두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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