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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종 Dec 06. 2021

개구리 죽이기





 여름이라는 섬(Leave Me in Summer)



 31. 개구리 죽이기



 그녀의 손이 내 밑으로 내려갔다. 아랫배와 그곳 사이에 멈춘 손이 조금 더 내려가 주기를 원했지만 그녀는 모르는 척 배를 쓰다듬었다.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분간할 수 없었다. 시계라도 하나 달려 있으면 좋았을 텐데. 거울을 치우며 시계도 다 떼 버린 걸까. 그녀의 손이 다시 그곳을 돌아 위로 올라왔다. 나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건 아닐까.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머리가 멍했다.

 “언제 깼어요.”

 “한참 전에.”

 “왜 안 깨웠어요.”

 “잘 자길래.”

 그녀에게로 몸을 기울여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속옷을 입지 않은 그녀의 몸은 매끄러워서 아무런 걸림이 없었다. 등허리의 근육과 척추가 있을 자리에 움푹 들어간 구멍, 나는 그곳을 만지고 있었다. 그녀의 몸이 부드러워서 내 손은 멈출 곳을 찾지 못했다. 새어 나온 콧김이 내 입술에 닿는다. 다시 그녀와 잠들고 싶다. 다시 까마득한 고요 속으로 빠져들고 싶다. 나도, 그녀도, 이 방도, 이 섬도 다 잊고 싶다. 그러면 비로소 그 순간의 나를 잠들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잠들었다는 것은 다 잊은 게 아닐까. 기억하지 못하는 장소와 잊힌 일들, 그들을 모두 잠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의 우리도 단 한 번의 낮잠일지도 모른다. 달콤한 낮잠을 자는 것이다. 그날 밤도 시간을 알 수 없는 지금도 우리가 한 데 포개어진 한낱 꿈일지 모른다. 창틀을 넘어온 능소화가 어둠 속 한 점으로부터 피어난다.

 부끄럽게도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고 느꼈다. 그녀의 몸이 아니라 그녀를 사랑한다고 느꼈다. 그녀의 윗입술을 물고 그 안에 숨겨진 혀를 찾았다. 그것은 눈으로는 찾을 수 없고 오로지 혀로만 찾아내야 했다. 하지만 그녀가 감춰둔 혀를 내밀었기에 나는 그걸 찾아낼 수 있었다. 그녀가 주지 않는 한 나는 그것을 가질 수 없었다.

 내가 그녀에게 매여 있음을 알았다. 그녀는 내게 매여 있지 않았다. 매달린 사람은 나였다. 나는 사냥꾼이 아니라 표적이었다.

 그녀가 처음부터 나를 노린 걸까.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 아파서 지나치게 솔직했던 것뿐이다. 누구에게도 매이지 않은 그녀의 혀가 자유로이 내 입속을 돌아다닌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길이 되고 목적이 되었다. 내 혀는 그녀가 찾아온 곳을 뒤늦게 따라다니며 그녀가 남기고 간 흔적을 치우느라 바빴다. 어느새 나비처럼 내 몸을 뒤지는 그녀의 혀가, 가슴에 닿은 그녀의 코끝이, 유두의 끝을 잡아당기는 그녀의 손가락이, 엉덩이 아래로 내려온 그녀의 허벅지가 나를 이불처럼 감싸 안는다. 이제는 잠이 다 깨어버렸다.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쥐고 그녀의 몸을 안아 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뿐이므로, 이보다 더 나아가려면 나도 그녀의 몸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녀와 눈을 맞추고 싶었다. 손을 들어 그녀의 목 뒤를 주물렀다. 몸에서 혀를 뗀 그녀가 내 가슴에 얼굴을 기댄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듯했다. 하지만 얼마나 더 멀리 갈 수 있을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부풀어 올랐던 마음이 어느새 하염없이 가라앉았다. 잠에서 깬 내게 남은 건 어둡지만 선명한 현실이다. 울적한 마음을 감추고 싶어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손이라는 게 있어서 참 좋지 않아요?”

 “왜 그렇게 생각했어?”

 “손이 있으니까 이렇게 등을 만질 수 있잖아요. 누나도 지금처럼 나를 만질 수 있고.”

 물러선 그녀의 손을 가져와 다시 내 아래로 가져간다. 그녀의 손이 지금처럼 계속 그곳에 머물러 주면 좋겠다. 그녀가 내 마음을 아는 것처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시 그녀의 입술로 다가섰다가 물러나고, 너무 밀착하지 않도록 엉덩이를 뒤로 뺀 다음 그녀의 입술을 핥는다. 이번에는 혀를 넣지 않고, 부드러운 살갗의 스침만 남기고.

 이래도 되는 걸까. 하지만 이것은 내가 원한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우리의 바람과 서로의 필요를 생각했다. 그녀와 내가 필요로 하는 것과 원하는 것들을 생각했다. 둘은 서로 달랐다. 그녀는 나를 원하기보다 필요로 했던 것이 아닐까. 나는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다만 간절히 원했을 뿐이다.

 수평선 끝으로 노를 젓는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녀에게는 출발지와 도착지가 있었다. 그녀는 표류하던 사람이 아니라 잠시 경로를 이탈한 사람일 뿐이었다. 간신히 도착해보니 그런 것이다.

 내게는 출발지가 없었다. 목적지도 없었다. 내가 가진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젊음과 선명한 욕망뿐이었다. 다시 떠나야 할 운명이었다. 그러다 실수로 혀를 집어넣었다.

 “그만 좀 넣어.”

 “별로예요?”

 “강약이 있어야지.”

 강약 중강 약. 덩기덕 쿵더러러. 어디서 주워들은 국악의 리듬을 떠올린다. 이게 도움이 될까.

 “누나도 그냥 만지잖아요.”

 “뭐라고?”

 흥하고 손을 뗀다. 아쉬워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지만 완강히 거부한다. 너무 까탈스럽다. 마음이 안 맞아도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그녀를 원하기에 그녀의 마음에 맞추어야 했다. 그녀에게는 한때 내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안 해줘.”

 “치사하네.”

 바로 누운 그녀의 귓불을 핥는다.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주무른다. 누운 탓에 넓게 퍼진 가슴을 그녀가 양손으로 좁혀 모은다. 아이처럼 신난 얼굴로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나는 개구쟁이 하나와 침대에 누워있다.

 “이렇게 하면 커져.”

 “대단해.”

 “가슴을 만지는 게 좋아?”

 “아니, 그냥 그래요.”

 “그럼 왜 만지는 거야?”

 “손 둘 곳이 없어서?”

 “그럼 만지지 마.”

 찰싹하고 손등을 때린다. 내 손은 갈 곳을 잃어버렸다. 모아 쥔 팔꿈치로 다가갔다가 옆구리를 돌았다가 엉덩이를 거쳐 다시 배 위로 올라온다. 물렁물렁한 배, 그동안 옷으로 숨겨온 살집이 드러난 이곳을 무심코 핀셋처럼 손을 모아 집는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어차피 손은 잡고 만지라고 주어진 게 아닌가.

 “거긴 손대지 말랬지.”

 금역이 너무 많았다. 나이 든 여자도 까다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왼팔을 들어 그녀의 베개맡에 두었다. 알아서 머리를 든 그녀가 내 팔을 자기의 목 밑으로 끌어당겼다. 팔베개를 한 채 그녀와 더 가까워졌다. 이제 손은 그녀의 엉덩이 아래로 들어가고 입술은 그녀의 어깨뼈를 핥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팔 하나에 그녀의 몸이 안기는 자세. 오른손으로 그녀의 몸 어디든 만질 수 있는 자세. 그녀의 몸이 따뜻해서 나는 더 세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우리는 자고 있었다. 자고 있다니 얼마나 야릇한 표현일까. 잔 것도 아니고 잘 것도 아니고 자고 있다니. 섹스한다거나 관계한다는 말보다 잔다는 말이 더 좋았다. 섹스는 너무 구체적이었고 관계는 너무 소심해 보였다.

 ‘너랑 자고 싶어. 나랑 잘래?’

 나는 그 말의 어감이 좋았다. 자고 싶다는 바람, 자게 해달라는 부탁, 자고 가라는 허락, 나도 너와 자고 싶다는 우연한 마음의 일치. 우리는 잠을 자기도 했지만 정말 자고 있기도 했다. 그녀와 내 입술이 맞닿고 그녀의 귓불을 빨며 쇄골에 붙은 살갗을 문지르고 가슴으로 내려가 그 끝을 돌아 팔과 옆구리, 그녀의 목에 닿은 뒤 내가 남겨둔 곳들을 다시금 방문하고 돌아온 내가 그녀의 눈높이로 올라오는 일. 그런 일은 섹스나 관계보다는 자고 있다는 말에 어울렸다.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손을 떠난 일이다.

 “하고 싶은 거 없어요?”

 “하고 싶은 거?”

 “응, 하고 싶은 거.”

 “없어.”

 어둠 속 그녀가 나를 향해 말했다. 깜박이는 눈꺼풀이 나타났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 그녀가 있다는 걸 안다. 나를 만지고 내가 만지는 그녀가 지금 그곳에 있다는 걸 온몸으로 알고 있었다.

 더는 확인하지 않기로 했다. 콧김으로 존재하는 그녀가, 손끝으로 만져지는 그녀가, 내 밑을 쓰다듬는 그녀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더는 확인하지 않기로 했다. 감각과 기억은 서로 구분되지 않았다. 기억은 감각으로 남고 감각은 기억으로 떠올랐다. 둘은 무엇이 앞이고 뒤인지도 모르는 채 서로 뒤섞여 머릿속 어딘가를 굴러다니고 있었다.

 성현이와 자던 날과 오늘을 구분할 수 있을까. 그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날보다도 나는 더 나이를 먹었고 곁에 누운 그녀도 그때와는 달랐다. 그날은 실망했지만 오늘은 그렇게 나를 놓아두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나를 홀로 떠나가 버린 사람으로 남겨두지는 않을 것이다.

 내 생각에 그녀의 문제는 욕망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내가 필요한 것이다. 우연인지 운명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곁에 누운 그녀가 아무것도 입지 않았기에 나는 그녀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 어딘가에 있을 그녀의 눈으로 내 시선을 옮겼다.

 “원하는 거 없어요?”

 “원하는 거?”

 “응, 원하는 거.”

 “원하는 거 없는데.”

 다행히 나는 나이가 들었다. 한 여자에게 실망하지 않는 방법을 배웠다.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다. 가르쳐 주면 잘한다.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그리된 것이다. 남자의 잘못이 여자의 책임이라면 여자의 잘못도 남자의 책임인 게 자연스러웠다. 나는 그녀의 쾌락에 책임을 지기로 마음먹었다.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길로 그녀를 이끌기로 마음먹었다. 그 끝에서 그녀는 만족을 얻을 것이다.

 그때에도 나를 기억해줄까. 다시 예전처럼 살아갈 그녀가 나를 기억해주기나 할까. 중요한 것은 내가 그녀를 잊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었다. 이 섬에서 마주친 우리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서로를 기억할 수도 잊을 수도 있었다. 그녀의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나는 그녀를 바로 눕혔다. 누운 그녀가 내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눈동자는 보이지 않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녀가 그곳에서 나를 보고 있으리란 걸 안다.

 “손을 줘봐요.”

 왼손을 내민다.

 “자주 쓰는 손이 어디예요?”

 “오른쪽.”

 “그럼 오른손을 줘요.”

 도로 왼손을 가져가고 오른손을 가슴 위에 올린다. 한쪽 어깨로 몸을 지탱하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우리의 두 손을 모아 그녀의 아래로 내려갔다. 수풀이나 둔덕은 너무 식상한 표현이었다. 그걸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우리 둘만의 이름을 붙여야겠다고 나는 다짐했다.

 “여기를 만질 때는 언제예요?”

 “씻을 때? 가끔 간지러울 때도 있고.”

 “필요할 때만 만지는 거네요.”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젠 필요 없을 때도 만져봐요.”

 나는 그녀의 손가락을 펼쳐 천천히 그곳을 문질렀다. 한 번은 배꼽을 향해, 다른 한 번은 더 아래 은밀한 곳을 향해. 오른쪽의 계곡으로, 왼쪽의 웅덩이로. 그녀의 손이 거칠다 싶으면 더 아래 깊숙이 들어가 손끝을 적셨다.

 엄지를 뺀 네 손가락을 펼쳐 그곳을 덮는다. 그리고 파도를 타듯 문지른다. 편평한 곳에 힘을 주며, 한 곳만 눌리지 않도록. 젖은 그녀의 손끝을 데려가 그곳을 둘러싼 얇은 살갗을 벗기고 그 속에 숨은 작은 돌기를 건드린다. 그것은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 작고 단단한 그것은 단추 같기도 했지만 그녀의 몸 같기도 했다. 그것은 그녀의 목덜미나 귓불, 유두의 끝이나 입술이었다. 그것은 이름 없는 꽃이거나 처음 보는 작은 찻잔이었다. 그것은 들판을 달리는 흰 말과 빨간색 SUV였다. 그것은 그녀가 꼬집은 옆구리의 살이었거나 하늘에 뜬 구름이었다. 그것은 주머니에 숨긴 콘돔 박스였지만 초인종이 울리는 걸 보고도 모른 척한 그녀의 장난기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것은 단단한 현무암의 암석이었다. 소금기 어린 푸른 바다에 젖은 해안가의 돌멩이였다. 더듬거리며 육지로 올라온 그날의 발걸음처럼 그녀의 손가락은 내 손을 따라 그녀의 몸을 문질렀다. 그것은 그녀의 몸이자 마음이었다. 그것은 그녀의 공상이기도 하고 꿈이기도 하며 기대나 환상이기도 했다. 그것은 그녀의 남편이자 남자 친구였고, 때로는 나처럼 분명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것은 그녀가 들이킨 소주잔이며 내가 쌓아 올린 푸른 쌈밥의 매콤한 꼬막 한 점이었다. 그것은 해바라기였고, 씨앗이었고, 바람이었다. 그 사이로 불어가듯 내 손은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그곳을 문지른다. 그녀가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위로 가면 아래로. 우리는 서로의 빈 곳을 채워가며 함께 그녀의 몸을 문질렀다.

 몸, 몸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했다. 그녀의 호흡이 가빠오며 나를 돌아보는 눈꺼풀이 조금씩 감겼다. 우리는 이 순간에 이름을 붙여야 한다. 기억이든 감각이든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든, 우리에게는 그녀의 몸과 그 몸의 떨림을 부를 사랑스러운 이름이 필요하다.

 “어때요.”

 “좋아.”

 “뭐라고 할래요.”

 “뭐라고 할까.”

 “클리토리스, 돌기, 거기, 그곳. 난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을 그대로 쓰고 싶지는 않아요. 그건 너무 식상하잖아.”

 “그럼 뭐라고 할 거야?”

 “누나가 정해야지.”

 “네가 정해줘.”

 “내가?”

 나는 그녀에게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성급한 내 페달에 밟혀 죽어간 논밭의 개구리들. 왜 그런 이야기를 하냐며 나를 혼내던 성현이의 모습. 어쩌면 내 신발에도 밟혔을 그들의 붉은 흔적이 떠올랐다. 그들의 피는 나처럼 붉었다. 우리의 그곳도 그들의 피처럼 붉었다.

 “개구리 죽이기.”

 “너무 잔인한데. 하지만 왠지 좋다.”

 “개구리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 같지 않아요?”

 “조금은 그런 기분도 들어. 이상해.”

 “처음에는 살살해야 해요. 나중으로 갈수록 더 세게 해야 할 거야.”

 “언제쯤?”

 “그건 누나의 손이 알겠지. 때가 되면 알아서 힘이 들어가게 되어있거든. 오히려 그런 건 내가 모르는 거예요. 내 손은 누나를 모르니까.”

 “그럼 우리 개구리 죽이는 거야?”

 “당연하죠.”

 그녀의 손이 조금씩 나를 떠난다. 두 다리를 벌린 채 그녀가 나를 보며 가쁘게 숨을 몰아쉰다. 그녀의 손가락이 개구리를 죽이는 동안 나는 혀로 그녀의 가슴 한곳을 핥았다. 동그란 젖가슴의 주변으로 더 큰 원을 그려가며 내 혀는 그녀의 몸을 돌아다녔다.

 “너무 세게 하면 어떡해?”

 어느새 신음이 나오고 있었다.

 “너무 센 건 없어요.”

 “아프면 어떡해?”

 이제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의 몸이 내는 소리와 내 목소리만 들리리라. 그녀가 말하고 있을 곳은 어디일까. 아마 나는 영영 알지 못할 것이다.

 “아파요?”

 “아니.”

 그녀가 눈을 떠 나를 바라보았다.

 “아프지 않아, 너무 좋아.”

 다가가 그녀에게 입을 맞추어 주었다.

 “안 아플 거예요. 너무 좋을 거예요.”

 다시 그녀가 눈을 감는다. 그녀의 다리가 떨려오기 시작한다. 밤공기를 헤치며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그녀의 숨결이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달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붉게 달아오른 개구리를 죽이며 달리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숲 속을 가로지르는 짐승처럼 보였다.

 그녀는 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한때 곁을 지킨 나를 그녀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슬펐지만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날아오르고 추락하는 그녀를 지켜보고 싶었다. 그녀를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넣지 않았다.

 어느새 내 손을 떠나 날고 있었다. 멀리 그녀가 떠나고 있었다.








 다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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