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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Apr 07. 2024

캠핑은 젊어서 하세

캠핑 대신 호캉스

캠핑은 캠핑 대로 낭만이 있었다. 

지인들과 어울려 산속 벌레 소리를 BGM 삼아

먹고 마시다 보면 일상의 피로가 풀린다 라며 나 자신에게 주문을 걸어가며 캠핑을 꽤나 많이 다녔다.

어렸던 내 꼬맹이들도 그때는 캠핑장 옆 개울에서 물고기도 잡고 고동도 잡아가며 즐거운 시절을 보냈다.

캠핑 열풍이라 불릴 정도로 수 없이 많은 캠퍼들이 생겨났고 전국의 좋다는 캠핑장은 예약이 힘들 만큼 사람들로 꽉꽉 들어찼다.


캠핑의 초절정 인기에 소금을 치는 소리를 좀 해 보자면...

장비빨이라는 말이 있듯 캠핑용품들은 꽤나 고가이다.

우리도 한 푼 두 푼 모아 텐트며 음식 조리 용품 등을 가득 구매하였다. 하지만 캠핑용품은 희한하게 사도 사도 끝이 없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전기장판도 필요하고 난로도 필요하고 뭔가가 계속 필요했다.

이렇게 사 모으다 보면 캠핑 한번 갈 때마다 자동차 안이 짐들로 테트리스를 연상케 하듯 밀도 높게 채워지곤 했다.

텐트를 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텐트 치는 일은 남편이 주도적으로 하였지만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이미 텐트를 치는 와중에 땀이 서말은 족히 쏟아졌다. 다시 걷어 들일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캠핑에서 돌아온 후 가지고 갔던 무겁고 많은 짐들을 나르고 정리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캠핑을 10년 가까이 한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었다.

많은 젊은 부부들이 캠핑을 다녔다.

아니 다니고 있다.

그들은  도심 속에서 일주일을 갇혀 지낸 그들의 자녀를 주말이나 휴가 동안 자연 속에 두고자 노력했다. 우리도 그러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캠핑 후에도 출근이 가능했고 피곤은 했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나와 남편도 젊은 부부였기에 아이들을 위해, 또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낭만이라는 부르고 노역이라 쓰는 캠핑을 자주 다니곤 했다.




캠핑 연차와 함께 나이도 먹어갔다.

어느 순간 텐트 속으로 허리를 숙여 들어갈 때 나올 때마다 저절로 아이고 소리가 입에서 발사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텐트 속에서 하는 취침이었다. 새벽부터 땅에서 올라오는 습한 냉기와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자동으로 기상이 되었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아 온몸이 찌뿌둥했다. 얼마 못 가 연신 하품이 나오고 집에 가고만 싶어졌다. 잠자리가 불편하니 자는 도중 손이 저리기도 했고 더위와 추위로 새벽녘이면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잠을 자는 장소가 어디든 뭐가 대수냐

내가 누운 곳이 곧 잠자리가 되었던 그때는 전생의 일인 양 까마득했다.


난 이제 편하게 자고 싶다.

바지를 하나 사도 밴딩이 허리 속에 숨어 있는 편한 바지를 찾는 게 요즘 나다.

이래 봬도 한 스키니 입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 혈액순환이 안된다.

그러니 편안한 잠자리가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몇 년 전 캠핑을 완전히 접겠다 마음 없고 메인 텐트를 싸게 팔아버렸다.

사서 하는 고생은 젊을 때나 하는 것

이제 아이들도 커서 나랑 놀아주지도 않는 마당에 캠핑을 지속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텐트 대신 편한 침대가 있는 숙소를

차를 채우는 많은 짐대신 캐리어를

장을 봐서 만들어 먹는 음식 대신 맛집을

여행의 피로를 보태는 장비 정리 대신 충분한 휴식을 얻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내게 캠핑은 젊은 시절 어린 아들들을 데리고 해냈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현재 용기가 나지 않는 일이 되었다.


이제 사서 고생하기 싫다.

캠핑낭만보다 따숩고 편한 곳에서 놀고먹고 쉬며 낭만을 논하고 싶다.

그래서 외친다. 캠핑 대신 호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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