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도서관>을 읽고

삶은 계란 아니고 삶은 도서관입니다.

by 송주

삶겹살 시로 유명한 포도송이 인자 작가님의 첫 산문집 <삶은 도서관>


작가의 직업이 무척 부러웠다. 하루 종일 책 속에 둘러싸여 행복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도서관 노동자였다. 그냥 노동자가 아니라 일을 하며 스치는 많은 인연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는 사려 깊은 노동자였다.


책은

수화기 너머 들려온 어린이 도서'젓가락 살인' 찾는 목소리로 시작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궁금해 눈동자가 빨리 움직이게 된다. 결국 책 제목은 '젓가락 달인'이었고 청력의 노화를 개탄하며 마음만은 늙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작가의 말에 내 청력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담백하고 선을 넘지 않는 유쾌한 문체가 포도송이 인자 작가님 글의 특징인데 산문집에서 역시 그녀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참고로 온라인 교육 때 얼굴을 뵌 적이 있답니다. 유~~ 휴)


"다시 말하지만, 첫인상은 내가 더 좋다. 하지 한 진짜 친절은 얼굴 표정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에게 배운다. K의 친절은 조용했고, 진심이었다. 그 무게는 가벼운 미소보다 훨씬 묵직했다. 더 놀라운 건 그 조용한 진심을 외면하지 않고 정확히 알아보는 이용자들이었다."


친절한 동료 k 선생님이 이용객들에게 보답으로 고추를 받는 것을 작가는 호기심이 발동한다. 자신도 고추를 받고 싶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사람은 괜한 것에 집착하기도 한다. 작가는 k선생님의 진심 담긴 친절을 배웠다. 그 마음이 이용자들에게도 전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디서나 진심을 담는 건 참 중요한 일이다.


"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짜장면을 먹다 보면, 가끔 눈이 부시 다. 짜장면 위에서 윤슬처럼 반짝이는 기름이, 젊은 날 아버지가 말없이 삼켰을 고단한 슬픔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입 가득 베어 물면, 눈물이 고일만큼 여전히, 짜장면이 맛있기 때문이다."


7살 어린 시절 그녀는 짜장면 하나에 용감한 일탈을 감행한다. 산 넘고 물 건너 까진 아니지만 신작로를 건너 아버지가 있는 곳까지 당당하게 도착해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너무 놀라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무탈하게 당신 앞에 서 있는 작은 딸을 보면 안도했을 것이다. 1.5톤 트럭 운전자셨던 아버지 이야기에 가슴이 찡했다. 우리 아버지도 트럭 운전수이기에 더 그랬다.

과적한 트럭의 모습에 젊은 시절 아버지의 어깨에 얹힌 생계의 무게를 말하고 있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부모님의 마음인 것 같다.

책은 중년의 작가가 느끼는 가족의 모습도 그려내며 코끝을 찡하게 만들어 준다.

이 작가의 매력은 웃기다 울리는 거다.


작가는 오랜 시간 대도시 활활 타오르는 불빛 속에서 일하다 지금은 작은 도시 온기 가득한 불빛 아래서 조용히 일하고 말했다. 은은히 스며드는 따뜻함으로 작은 도시 작은 도서관에서 글 쓰며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인자 작가님의 <삶은 도서관>이었습니다.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