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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상절리 Jun 12. 2024

아직까진 백수라는게 믿기질 않았다

퇴사한지 불과 하루 이틀이 지났다

퇴사한지 1~2일만 지났을 때, 지금 내 모습이 무척이나 생소했다. 퇴근길 직장인과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갈 때, 어느새 눈에 힘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걷고 있을 때. 이밖에도 생경한 순간이 꽤 있었다. 


퇴사 일주일 뒤 이탈리아 여행이 예정되어 사실 그 전까지 불안함은 적었다. (이 상태는 오래가지 못하고, 여행을 다녀온 직후 마음의 진폭이 요동쳤다.)


그 고민만 있었다. 앞으로의 이탈리아 여행을 어떻게 알차게 만들어갈지. 


여행을 짬짬이 준비하고, 퇴사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려 바빴다. 


D+1, 

대청소를 했다


새로운 환경에 놓이도록 방을 거의 갈아 엎었다. 인간은 가치관이 형성된 이후 대체로 바뀌는 구석이 없지만, 환경이나 근처에 있는 사람이 달라질 때 바뀐다고 한다. 


IT, 온라인 마케팅, 서비스 기획 책은 서재방으로 옮겨두고, 음식/자기계발/창업/브랜딩 류의 책은 방에 꽂아뒀다. 앞으로 내가 신경써야 할 분야니 근처에 두고 자주 읽으며 체화시켜야지. 


대청소를 통해 바뀐 방의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집에서도 집중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달까. 



*믹솔로지스트와
*젤라띠에레의 닮은 구석


친한 동호회 분의 추천을 받아 하이볼 바에 다녀왔다. 그동안 전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조합으로 재료를 섞어 이색적인 맛경험을 설계하는게 흥미진진했다. 메밀파인이라는 하이볼을 시켰는데, 메밀의 쌉싸롬한 맛이 빼꼼 고개를 내밀다 파인애플의 달콤한 맛으로 성대히 마무리된다. 


어찌보면 믹솔로지스트와 젤라띠에레가 다루는 영역은 비슷하지 않을까. 여러 맛을 섞어 하나의

콘텐츠(볼거리)를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믹솔로지스트: 새롭고 다양한 칵테일을 만드는 사람 

*젤라띠에레: 젤라또를 만드는 사람 


D+2,

평일의 

고요한 서울은 

어색하다


전직장이 판교였어서 평일 서울에 가본 적은 3년간 거의 없었다. 매번 거의 주말에만 가다 보니, 붐비고 시끌벅적하기 태반. 


이제 여름이라 초록 옷으로 한껏 치장한 나무만 흔들리고 있었고. 길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느릿느릿 걸으면서 위를 올려다봤다. 하늘은 푸르고, 거리엔 싱그러움이 가득하고. 걷는 와중에도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게 큰 행운이었다. 



경각심을 일으킨

건강검진 결과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다. 젤라또를 좋아하는데 이대로 많이 먹다간 건강이 험악해질 것 같았다. 혈당 수치가 좀 걱정되는데.. 


많이 먹어도 건강엔 무리 없는, 안전한 젤라또를 만들어야겠다 굳게 다짐.



3막을 축하해


듬뿍 애정하는 친구를 만났다. 맙소사 퇴사 축하 케익을 사올줄이야.. 나도 내 퇴사를 축하해주고 싶어 케익을 사왔는데, 껄껄 웃으며 2개 케익에 불을 붙여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무려 앞치마까지 선물 받았다. 감동이 수북하다. 나의 이벤트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며, 미래를 응원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 복받았네, 아주 복받았어. 나도 좋은 친구, 아니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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