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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상절리 Jun 27. 2024

2024 서울국제도서전, 뭐가 있을까

전직 마케터의 시선에서 바라본 서국도 후기 

싱그러운 여름의 초입인 6월을 기다리는 이유가 있다. 바로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기 때문! 


사실 책을 무지무지 사랑하는 애독가는 아니지만, 편집자의 시각으로 큐레이팅된 서가와 책 표지를 보는 건 무척이나 좋다. 서점은 하나의 전시장이 아닐까. 


도무지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잡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해 소화가 안될 때 등.. 마치 마음 대피소 마냥 서점을 들르면 왠지 모르게 답답함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축제로구나


이런 나에게 서울국제도서전(서국도)은 신나는 축제다. 새로이 알게 되는 책은 물론, 신선한 이벤트들이 그득하니까. 서국도를 방문한지 어느덧 3년째. 올해는 어떤게 있을지 두근거리며 개막일에 발을 내딛었다. 


평일임에도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해마다 독서 인구가 줄고 있다는 뉴스가 들리지만, 서국도 참가 인원은 그에 반비례하는 것 같다. 



지극히 커뮤니케이션스런 관점 


모쪼록 재밌게 잘 보고 나왔다. 관람하면서 느낀건, 그동안 쌓아온 내 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광고홍보전공에 마케팅 업무를 해왔기에 서국도를 마케팅적인 관점, 이벤트 위주로 보게 된다. 


실제로 서국도에선 매년 기발한 오프라인 이벤트를 접할 수 있다. 디테일 하나하나 고심한게 느껴진다. 마치 출판 마케터의 졸업 전시회같달까. (그만큼 매번 고퀄의 이벤트에 놀라고 가는중)



책의 친구를 찾습니다 


올해 인상 깊었던 건 책과 다른 분야를 페어링하는 출판사 부스가 많았다는 점이다. 커피부터 향, 퍼스널 컬러, 음악까지.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내 취향의 책을 찾을 수 있게끔 하는 이벤트가 많았다. 


사실 소개글만 읽고 책을 고르기 쉽지 않다. 재밌어 보여 샀다가 책장에 그저 수납해둔 책들이 종종 있기에 심사숙고하게 된다. 


하지만, 나와 딱 맞는 퍼스널 책이 있다는걸 들으면 달라진다. 괜히 관심이 가 한장씩 넘겨보게 되고, '이 책은 나랑 인연이야'라는 합리화로 구매할때도 꽤 있다. 


 다른 분야와 접목시켜 책에 대한 높은 허들을 낮추는건 꽤나 좋은 시도일지도. 



1) 창비 - 음악과 함께 시를 느껴보세요

- 헤드셋을 끼면 옆에 적힌 시와 어울리는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 나온다


2) 엘르 데코 X 네스프레소 - 커피 페어링 노트 

- 커피와 잡지, 시간대를 페어링 노트에 큐레이팅하는게 인상적이었다 


- 내 취향에 맞는 에세이도 찾을 수 있게끔, 모바일로 '블라인드 에세이 테스트'도 만들어 참여를 유도했다. 테스트 결과에 해당하는 책자를 뽑아가는 형태. 


결과를 보기 위해선, 광고성 동의 필수 체크는 물론 개인정보까지 모두 기입해야 한다. 구독자 유치를 위해선 필요했겠지만, 유저로선 이 일련의 행위가 그닥 좋진 않게 느껴져 결과 보는 것을 포기했다. 


3) 은행나무 - 향에 맞는 블라인드 북 

총 4가지 향(흙, 비누, 오렌지, 계피)을 Top, Middle, Base 노트로 구성해 각 노트마다 책을 추천해준다. 그중 마지막 단계인 Base 노트에 해당하는 책은 블라인드북으로 판매한다. 문장을 담은 책갈피로 시향해볼 수도 있다. 


축축한 흙향의 주제가 '땅에서 태어나 땅을 떠돌고 땅으로 돌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며, 그중 Base 노트는 단서만 제공한채 블라인드북으로 꽁꽁 숨겨져 있다. 


4) 문학동네 - 책두더지 두두의 퍼스널 북컬러 연구소 

'퍼스널 북컬러 테스트'를 통해 컬러와 책을 추천해준다. 표지 색깔은 물론, 성격과 어울리는 내용의 책으로 추천해준다는 점에서 참신하게 느껴졌다. 


5) 좋은 날의 책방 - 열두띠책 

나와 같은 생일인 작가의 책을 블라인드북으로 판매하는 건 봤어도, 띠로 추천해주는건 처음봤다. 


열두띠별로 해당 띠를 지닌 작가의 책이 블라인드북으로 전시되어 있다. 생일보다 띠가 훨씬 넓은 범위라, 고객들에게 워킹할진 미지수다. 


6) 그라운드 시소 - 평소 독서습관을 바탕으로 전시 추천 

요시고, 웨스앤더슨전 등 트렌디한 전시를 선도해온 전시기획사, 그라운드 시소의 부스도 볼 수 있었다. 


알고리즘표에 적힌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전시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자세한 결과는 전시회 작품이 새겨진 책갈피에서 볼 수 있다. 쓸모있는 굿즈로 결과를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지금 필요한 한 문장 


불안하거나 걱정될 때마다 문장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 나보다 인생을 더 오래 산 현인들의 문장을 볼 때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물씬 난다. 


잠깐 한 문장을 통해 그 이상의 힘을 얻게 되는 부스를 모아봤다. 


1) 다산북스 - 지금, 당신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필요한가요? 

용기가 필요할 때, 따듯한 위로가 피로할 때, 나다움을 찾고 싶을 때.. 구체적인 순간에 적시적소인 문장들을 걸어둔게 좋았다. 


2) 한국사 약방 

내 삶에 화두인 단어에 맞는 처방전을 역사 속 인물들이 제시해주는 컨셉이다. 역사 속 인물이 남긴 명언과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고민을 잘 매칭시킨 것 같았다. 


역시 토스는 토스다 

머니북 출판 기념으로 서국도에도 부스를 열었다고 해서 다녀왔다. 사람이 몰리지 않게 부스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직접 속지를 편집해 '나만의 머니북'을 제작하게끔 한게 인상적이었다. 


책 홍보와 브랜딩까지 모두 잡은 똑똑한 전략. 토스는 역시 혁신적이다. 그리고 늘 잘한다.. 



마무리 

2024 서국도의 주제는 후이늠이다. 후이늠은 걸리버가 여행한 네 번째 나라로 이성적이고 완벽한 세계를 표방한다. 평화의 가치와 이성의 중요성을 살펴보자는 취지로 이 주제를 선정했다고 한다. 


마지막에 이런 참여존이 있어서 나만의 후이늠을 슥삭슥삭 적어봤다. (이건 비밀) 


여러분이 생각하는 후이늠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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