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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상절리 Sep 13. 2024

젤라또와 광고는 닮았다

알바를 하면서 일을 좋아하게 된 순간 

고등학교 3년내내 내 꿈은 광고기획자였다.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긍정적인 기분을 일으키는 광고의 장점에 매료됐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를 만들어야겠다 다짐하며 광고홍보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광고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내가 직업을 통해 실현하고 싶은 가치가 꼭 광고로만 해소할 수 있는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나는 뭐가 됐든간에 창작물을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행복 또는 응원, 위로 등)을 선물하고 싶었던거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젤라또 가게에서 일을 하면서, 젤라또와 (학창시절 내가 꿈꿔왔던) 광고는 결국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걸 깨달았다. 짧은 시간 내에 즉각적인 감정을 일으킨다는 것. 특히 젤라또는 고객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재밌었다. 


문을 열고 들어와 메뉴판을 유심히 보며 맛을 고르는 표정엔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하다. 대체로 약 70%의 고객분들이 묻는다. 


"가장 잘 나가는 메뉴가 뭐예요?" 또는 "시그니쳐 메뉴가 뭐예요?" 


그럴때면 내 최애 맛 조합 또는 새로 나온 메뉴, 고객분들이 많이 주문하시는 맛을 말씀드린다. 특히 우리 가게는 맛보기가 안되다보니, 최대한 맛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드리는 수밖에 없다. 정성을 다해 설명드린 맛을 고객분이 고르셨을때의 뿌듯한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맛이 확정되고 나서 포제띠(뚜껑이 있는 폐쇄형 쇼케이스) 뚜껑을 열고 젤라또를 움푹 퍼담을때 그 폭신한 감각이 좋다. 젤라또는 베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처럼 딱딱하게 굳어있지 않다. 스쿠퍼로 몽글몽글하게 푹 떠진다. 슥 담아서 컵에 정갈하게 담는 순간이 즐겁다. 예쁘게 컵에 담긴걸 보면 제법 기분이 좋다. 


고객분들은 먹기도 전에 기뻐하는 편이다. 젤라또가 컵에 담긴 모습이 귀엽다고 환하게 웃으며 폰으로 인증샷을 찰칵찰칵 남긴다. 맛보기도 전에 기대감과 설렘 등 행복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젤라또는 참 매력적인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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