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만함을 가득 느낀 첫 출근한 날
'주**리, 최근 3일 내 방문, 한 달간 구매 내역 3만 원 이상.. '
지난 몇 년간 나에게 고객은 개인정보 보호로 인해 마스킹된 닉네임과 방문/구매 데이터로나마 희미하게 알 수 있는 실체없는 대상이었다. 수십 만, 아니 수백 만이 쓰는 서비스에서 마케팅 업무를 했지만, 고객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한다는 느낌은 잘 듣지 않았다. 그래서 고객은 누구일까..
회사를 그만두고 다행히 알바를 구했다. 모니터 앞에 앉아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어언 6년 만에 고객들과 얼굴을 보며 직접 소통을 하게 됐다. 오랜만에 응대 업무라 그런지 출근 전부터 떨렸다. '실수하면 어떡하지. 혹시라도 퉁명스럽게 말이 튀어나와 싸가지 없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첫 출근날, 업무 인계를 받고 손님분들께 젤라또를 퍼드렸다. 아직은 스쿱핑하는게 익숙치 않아 손에 식은 땀이 났다. (다행히 위생 장갑을 끼고 푸는거라 땀이 흐르는 이슈는 없었음)
시간이 째깍 흐르면 흐를 수록 긴장은 점차 풀려갔다. 하나하나 배워간다는 느낌이 소중하고 기뻤다. 사장님도 엄청 친절하시고, 젤라또와 공간, 이 브랜드에 진심이셨다. 젤라또 맛은 물론이거니와 브랜드 경험을 탁월히 잘 설계하는 곳에서 시작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쉬지도 못하고 계속 바쁘게 움직였는데 힘들다는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재밌고, 두근거리고, 출근이 기대됐다. 소진감 없이 충만감을 가득 느꼈다. 열심히, 재밌게, 잘 해서 많은 기회를 얻어야지.
집에 가서 일기장을 피고 오늘의 감정과 배운 점을 기록했다. 나는 습득력이 빠르진 않은 편이니, 꾸준히 기록하고 생각하며 더 나아진 모습으로 일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