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를 한 지 100일이 훌쩍 넘었다. 휴무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출근하다보니 왠지 알바보단 직원같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한철 여름을 떠나보내며, 일하는 수백 겹의 시간동안 몸소 느낀 점을 모아봤다.
매장에 방문하는 성비를 보면 여성분들이 거의 8:2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아니면 데이트하러 온 커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저녁 먹고 나서 커피로 카페인 섭취하고 싶진 않고, 2차로 술집 가긴 헤비할 때 젤라또 가게를 찾는다. 1차에서 반주하고나서 술 기운도 깰겸 후식을 찾는 이치다. 대학교때 술 마시고 나서 편의점에서 메로나 사 먹는 느낌과 비슷하달까.
우리 가게 근처엔 아이스크림 할인점이나 설빙, 베스킨라빈스가 없다. 아직 프랜차이즈에 물들지 않은, 개성있는 가게로 빼곡히 들어찬 동네이기에. 이렇다 할 경쟁자가 아직은 없기에 후식을 찾는 자, 여기로 온다. 그렇기에 카페거리 보단 술집이나 맛집이 많은 상권이 적합할듯 싶다.
그리고 주변에 회사가 많기 때문에 회식 끝나고 오는 직장인 손님이 많다. 법카로 다인원의 젤라또를 쿨하게 한번에 긁고 잠깐 있다 떠나신다. 법카 상권이 엄청나다는 걸 매번 체감하는 중이다.
3.
젤라또 가게가 여름에 성수기긴 하지만, 장마 기간엔 그야말로 아뿔싸다. 이건 카페는 물론, 웬만한 자영업이라면 해당되는 얘기일 수도 있겠다.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다, 중간에 한 줄기 빛처럼 손님이 들어오면 그저 기쁠 수밖에 없다. 비 오는 날은 그야말로 청소 대잔치다. 그동안 바빠서 살짝 소홀했던 곳은 물론, 웬만한 선반이나 기계는 싹다 쓸고 닦아버린다.
독특한 맛이 나오면 궁금해하지만 거기서 그친다. 물론 간혹 가다 고르는 분이 있긴 하지만. 주로 리조, 피스타치오 등 익숙한 맛을 선택한다. 우리나라는 '젤라또'하면 리조(쌀)맛이 근본이라는 정설이 퍼져있기에 안전하게 리조를 고르는 손님이 정말 많다.
이런 베이직한 메뉴는 생산도 널널하게 하는 편인데, 피스타치오는 워낙 원가가 비싼 편이라 수요만큼 만들기엔 한계가 있다.
아기 뿐만 아니라 초콜릿은 남자분들이 아묻따 고르는 경우가 많다. 두 가지 맛을 고를 수 있음에도 초콜릿만 한 컵에 그득 담아 드시는 분도 많이 봤다. 아기들이 처음 접하는 아이스크림 맛은 아마 바닐라, 초코, 딸기 트리오일거다.
아기들이 두 가지 맛을 고를때 초코는 고민 없이 디폴트로 고르고, 두리번 두리번 딸기 맛을 찾는다. 딸기는 겨울이 제철이기에 지금 이 시기에 있다면 싱싱하지 않은 냉동딸기나 첨가물을 넣었을 확률이 높다.
우리 가게는 제철 식재료로 만들기에 아쉽게도 딸기 맛은 없다. 이때 딸기와 비슷한 새콤달콤한 맛의 과일 소르베를 추천해주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