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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상절리 Sep 27. 2024

젤라또 가게 알바생의 5가지 단상 下

지난 편에 이어.. 


6. 

메뉴판 순서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  


장사 꿀팁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요새 팔로우해놓고 즐겨 보고 있다. 웬만한 계정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건 메뉴판 구성이 엄청 중요하다는 사실.


일하면서 여러 버전의 메뉴판으로 테스트하다보니 깨달았다. 괜히 중요하다고 한게 아니었구나. 


신메뉴 또는 주력 메뉴를 메뉴판 맨 위에다 두면 고객들이 쉽게 인식하는게 느껴진다. ‘오 이게 무슨 메뉴야? 잘 나가는건가봐.’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고객들은 메뉴판을 빠르게 훑어본다.  메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처음부터 제대로 주문하는 분은 별로 없다. 


글이 많을 수록 그 어떤 정보도 놓치기 쉬워진다. 한 메뉴판에 정보를 한꺼번에 넣는 것보다, 강조할 내용은 다른 곳에다가 별도로 표시하는게 좋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7. 

맛을 고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우리 가게는 다른 곳보단 맛이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맛을 고르는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젤라또가 훤히 보이는 오픈형 케이스에선 색깔이 바로 보이니 맛을 고르기 수월한 편이다. 


우리 가게는 뚜껑이 있는 폐쇄형(포제띠) 쇼케이스이고, 의존할 수 있는 정보가 적다 보니 시간이 더 소요된다. 그렇기에 맛별 특징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릴 수밖에 없다. 마치 미술관 도슨트처럼 오늘도 나는 열심히 설명한다. 



8. 

맛 설명할 때 

우리가 아는 빙과류/과자맛에 비유하면 

잘 선택하지 않는다


우리 가게엔 여러 재료를 섞어 참신한 맛을 만든다. 그렇기에 고객분들이 설명을 요청할 때가 정말 많다. 귤/오렌지 계열 맛을 생귤탱귤로, 리치맛을 와우 풍선껌맛으로 쉽게 설명해드렸는데 오히려 그 때마다 다른 맛을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굳이 높은 금액을 주며, 상위호환 버전을 먹고 싶지 않아하는게 느껴졌다. ‘이럴거면 차라리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사 먹지’와 같은 심리랄까. 



9. 
젤라또가 포실포실 

들어가 있는 모습을 

귀여워하는 손님이 많다
 


 젤라또 한 컵에 두 가지 맛을 넣어드린다. 푸는데도 요령이 있는데, 각각 맛을 토실토실하게 퍼 담아드린다. 봉긋하게 산처럼 솟은 젤라또를 보고 귀엽다며 쇼케이스에서 사진을 찰칵찰칵 찍으신다. 


그리고 젤라또 푸는걸 영상으로 찍는 분들도 꽤 많다. 단체 손님이 왔을 때 여러 개의 카메라가 집중되는 걸 느끼며, 살짝 동물원의 코끼리가 된 기분이 들었다. 



10. 

젤라또를 기다리며

유럽 여행 다녀온 추억을 떠올린다


우리 가게는 ‘아이스크림’이 아닌 ‘젤라또’를 팔며 공간 분위기도 이국적인 편이다.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면 관광지 근처에서 달콤한 젤라또를 먹은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먹고 자란건 아이스크림이었고, 20대 초반에 서구권으로 해외 여행을 본격적으로 다니면서 젤라또를 접하게 됐던 것 같다. 


요새는 많긴 하지만, 불과 7~8년 전까지만 해도 젤라또 가게가 흔치는 않았기에 ‘젤라또’하면 유럽 여행을 먼저 떠오르는 분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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