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혜중공업
비맥스 메타는 GC 녹십자에서 판매하는 피로회복제입니다. '요즘 대세', '효능효과', '정신피로' 등 총 3가지 시리즈로 구성된 광고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라는 문구로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만화 캐릭터를 활용해 재미 요소도 더했습니다. 광고는 빠르게 폰트를 전개하면서 동시에 비트 있는 배경음악과의 싱크를 통해 보는 이들에게 시각적 감각과 더불어 청각적, 촉각적 감각까지 선사합니다.
위 광고는 지난 2017년 당시 대선 유력 주자였던 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TV 홍보영상에서 활용되었던 방식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당시 논란이 된 안 후보 홍보영상은 광고 디자이너인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가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이제석 대표는 콜럼버스의 달걀을 운운하며 상당한 자신감을 비추었었죠. 그러난 상대 진영에서는 예술작품을 ‘베끼기’에 지나지 않다는 평을 하면서 저질스러운 노이즈마케팅이라 비난했었습니다.
위 두 사례는 모두 팀으로 활동하는 장영혜중공업(YOUNG-HAE CHANG HEAVY INDUSTRIES)의 작품으로 귀결됩니다. 안철수의 홍보 영상에 대한 비난이 거론될 때에도 역시 이 작가의 작품이 거론되었습니다. 오늘은 폰트와 비트가 살아있는 음악 그리고 이 둘의 싱크가 압권인 장영혜중공업의 작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들은 장영혜와 마크 보주(Marc Voge)가 팀을 이루어 서울을 기반으로 미술활동을 하는 아티스트 그룹입니다. 장영혜중공업의 작품은 웹아트(Webart)라고 일컬어집니다. 웹아트는 웹이라는 대중적인 매체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예술 분야입니다. 장영혜중공업 역시 작품을 제작 후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작품을 발표합니다. ‘중공업’이라는 이름 덕분에 산업 분야의 회사 같은 느낌을 자아내기는 합니다. 다만, 작가는 철강이나 자동차 대신에 문학이나 미술, 음악, 기술(플래시) 등을 통합하여 작품을 제작하기에 ‘중공업’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즉, 장영혜중공업은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미술 작업을 일컬어 중공업이라 칭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웹아트는 기존의 작품 제작과 전시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을 이미 느끼셨겠죠? 그렇다고 미술사적인 맥락 없이 갑자기 튀어나온 분야는 아닙니다. 기술(technology)과 예술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가 본격적으로 서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을 19세기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미학의 기본 개념사』라는 책에 따르면 미술(art)라는 개념이 정립되면서 이를 설명할 용어가 필요했습니다. 예술(art)은 라틴어 아르스(ars)에서 유래되었으며, 아르스는 그리스어 테크네(τέχνή)를 번역한 단어라고 합니다. 이 둘이 완전히 동일한 뜻으로 볼 수 없으나 의미상 어떠한 규칙과 법칙을 바탕으로 하는 솜씨를 일컬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8세기에 이르러서야 순수예술(Fine Art)의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했으며 이 개념이 우리나라에는 일본을 거쳐 개화기에 유입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美)와 술(術)이 더해진 미술은 아름다움과 ‘짓다’, 즉 무언가는 짓는 기술이나 재주를 의미한다는 범주에서 이미 기술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미술에 기술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내용을 전달하려고 약 2000년을 넘는 미학 개념사를 훑고 왔네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미술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는 했으나 오늘 말하고자 하는 기술, 즉 테크놀로지는 새로운 매체라는 표현이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40년대의 전자예술, 50년대 정보예술(Data Art)과 70년대 컴퓨터 아트와 같은 유형을 말합니다.
장영혜중공업은 웹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한다고 전서한 바 있습니다. 그럼 그들의 작품은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이들은 동시대 사회와 주변의 순간에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습니다. 웹아트 자체가 생활과 밀접한 예술 분야이기는 합니다만, 이들이 담고 있는 메시지 또한 일상에서의 순간을 포착해서 정말 단순하면서 완벽한 싱크로 전달하는데 이것이 강력한 현실을 전복하는 순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2017년 상당히 대단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던 당시 아트선재에서 장영혜중공업의 작품 전시가 있었습니다. 세 개의 층에서 각각 세 작품이 전시되었는데요. 전시 제목은 《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이었습니다. 작가는 복잡한 것들을 단순화하고 가장 쉬운 방법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려 노력한다고 합니다. 이에 그들의 작품은 보통 26개 언어로 번역되어 웹상에서 전달됩니다.
당시 전시는 외부 벽면의 현수막으로 인해 점거농성에 대한 오해를 받기도 했었습니다. 전시실 1층에는 <불행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다(ALL UNHAPPY FAMILIES ARE ALIKE)> 2층의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SAMSUNG MEANS TO DIE)>와 3층의 <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정치인들 — 무엇을 감추나?(POLITICIANS WHO DYE THEIR HAIR — WHAT ARE THEY HIDING?)>로 구분되었습니다.
작가는 가족이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은 일의 뿌리이고 원동력이기에 1층에서 이 작품을 선보였다고 합니다. 이어서 한국 사회의 굴절된 이상과 우리의 일상 안에 만연한 ‘행복’으로 향하는 삶의 방식을 삼성 공화국 안에서 불특정 개인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경제권력을 비판합니다. 3층에서는 정치권력에 대해 ‘검은 머리’를 매개로 그들의 기만적인 태도에 일침을 가합니다.
작가는 위태로운 우리의 사회를 자본과 권력에 비롯되는 긴장과 반복되는 일상 속의 순간에서 비롯되는 기이함의 원인을 찾아 집요하게 탐구했습니다. 작품은 상당히 간결한 형태로, 그리고 매우 경쾌한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내용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역시 광고는 순간의 전달력과 지속적 기억을 위한 전략에서 장영혜중공업의 작품을 오마주한 듯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작품이 함의하고 있는 내용을 인지한다면 쉽게 쓸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