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Feel the rhythm of Korea

by 그레나딘

‘Feel the rhythm of Korea’, 한국적 리듬만 떠올리기에는 너무나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놓은 이 광고가 온라인에서 전 세계 사람들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국내 유명 장소를 배경으로 익숙한 듯 색다른 의상을 입고, 익살스러운 듯 감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입니다. 전통 판소리와 현대음악을 조화롭게 섞은 배경음악은 밴드 이날치의 ‘어류도감’입니다. 광고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 퍼포먼서들은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입니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음악과 춤은 신선한 한국의 리듬을 전달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다만, 장소성에 대한 집중도가 다소 흐려지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그럼에도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이목을 집중시켰다는 점과 기존 광고 방식으로부터의 탈피는 대단한 혁신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팬텀 싱어 시즌 3에서도 판소리와 성악이 조화로운 하모니를 형성하며 크로스오버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었지요. 전통과 현대 그리고 한국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이 섞인 예술은 낯설지만 동시에 감각의 장이 확대되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오늘은 이와 유사한 경험을 안겨주는 작품을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Mass-덩어리 “이종결합”》 展은 인천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코스모 40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정창이 작가는 80여 년된 가옥의 구들장 32장을 토대로 제작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구들’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주거문화인 온돌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장갱, 화갱, 구들 등으로 불리다가 19세기 이후에 온돌이라는 명칭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전통가옥은 아궁이에 나무와 같은 땔감을 넣고 불을 지펴 그 불로 구들을 달구어 난방을 하는 구조였지요. 작가는 더 이상 쓸모없는 구들장, 그러나 세월을 간직한 그것에 새로운 호흡을 넣어 작품으로 탄생시켰습니다.

tumblr_09932c15cdfbdc71d8601e6a97932836_f9d58b19_1280.jpg 《Mass-덩어리 “이종결합”》전시 오프닝, 배달래의 <천년의 기억> 퍼포먼스
“나의 작품 ‘MASS(덩어리)’ 시리즈는 돌과 유리, 나무와 철 등 지구에 생존하는 자연의 모든 산물을 대상으로 이종결합을 시도한다. 이종의 조건은 어느 한쪽의 환경이나 논리로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지켜주며 서로가 조화롭게 만나 새로운 생명으로 하나의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미술평단』 136호(2020년), p.75

위와 같은 작가의 언급은 이날치의 한국관광홍보영상의 새로움과도 맥이 닿아 있지요. 전통이나 현대로 경계를 긋지 않고 서로 보완하며 조화를 이룬다는 점은 ‘이종異種’이 지닌 벽을 와해시킵니다.


작가는 나무와 돌, 철, 유리와 같은 다른 소재들을 결합해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유리와 쇠, 돌이 각각 ‘이종’이기는 하지만 모두 돌에서 비롯되었지요. 각각 다른 가지로 뻗어내려 온 것들이 하나의 뿌리를 공유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이 경직된 수직관계가 아닌 자유롭게 소통하며 상호보완, 조율과 조화, 열린 마음과 근본의 소중함을 깨치는 것임을 함의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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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가옥의 구들장은 열이 빨리 식지 않도록 하면서도 연기는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길, 즉 연도를 터주었습니다. 작가는 이 연도를 모티브로 전시장 내에 구들장을 배열했는데요. 이 같은 설치 방식은 관람자가 작품 사이사이를 거닐며 온돌방의 온기를 체감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적산가옥의 80년 된 구들장은 사용가치는 상실되었으나 다른 종과의 결합을 통해 자연과 삶의 이치뿐 아니라 연결, 소통, 만남의 온기를 상기시킵니다.


개인적으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협업, 그리고 구들장과 유리, 쇠의 결합과 같은 시도는 우리 한국 사회에 내재된 다양한 가능성과 오래된 문제적 시선들을 동시에 제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온고지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긍정적인 측면이라면, ‘이종’에 대한 차별적 시각에 근거한 태도가 바로 문제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들은 오랜 시간 단일민족, 유교사상에 기대어 왔던 한국 문화에 긍정적인 균열을 일으킨 예술가들이기에 저는 존경심을 표하고 싶습니다. ‘다르다’는 것이 ‘선 긋기’의 기준이 아니라 결합의 조건이 될 수 있고, 확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 예술가들이기 때문입니다.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던 부정적인 측면을 무겁게 억지로 끌어들이지 않고, 따스함으로 더러는 유쾌함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유도하는 작가의 슬기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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