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SSG’도시의 풍경을 담는 소리

by 그레나딘

이마트몰·신세계몰·신세계백화점·트레이더스 등의 온라인 쇼핑사이트를 하나로 쓰윽~ 묶은 SSG.COM 광고는 2015년 12월 31일 론칭하면서 바로 관심을 끌었습니다. 2016년 ‘국민이 선택한 좋은 광고상’과 TV 부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데 이어 한국광고학회가 뽑은 ‘올해의 광고상’ TV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수많은 패러디를 낳기도 했습니다.

공유와 공효진, 두 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이를 한층 높여주는 후 더빙으로 제작된 색다른 광고의 연출방식은 같은 기간 전년도와 대비해서 32%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로도 이어졌습니다.

이 대박 광고의 백종열 감독은 2013년 개봉한 구스타브 도이치 감독의 <셜리에 관한 모든 것 Shirley: Vision of Reality>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오마주(hommage)했으니 SSG의 광고는 말 그대로 쓱~ 호퍼의 그림으로 한데 묶입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당대 미국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작가로 유명해요. 단, 그의 그림에는 인물이 거의 등장하지 않거나, 등장하더라도 한두 명의 인물이 건물 내에 덩그러니 소품처럼 등장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관람자로부터 시선을 애써 돌리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 역시 그림으로부터 소외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그림 속의 인물과 이를 바라보는 사람 모두 소외되는 감정을 유발시키는 그의 그림은 도시에서의 소외된 인간을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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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Edward Hopper, <Hotel by Railroad>, 101.98 × 79.37cm, oil on canvas, 1952. (우)SSG.COM 광고

1920년 이후 급속도로 발전하는 미국의 경제 상황 속 도시는 진화된 삶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호텔, 레스토랑, 사무실과 같은 장소는 도시인들의 일상적인 공간으로 도시인의 삶을 은유하는 공간으로 작품 속에 등장합니다. 2차원의 평면으로 그려진 공간 내의 강한 빛의 대비는 양극화되는 도시의 이면을 재현합니다. 또한 초점 없는 인물의 사색에 잠긴 듯 보이는 표정은 복잡한 도심 속 개인의 고독을 말하는 것 입니다. 이러한 개인의 감정은 자본주의 사회 속 계급구분, 나아가 공공장소에서의 나와 대중과의 분리에 의한 소외감을 기반으로 하는 것입니다. 또한 복잡한 도심 속 반복되는 일상생활에서 오는 소외 때문이기도 합니다. 즉, 나의 일상에서 ‘나’가 삶에서 소외되기 때문입니다.

Edward Hopper, <Nighthawks>, Oil on canvas, 84.1cm x 152.4cn, 1942.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라는 의미를 지닌 ‘일상생활’은 매일 유사한 구조로 회귀하는 시간(주기적 시간구조)을 바탕으로 합니다. 우리의 일상은 분석의 기준 및 수준에 따라 사회 각 부분을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따라서 개인의 일상은 전체 사회 구조와 직결되는 것입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내 취향에 맞는 옷을 고르고, 내 삶의 여가시간을 위해 온라인 새벽배송으로 장을 보는 삶의 형태는 개인 고유의 영역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의사결정이라 판단됩니다. 그러나 사실은 사회 전체에서 만들어지고 조정되고 있는 것이지요.


본인이 무언가를 스스로 원한다는 것은 사실 타인의 시각이 반영된 욕구입니다. 즉, 유행하는 아이템을 본인이 겟하는 것은 스스로의 요구이기 보다는 타인이 자신을 보았을 때를 고려한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스스로 ‘원하는 것’이라 착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경험이나 개인의 일상은 타인의 시각을 고려한 체 내면의 자기 존재를 인식하게 만드는데, 바로 그 기반이 ‘사회’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개인과 사회는 불가분의 관계이며 그 안에서 정작 ‘나’는 소외되는 현상을 에드워드 호퍼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지적한 것입니다. 이 개인의 일상이라는 실마리를 타고 사회라는 나무를 총체적으로 파악해야만 그 속에서의 문제를 직시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반면, SSG.COM 광고는 이러한 소외와 타인의 욕구가 반영된 스스로의 선택을 자신들의 사이트를 통해 실현할 것을 역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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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Edward Hopper, <Office at Night>, 56.4 × 63.8 cm, oil on canvas, 1940. (우) <Morning Sun>, oil on canvas, 1952.

에드워드 호퍼는 성차에 따라 관람자들의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도 드러냈습니다. 사회적 변화 속 여성 역시 기존의 역할을 탈피하게 됩니다. 그러나 당시 일하는 여성은 남성의 영역이었던 사회로 나오면서 팜므파탈(Femme Fatale)의 이미지로 표현됩니다. 이는 미국 내 사회의 변화와 그 속에서의 소외되었던 여성과 남성 중심의 사회로 영역을 확장하는 여성에 대한 이중소외라는 문제를 수면으로 올리게 됩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화려한 색감과 세련됨을 자아내는 그림은 개인적인 공간과 도시인의 일상을 묘사하지만 그 이면에는 당대 사회학적 여러 문제를 직시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SSG.COM의 광고는 에드워드 호퍼 작품의 비판적인 차원은 쓰윽 빼버리고 호퍼 작품의 익숙함과 화려한 색감, 그리고 도시적 세련미만을 오마주(hommage)하여 광고를 제작한 아트버타이징(Artvertising)으로, 기존 광고와 완벽한 차별화를 이루며 강한 어필이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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