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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Dec 11. 2023

불안

불안할 땐 입술을 질끈 깨문다. 계속 침을 묻히다가 견디지 못하고 립밤을 바른다. 아니 오히려 강박처럼 반복적으로 입술에 립밤을 미리 바른다. 고등학생 때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을 고치면서 생긴 또 다른 버릇이다. 열일곱부터 시작되었으니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습관이다. 집엔 장소마다 같은 립밤이 놓여 있을 정도다.     

몇 년 전부턴 이 습관에 다른 증상까지 더해졌다. 공황장애가 온 것이다. 불안한 기분이 들면 아니 그런 기분이 들지 않을 때조차 몸은 바들바들 떨리고 심장은 쿵쾅거린다.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하다가도 안 될 때는 약을 먹는다. 안정제다. 공황발작은 예상치 못하게 오기 때문에 두려운 존재다.     


발작이 심했을 때는 응급실도 여러 번 갔었다. 숨을 쉬지 못하는 날 보고 당황한 남편은 봉지를 잡아주고 119를 불렀다. 응급실에 도착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두 시간을 헐떡거렸다. 계속 숨을 쉴 수 없었고 눈도 떠지지 않았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던 두 시간이었다. 여전히 나는 사람 많은 곳을 두려워한다. 바글바글 정신없는 카페라도 가면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이 사람 많은 곳을 피해 다닌다.    

 

하지만 공황장애가 있고 발작이 나온다고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안다. 공황장애가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발작이 오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불쑥불쑥 경련이 일어나고 숨을 쉬지 못하는 증상과 몽롱하게 현기증이 나면서 실신하는 일이 벌어지면 두려움이 온몸을 가득 채운다.      

그러던 중 공황장애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고 그 책에선 공황발작으로 죽을 거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잠시뿐이라는 걸 알았다. 그 뒤로는 발작이 와도 “괜찮아 곧 지나갈 거야. 이 불안도 다 과정일 뿐이야. 죽지 않아.”라고 말을 걸다 보니 발작이 수그러드는 시간이 짧아졌다. 불안에 잠식될 것 같은 순간엔 자신에게 말을 걸어보면 좋겠다. 괜찮다고. 죽지 않는다고 말이다.



Image by Anemone123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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