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우울함에 잠식되어 삶도 자신도 잃었다. 삶에 미련도 없으면서 죽음을 선택할 용기조차 내지 못했다. 심각한 스트레스를 못 이기던 시절엔 우울증에 술이 독인 걸 알면서도 술에 의지했다. 우울해서 미치겠을 땐 혼자 터벅터벅 편의점으로 향했다. 주류 판매대로 슬그머니 가서 소주 한 병을 손에 집었다.
소주를 한 손에 잡고는 뚜껑만 열어 입으로 갖다 대곤 했다. 벌컥벌컥 들이켠 술은 아주 뜨겁게 목구멍을 타고 흘렀다. 뜨거웠다. 그 뜨거움보다 더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었다. 인생이 서러워 울고 또 울고 가슴을 쳤다. 어디에 터놓지도 못하는 성격에 슬픔을 달랠 길이 없었다.
그렇게 살던 내가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면서 삶은 달라졌다. 완전히 다른 내가 된 것이다. 글을 쓰면서 더 이상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었다. 우리는 언젠가 죽을 텐데, 뭣 하러 지금 죽으려고 했을까 싶었다. 죽음을 미루기로 했다. 더 이상 당장 해야 할 숙제처럼 죽음을 대하지 않게 되었다.
심규선의 <우리는 언젠가 틀림없이 죽어요>란 노래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우리는 언젠가 틀림없이 죽어요
그리 실감 나진 않아도 말이에요
누구도 인생의 남은 날을 몰라요
눈이 부실 만큼 누려요
살아있음을요
위의 가사가 딱 내 심정이다. 우린 언젠가 틀림없이 죽을 운명이기에, 오늘부터 인생의 남은 날을 우리는 모르기에. 누리는 것이다. 살아있음을. 오늘도 난 죽음을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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