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루다 Nov 16. 2023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 애니메이션은 포스터를 보자마자 흥미를 유발했다. 아름답고 화려한 그림체에 매료되어 도저히 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애니메이션. 집중해서 보진 못했던지라 전체적인 간략한 스토리만 드문드문 기억난다. 여기서 나오는 ‘문’이라는 소재를 떠올려 보았다. 우리의 마음속에도 이와 같은 문이 있다고.      


마음에 존재하는 멋대로 제거할 수 없는 이 문은 감정과 깊이 관련된다. 문 안에서는 우리의 감정을 다루기 때문에, 기쁘고 황홀한 마음도, 때론 화나고 우울하고 걷잡을 수 없이 슬퍼지는 마음도 이곳에 있다. 그러한 감정을 우리는 문을 여는 행위로써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어떤 이는 의도적으로 문을 열고 자신의 감정을 바라볼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두려움에 문 앞으로 다가가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문단속은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피해 보려는 행동도 다가가는 행위도 결국엔 일어나는 현상일 테니까. 문 앞에서 서성이는 나와 문고리를 잡고 과감하게 문 안으로 들어가려는 나 사이에 간극은 엄청나다. 그럼에도 선택은 늘 필요하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나는 세게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고 싶다. 저 너머의 마음속 세상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그것이 주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 알기에.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다 보면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기가 힘들어진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지금 어떤 기분이 드는지, 가고 싶은 방향은 어딘지. 그 많은 질문조차 그런 상태에서는 무의미해진다. 아픈 사람이 시야는 굉장히 좁아진다. 딱 생각하고 싶은 그만큼만 생각하게 된다. 그렇기에 의도적으로라도 자신을 흔들어 깨워야 한다. 정신 차리라고 이 모든 것만이 현실은 아니라고 뺨이라도 한 대 내리쳐 줘야 한다.     


여전히 마음의 문단속이 어려운 나는 독서를 하고 사색하며 내 마음을 직시하려고 시도 중이다. 생각만 하고 있던 심리학에 관한 공부도 조금씩 시작하고 싶다. 사람을 정신적으로 설명하고 해석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손 놓고 자신을 타인 바라보듯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나 또한 그랬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사람의 무의식 속에 있는 것이 가지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기에 더 깊이 파헤쳐 보고 싶은 거다.     


당신의 문단속은 어떠한가? 이유 없이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라도 더 늦지 않게 적당한 문단속을 해두는 게 좋다. 손잡이를 잡은 손에 긴장감으로 땀이 날지라도, 열린 문 너머에 있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리가 후들거리더라도. 더 큰 고통과 슬픔을 막기에 늦은 시간이란 없다. 남은 생에서 오늘이 가장 빠른 시간이니까.          



이 글의 글감은 어디에서 가져왔을까?

-영화 칼럼 이용하기 3     


<스즈메의 문단속>을 다룬 영화 칼럼을 읽었다. 전체적인 내용에서 글감을 가져올까? 잠깐 고민했지만 좀 더 느낌이 가는 쪽은 ‘문’이라는 소재였다. 문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어떠한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머리로 대략적인 스케치를 그려보았다. 마음과 연결 지어본다면, 그럴듯한 글이 나올 거라는 전체적인 구상이 끝났고 바로 노트북을 켜 글을 썼다. 사람마다 글을 쓰는 방식이 다양하다.


나는 생각이 떠오르면 간단하게 키워드 몇 가지를 적어놓고 노트북을 바로 켜서 적는 편이다. 생각을 너무 오래 하고 글을 쓰는 타입이 아니고 ‘이거다!’ 싶은 게 떠오르면 <메모-노트북 켜기-바로 적기>의 단계로만 글을 작성한다.     


뭣 모르던 블로그에 처음으로 글을 쓰던 때는 블로그에 바로 글을 써서 퇴고도 없이 발행했었는데 지금은 한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글을 작성한 후, 퇴고를 거치고 블로그와 브런치 등에 올린다. 칼럼에서 뽑아낸 키워드는 목적지, 생존자, 음악, 삶, 찬란함, 지독함, 성숙, 타인의 아픔, 접속 등의 키워드였다. 어떤 키워드라도 재밌는 이야기가 완성될 거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무엇을 글감으로 정해야 할지 모를 때는 이렇게 칼럼을 읽고 뽑아내는 키워드 하나만으로도 글이 뚝딱 완성되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된다. 



Image by Jérémie Perron from Pixabay


이전 03화 성 정체성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