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다닐 때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잘 열지 않는 사람이었다. 유독 그 친구에게만은 마음을 활짝 열고 다가갔고 우린 급속도로 친해졌다. 늘 함께였다. 쉬는 시간마다 함께 영어 단어를 외우고 시험을 보면서 공부했고 배가 출출할 때면 매점에 뛰어가 간식도 먹었다. 하굣길에 늘 들리던 김밥집의 김밥 맛은 지금 생각해도 단연 최고다. 아마도 우리의 추억이 깃든 장소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친구와의 우정은 순탄했다. 모든 걸 공유하고 곁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술을 마시게 되었다. 술에 알딸딸하게 취한 나는 전철 안 벤치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걱정된 친구는 내 쪽으로 다가와 나를 깨웠다. 몽롱한 정신을 부여잡고 무겁게 감긴 눈을 조금씩 떠보았다. 바로 눈앞에 그녀가 있었다. 그 순간 그동안은 느껴보지 못했던 묘한 충동감을 느꼈다. 내 앞에 있는 그녀에게 뭔지 모를 두근거림을 느꼈다.
생각할 시간과 망설일 틈도 없이 그대로 그녀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찌할 도리없이 사건은 터졌다. 내 행동을 그녀는 거부하지 않았다. 동성인 여자와 입을 맞춘 첫 순간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행동은 의문만 남아있다. 우정은 한순간에 사랑이 되기도 하고 사랑이 갑자기 우정이 되기도 한다. 그 안에서 우린 갈등을 겪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혼란의 과정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과정과 결과를 누구도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자격은 없다. 자신만의 알아갈 수 있고 정할 수 있다. 이제 타인의 시선에 눈치 보느라 숨기기 급급한 시대는 지나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인지해 가는 그 과정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어떤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당신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우정이란 이름의 사랑을 모르고 얼마나 많이 지나쳤으며 사랑이란 이름의 우정을 몰라보고 헤매었을까? 나와 그녀는 그 사건 이후로 아무렇지 않게 우정을 이어왔다. 그날 느꼈던 성적 충동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고 우린 평소대로 지내왔다. 누구에게나 이러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 단순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고 자신과 곁에 있는 타인을 알아가는 중요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서로 조금 다를 뿐 틀린 게 아니다.
이 글의 글감은 어디에서 가져왔을까?
-영화 칼럼 이용하기 2
영화 <클로즈>를 다룬 영화 칼럼에서 글감을 얻었다. 이 영화는 친구와의 우정에서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두 남자의 유년 시절을 그린 영화로 그 안에서 생존을 위한 본능으로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외면하고 상처받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이번에도 전체적인 영화의 스토리를 글감으로 잡기보단 키워드에 중점을 두어 ‘성 정체성’이라는 키워드를 글감으로 선택했다.
이 부분에서 영화 전반적인 스토리를 글감으로 정해도 좋고 성 정체성이란 키워드를 정했다 해서 꼭 자신에 경험을 담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 주제에 관한 생각을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영화 칼럼에서는 여러 키워드를 뽑아낼 수 있었다. 성 정체성, 비밀스러움, 상실감, 유년, 길을 잃다, 사회적 편견, 탐구, 닫힌 방, 상상, 성장, 희열 등 다양한 키워드가 나왔다. 위의 키워드 중 나의 ‘경험’과 연결 지을 수 있는 키워드를 정했고 친구와의 우정에서 성 정체성으로 당황했던 일화와 거기에 관한 생각을 함께 다뤘다.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그걸 글감으로 정하기에 영화 칼럼은 재미를 더해주니 즐겁게 글감을 정해볼 방법으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