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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Nov 27. 2023

이 또한 지나가리라

조울증으로 괴로웠던 시간이 길었다. 널뛰는 감정을 부여잡고 사는 심정이란 뭐라 설명하기가 힘들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가도 우울감에 곤두박질칠 때면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곳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고립되었고 도태되었다. 조울증이 처음 발병한 시기는 20살, 자신에게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했어도 그저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여겼다.     


그렇게 방치해 온 세월이 길어질수록, 힘든 환경을 접하게 될수록 제어할 수 없는 인간이 되어갔다. 그렇게 30대 초반, 위태해 보이던 풍선이 어떠한 접촉으로 인해 느닷없이 빵 터지듯 터져버리고 말았다. 브레이크 없는 트럭이라고 했던가, 나는 딱 그 짝이었다. 멈출 수 없는 사람이 되어 폭주했다.      


매일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이었다. 오늘 죽어도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죽는 날짜만 기다리는 인생이었다. 가족이 있고 자식이 있었지만, 그 어떤 것도 날 멈출 수 없었다. 방황이 시간을 지나고 어느새 나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었다. 그 후로 놀랄 정도로 몰라보게 차분해졌다. 지금은 그 전과는 다르게 오늘을 산다. 가장 소중한 오늘이란 시간을 살아간다. 죽고만 싶었던 오늘을 살고 싶어서, 행복하고 싶어서 느낀다.     


《나는 조울증이 두렵지 않습니다》에 이런 구절을 썼다.     


“아픈 기억으로 만들어진 상처는 언젠가는 만져도 아프지 않은 새살이 된다.

새살이 돋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당신은 어쩌면 아직 그 시간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상처도 삶도 받아들여야 한다.

새살이 돋아날 시간이 오면

견뎌내지 못할 아픔 또한 사라지고

끝이 없을 것 같은 고통 또한 지나가리라 믿는다.”     


우리의 상처는 언젠간 만져도 아프지 않은 새살이 되리라 믿는다. 단지 새살이 돋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우린 여전히 그 시간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너무 힘들다면, 괴롭다면, 너무 흔해진 말이지만 이 말을 떠올려 보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


Image by Quang L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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