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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집도 나가는구나

받쳐주는 기둥이 사라지면 아이는 무너진다

by 바다별 Mar 19. 2025

여러분이 믿는 신은 어떤 능력이 있습니까?


이걸 읽는 여러분은 신을 믿는지 궁금하다. 는 그렇게 궁금하지 않으나 왜 믿는지는 꼭 물어보고 싶다. 왜냐면 그 이유에 따라 신앙을 가지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이다. 그걸 18살에 가출하 깨달았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다녔 교회를 열심히 다녔다. 어느 정도였냐면,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전체 개근상이 당연해 보일 정도였다. 아 오늘 이야기 때문에 고등부 개근상은 못 받았.


아무튼, 교회는 내가 열심히 했기 때문에 나한테 잘해줘야 하는 곳이었다. 정확히는, 교회에서 예배하는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잘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참아가면서까지 예배를 드렸으니까. 요즘 유행하는 진격의 거인 속 대사처럼, 심장을 바쳤으니까.


능력 없는 신을 향한 회의


그렇게 열심히 다니던 교회 좋아하게 된 누나가 생겼다. 나처럼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좋아했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수험생이 되었든, 교회에 헌신했다. 당연히 이렇게 헌신하원하는 대학을 가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 누나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원인은 모른다. 실기 점수는 잘 받았던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합격자 명단엔 없었다.


당신이 전능하시다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냐고, 신에게 따졌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것을 주는 존재가 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좋은 것을 줄 능력이 없다면 신앙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인생의 기둥이 무너지다


문제는, 내가 신앙을 빼면 기둥이 빠진 건물처럼 무너지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가족과의 안 좋은 관계도, 친구들과의 다툼도, 의미를 모르는 공부도 다 교회만 열심히 다니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 믿음이 무너졌다. 마치 슈퍼히어로로 변신을 기대하며 악당 소굴로 들어갔는데 변신이 안 되는 걸 안 기분.


해결되지 않을 문제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이 인생을 그대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해 신에게 실망하게 되어, 삶의 의미를 잃었다.


그렇다고 죽기는 두려웠다. 그렇게 결론으로, 가출해서 새로운 삶을 살자, 신이 없는 세상에서 내 방식대로 다시 살아보자 하는 마음을 가졌다.


방황의 시작


계획 없이 집을 나왔으니 방향성이 있을 리가 없었다. 주머니에 있던 돈 2천 원을 내고 버스를 타서 서울로 간 뒤엔, 길거리에서 잘 수도 없어서 밤이고 낮이고 계속 걸었다. 바깥은 초겨울 날씨였고 안 걸으면 얼어 죽을 것 같아서 멈출 수가 없었다.


며칠을 잠을 안 자고 안 먹으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처음 알았다. 하늘이 노랗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다. 두 세 걸음에 한 번씩, 오류가 난 컴퓨터 화면처럼 내 시야가 지지직거렸다.


그런데 진짜 웃긴 건, 그렇게 고생하는데도 돌아갈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는 거다. 이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으니까. 인생이 부정당한 기분이 사람을 어떻게 죽어가게 만드는지 확실히 배웠다.


집을 나가 방황한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이어가려고 한다. 여기서 마무리하고 싶은 주제가 하나 있어서.


아이들은,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세상이 좁다.

그리고 그 세상을 지지하는 기둥 또한 매우 적거나 어떨 때는 하나뿐일 경우도 있다.


그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 다시 일으켜 세우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잔소리인지 알아주기 바란다.


잘못된 것, 무너질 것에 의지하고 있는 아이의 잘못일 수도 있다. 잘 교육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기준을 잘못 잡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책임을 아이에게만 돌리는 건 너무 가혹하다. 무너지기 전에, 꼭 흔들리지 않게, 하나만 너무 의지하지 않게 도와주면 좋겠다.

아이들은,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세상이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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