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쳐주는 기둥이 사라지면 아이는 무너진다
이걸 읽는 여러분은 신을 믿는지 궁금하다. 누군지는 그렇게 궁금하지 않으나 왜 믿는지는 꼭 물어보고 싶다. 왜냐면 그 이유에 따라 신앙을 가지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이다. 그걸 18살에 가출하며 깨달았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다녔던 교회를 열심히 다녔다. 어느 정도였냐면,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전체 개근상이 당연해 보일 정도였다. 아 오늘 이야기 때문에 고등부 개근상은 못 받았다.
아무튼, 교회는 내가 열심히 했기 때문에 나한테 잘해줘야 하는 곳이었다. 정확히는, 교회에서 예배하는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잘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참아가면서까지 예배를 드렸으니까. 요즘 유행하는 진격의 거인 속 대사처럼, 심장을 바쳤으니까.
그렇게 열심히 다니던 교회에 좋아하게 된 누나가 생겼다. 나처럼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좋아했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수험생이 되었든, 교회에 헌신했다. 당연히 이렇게 헌신하니 원하는 대학을 가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 누나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원인은 모른다. 실기 점수는 잘 받았던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합격자 명단엔 없었다.
당신이 전능하시다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냐고, 신에게 따졌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것을 주는 존재가 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좋은 것을 줄 능력이 없다면 신앙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내가 신앙을 빼면 기둥이 빠진 건물처럼 무너지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가족과의 안 좋은 관계도, 친구들과의 다툼도, 의미를 모르는 공부도 다 교회만 열심히 다니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 믿음이 무너졌다. 마치 슈퍼히어로로 변신을 기대하며 악당 소굴로 들어갔는데 변신이 안 되는 걸 안 기분.
해결되지 않을 문제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이 인생을 그대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해 신에게 실망하게 되어, 삶의 의미를 잃었다.
그렇다고 죽기는 두려웠다. 그렇게 결론으로, 가출해서 새로운 삶을 살자, 신이 없는 세상에서 내 방식대로 다시 살아보자 하는 마음을 가졌다.
계획 없이 집을 나왔으니 방향성이 있을 리가 없었다. 주머니에 있던 돈 2천 원을 내고 버스를 타서 서울로 간 뒤엔, 길거리에서 잘 수도 없어서 밤이고 낮이고 계속 걸었다. 바깥은 초겨울 날씨였고 안 걸으면 얼어 죽을 것 같아서 멈출 수가 없었다.
며칠을 잠을 안 자고 안 먹으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처음 알았다. 하늘이 노랗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다. 두 세 걸음에 한 번씩, 오류가 난 컴퓨터 화면처럼 내 시야가 지지직거렸다.
그런데 진짜 웃긴 건, 그렇게 고생하는데도 돌아갈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는 거다. 이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으니까. 인생이 부정당한 기분이 사람을 어떻게 죽어가게 만드는지 확실히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