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두려움은 내 삶을 바꾸라는 신호였다 (7-1)
재테크에 관심이 없거나 돈에 큰 관심이 없다면, 이 글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나랑은 거리가 먼 일이라고 치부했고, 한편으론 두렵기도 했다.
직장 월급은 월급대로 받으면서도 투자소득으로 더 많이 버는 사람들을 보면 '투기'라고 생각하고 안 좋은 시선으로만 바라봤다. 그런데도 부럽기도 했다. 난 왜 저런 능력이 없지? 왜 여윳돈 하나 없지? 아무 행동도 안 하면서, 시도도 안 하고, 그저 쳐다만 보고 있었으니까.
그 사이 신흥부자, 벼락거지 같은 말이 생기고, 자산 가치는 상상 이상으로 올라버렸고, 월급은 쥐꼬리만큼만 올랐다. 돈공부를 하다 보니 알게 됐다. 매년 올랐다고 느꼈던 월급이 사실은 오른 게 아니었다는 걸.
실질금리(실제로 쓸수 있는 돈)와 명목금리(보여주기용 금리)를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았다.
적금 이자가 5%라도 물가가 3% 오르면 실제 이자는 2%. 세금까지 빼면 고작 1% 남짓.
지금처럼 금리가 2% 대면, 사실상 마이너스였다.
'그동안 난 왜 적금만 들었나? 왜 학교에선 이런 걸 안 가르쳐줬지? 주변은 다 관심이 없었던 건가?'
아는 사람들만 조용히 투자소득을 챙기고 있었다. 적금 대신 주식을 사면 배당까지 받는다는 것도 몰랐던 나는, 그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
어릴 때는 고금리 시대라 적금만 해도 돈이 불어났다. 하지만 내가 돈을 벌기 시작한 때는 기본 3% 내외. 사실상 돈이 녹고 있거나 제자리였다는 걸.. 편히 먹고 자고 쓰며 살았지만 이게 언제까지 가능할까 싶었다.
요즘은 투잡, 쓰리잡으로 버티는 시대다.
지금은 20~50대가 많아 사회 구조가 '다이아몬드형'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 세대가 노년층이 되면, 금세 '역삼각형'으로 뒤집힌다. 젊은 세대가 턱없이 부족하니, 국민연금은 결국 돌려 막기가 불가능하다.
뉴스에서만 보던 얘기였는데, 이제는 내 문제로 다가왔다.
결국, 우리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결론에 닿았다.
아직 경제구조나 재테크를 막힘없이 설명할 줄은 모른다. 그냥 무지한 사람이었다. 공부를 시작하고 2년이 지나니 조금씩 연결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부터 내 안에서는 늘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후회로 물든 미래의 내가, 지금 나를 향해 소리치는 듯했다.
"너 돈공부해! 네가 만들어 나가! 지금처럼 살면 안 돼!"
왜 인지 모르겠지만,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꼭두각시 마냥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눈과 귀가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각자도생의 시대로 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늙어서도 지금처럼 크게 걱정 없이 지내려면, 많이 벌지 못해도 연금처럼 받을 금융소득을 만들어 놔야 한다는 것. 돈이 돈을 벌게 하는 구조를.
시대는 정말 달라졌다. 가까우면서도 먼 미래에는 빈부격차가 지금보다 더 심해질 거고, 회사에 충성해도 돌아오는 건 명예퇴직일 것이다. 일자리도 로봇과 AI에게 많이 넘어갈 거고. 수많은 금융상품 중 무엇을 고르느냐가 내 삶의 크기를 바꾼다. 그래서 나는 하나만 파지 않고 여러 세계에 발을 담갔다.
재테크 영상에는 늘 하락론자와 상승론자가 공존한다. 맞히면 50 대 50. 중요한 건 흐름을 바라보는 눈과 스스로 대처하는 힘이다. 공부할수록 경제는 보이는 데 보이지 않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파도 같았다. 평생 공부하며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걸, 요즘 절절히 느낀다.
코인이 한창 거론될 때, 해보고 싶단 생각은 들었지만 행동은 안 했다. 몰랐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다 비트코인이 칠천만 원까지 치솟는 걸 보며 "돈 벌기 참 쉽네~" 했다가, 불과 얼마 뒤 이천만 원 대로 곤두박질치는 걸 보고는 "역시 도박이지" 하고 넘겼다. 그 롤러코스터 같은 흐름 속에서, 두려움과 호기심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래도 계좌를 만들고, 없는 돈 셈 치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밈코인 들을 2만 원어치씩 조금씩 사봤다. 그래프를 지켜보고, 책과 영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공부했다. 생각보다 미친 듯이 요동치진 않았다. 아마 적은 돈이라 가능했을 것이다. '반감기, 채굴' 같은 말들을 들으며 도대체 무슨 말이야 싶었는데, 공부하다 보니 이해되기 시작했다.
코인은 금을 캐듯 암호를 풀어 얻는 구조다. 이를 '채굴'이라고 한다.
그런데 보상은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든다. 64강에서 32강으로, 다시 16강, 8강으로 줄어드는 토너먼트처럼말이다. 새로 나오는 양이 줄어드니, 점점 귀해지고 값은 오르기 쉽다. 이걸 '반감기'라고 한다.
이해하기까지 한참 걸렸다. 같은 글자를 봐도 안 들어오던 게, 이제는 어렴풋이 설명은 가능하다. 나는 처음엔 실험 삼아 2만 원을 넣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계좌 속 숫자가 조금 오르자 괜히 가슴이 뛰었다. 떨어질 땐 금세 불안해졌다. 웃긴 건, 잃은 돈은 몇천 원에 불과했는데도 마음은 몇백만 원을 잃은 것처럼 요동쳤다는 거다.
그 순간, 책이 아니라 계좌가 내게 가르쳤다.
돈공부는 지식도 지식이지만,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훈련이었다.
경제공부와 세계공부를 하면서 알게 됐다. 코인, 주식, 부동산 모든 자산에는 사이클이 있고, 돈은 늘 이동하며 몰리는 곳으로 모인다는 것. 말 그대로 쩐의 전쟁 같았다.
도박 취급받던 코인은 이제 미국에서 승인되고 ETF까지 나왔다.
돈의 종류가 바뀌는 시대에 우리가 서 있다는 게 실감 났다.
조개, 돌, 금, 지폐, 전자화폐, 그리고 스테이블 코인(달러 기반 가상화폐).
돈은 이렇게 진화해 가고 있다. 세상이 입은 옷이 계속 갈아입혀지는 것처럼.
나는 단순히 돈맛을 보려고 공부하는 게 아니다.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다. 신랑의 무거운 짐을 덜고, 돈이 매달 일정한 생활비를 벌어다 주는 구조를 만들어서, 부부가 함께 더 지혜롭게 살고, 우리가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 언젠가는 일도 취미처럼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고 싶다.
지금은 평온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흔들릴 것이다.
그때 흔들리지 않으려면, 지금 내가 붙잡아야 할 건 마음의 중심이다.
결국 지켜내고 싶은 건 돈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웃는 순간이다.
사랑을 오래 지키려면, 무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내가 깨달은 삶의 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