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밖에 없는 거실 탁자는 주인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책상이 되기도 하고 침대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도망치고 싶은 나의 일상을 함께하는 동지가 되기도 한다. 난 지금 그 탁자 혹은 책상 위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글을 쓴다. 바로 앞에 마주 앉은 동생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보며 낄낄대고 있고, 안방에선 할머니와 엄마가 함께 TV를 보며 날카로운 말다툼을 한다. TV 볼륨은 신경이 거슬릴 만큼 너무나도 크다. 내 신경을 거스르지 않는 이는 고양이 ‘로이’뿐이다. 로이는 할머니의 침대 위에 늘어지게 누워있다. 나도 때론 로이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으로 살아야 하고, 고양이로 태어났으면 고양이로 살아야 한다. 로이도, 나도 각자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일상.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인데, 나는 왜 이 일상을 도망치고 싶은 건지? 저 멀리 도망쳐도 일상은 일상이라서 달리다 문득 뒤돌아보면 어느새 내 발목 아래까지 바짝 따라붙어 있다. 고운 정 미운 정, 정이 다 든 건지. 나는 이 일상이 평화로우면서도 싫다. 때론 진절머리가 난다. 음, 고양이 로이만 빼고. 그러나 여전히 사랑한다. 이 모순된 감정을 뭐라고 해야 하나. 설명할 수 있을까 혹은 누군가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까. 여전히 모르겠다. 그러나 여전히 지긋지긋하다. 여전히 그립다. 언젠간 정말 그리워질 수도 있다는 걸 안다.
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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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