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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ul 10. 2023

"엄마 좋아하는 커피 사 먹어"

수술 날짜가 잡히고 짐을 꾸려 기차를 타러 갔다.

아침 첫 기차라 아이들과는 전날 밤 인사를 하고 자는 아이들 얼굴에 인사를 했다.

친정 엄마가 아이들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오라고, 나는 엄마에게 내 걱정하지 말라고, 잘 다녀오겠다 했다. 

첫째 아이가 기척에 깼는지 잠시 나와서 "엄마 나중에 가방 봐봐." 하고 안아주고 다시 들어가 자길래 나도 뒤돌아섰다.

더 오래 있으면 눈물이 터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빠가 기차역까지 태워주시기로 했고 아빠와 나도 아무 일 없는 듯 일상적인 대화를 했다.

무섭지만 무섭지 않은 척, 걱정되지만 걱정되지 않은 척, 어색하고 차가운 공기만 차 안을 채웠다.

무뚝뚝한 부녀관계지만 기차역 앞에서 아빠가 잘 갔다 오라고 안아주셨다.


기차가 출발하자 그때부터 참았던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울다가 아이의 말이 생각나 가방을 열어봤는데 만 원짜리 한 장이 들어있었다. 

밤늦게까지 입원 짐 꾸리느라 가방을 봤었는데 언제 넣어둔 걸까?


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 사 먹어.

 

그 만 원짜리 한 장에 터진 눈물은 멈출 줄을 몰랐다.




전날 밤 '엄마 금방 끝내고 올게.'라고 이야기하며 할머니 할아버지 말씀 잘 듣고 있으라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불안한 듯 몇 가지를 물어보더니 내 품에 폭 안겼다.

"엄마 죽는 거 아니지?" 하고 물어보던 아이들...


아프지 않으려고 병원 가는 거고, 금방 올 거라고 아이들을 안심시켰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했지만 입원하러 가기 전날 밤 아이들도 많이 불안했던 것 같다.


5일 정도면 퇴원할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 해도 암이라는 이름 앞에서 무던하기란 쉽지 않았다.

씩씩한 척하며 견뎠지만 무서웠고 두려웠다. 숨겨뒀던 마음이 아이가 내어준 마음에 흘러내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물을 닦으며 두려움도 같이 닦아냈다. 

이제는 내가 이겨내고 정말로 씩씩해져야 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 그 후로 커피는 수십 잔을 사 먹었지만 차마 그 돈을 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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