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즈 Jun 23. 2023

닥터차정숙이 아닌 인간 엄정화, 그리고 나.

떨리는 목소리도 감사합니다.

<닥터 차정숙>이 한창 인기일 때 나도 그 인기에 보태는 아줌마 중 한 명이었다.

아줌마의 성장드라마, 권선징악이 뚜렷한 이런 류의 드라마가 좋아지면 정말 아줌마가 다 된 거라는데 이미 나는 아줌마 그 자체니까 부정할 수 없다.


따뜻한 휴먼 드라마, 아줌마의 성장, 총각과의 로맨스 다 좋다.

하지만 내가 더 마음이 갔던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엄정화라는 사람 그 자체.


나는 배우 엄정화 님이 대사를 뱉을 때마다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평소엔 잘 모르지만 톤이 조금 높아지거나 큰 소리를 내야 할 때는 살짝 갈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귀에도 들릴까? 내 귀에만 들리는 걸까?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노래방에 갔었다.

나도 그동안 언제 갔었나 떠올려보려 해도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에 가보고 처음이었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다가 엄마도 한 곡 부르라며 마이크를 건네주길래 옛 기억을 떠올리며 노래를 불렀다.


익숙한 가사와 멜로디.. 클라이맥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목소리가 턱 하니 막혔다.

분명 예전과 같이 노래를 불렀는데 고음에서 내 목소리를 누가 막고 있듯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갑상선 수술 1년이 막 지났다.

남들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수술 후기를 볼 때마다 나는 내 목소리로 말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생각했는데 노래방에서 노래를 불러 보니 알겠다.

'아, 예전과 같지 않구나.'


나는 10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노래방에서 목소리의 막힘을 느꼈지만 엄정화 님은 직업이 가수, 배우이다.

40살쯤에 갑상선암 수술을 하셨다고 하니 혼자서 얼마나 좌절했을까, 이겨내기 위해 얼마나 많이 연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고 크게 불편함은 없지만 가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으로, 옷 사이로 보이는 흉터에서 내가 환자였고 지금도 완치 판정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각인시켜 준다.


겉으로 티 나지 않는 병이고 완치도 쉽다고 하지만 '암'이라는 중압감과 그것이 주는 신체적, 심리적 스트레스는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내가 겪고 보니 그녀가 겪었을 외로움과 두려움이 그대로 와닿았다.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더 많은 사람에게 평가받는 직업으로써 외로웠을 시간들이 느껴져 마음이 쓰렸다.


닥터차정숙 공식영상


그럼에도 잘 이겨내고 멋지게 성공한 엄정화! <닥터 차정숙>처럼 자신만의 신념으로 이겨낸 그녀가 멋지다. 그리고 고맙다.

조금은 흔들리고 갈라지는 목소리라도, 지금처럼 자신 있게 당당하게 자주 방송에 나와서 건강하고 멋있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좀 더 당당하게, 멋있게 나이 들어가고 싶은 힘을 얻을 수 있으니까...


살아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에 감사합니다.
그래서 이 순간 이대로 행복하다고 믿습니다.
<닥터차정숙>










이전 10화 "엄마 좋아하는 커피 사 먹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