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대기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으니 성경 구절이 보였다.
종교는 없었지만 그 구절을 읽고, 옆 침대의 문구도 읽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교수님이 오셔서 다시 한번 체크하고 나를 안심시키셨고 곧 침대에 누운 채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서늘한 공기, 좁고 차가운 침대,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긴장감이 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마취과 교수님이 긴장을 풀어주려고 몇 마디 하며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흘렀다. 수술을 위해 손을 고정한 상태였었나... 교수님이 휴지로 눈물을 톡톡 닦아주셨다. 그 후로 기억이 없다.
눈을 뜨니 다시 그 대기실, 웅성거리며 오가는 직원들 사이로 주기적으로 들리는 기계음 소리에 심호흡을 했다. 마취를 하고 나면 몸속에 있는 마취가스를 빼내기 위해 심호흡을 해야 한다고 들어서 비몽사몽 하면서도 계속 호흡을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수술 잘 끝났고 지금처럼 호흡하고 있으라고 했다.
"저 갑상선 양쪽 다 절제했나요?" 겨우 물어보니 나중에 교수님이 말씀해 주실 거라고 하고 자리를 떴다.
원하는 답은 못 들었지만 '어, 나 목소리 나오네.' 다행이다. 살았다 잠깐의 안도가 밀려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수술 부위에 피 주머니도 달려있고 생각보다 수술부위가 커 보여서 양쪽 다 절제한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 우선 컨디션 회복이 우선이니까 손발이 저릴 때까지 호흡을 계속했던 것 같다.
그날 저녁, 회진 때 담당교수님이 오셔서 다행히 임파선에 보이던 혹은 양성이라 한쪽 갑상선만 절제했고 예상대로 퇴원할 수 있겠다 하셨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웃긴 건 한쪽만 제거해서 감사하다고 하고선 회복기간으로 접어들면서 상처부위가 몇 cm인지, 흉터가 남을지 계속 보고 있었다. 임파선 전이만 없게 해달라고 빌었던 며칠 전, 양쪽 모두 절제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이냐며, 목소리가 바로 나와서 감사하다고 한 건 기억에서 사라진 사람 같았다.
물 한 모금 삼키는 게 바윗돌 삼키는 것 마냥 아프더니 퇴원 날 쯤 되니 한결 수월해졌다. 커피 마셔도 된다는 말에 바로 로비로 내려가 아이스라떼 한잔을 사서 시원하게 마셨다.
감사한 일은 이렇게 빨리 잊어버리는 대신 잊고 지냈던 소소한 행복을 만끽했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