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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을 찾아 떠난 여행: 베네치아 유리의 섬 무라노

반백살 싱글언니 시간여행 (6)

깨진 마음 돌아보기에 좋은 유리의 섬 베네치아 무라노 

이 날은 베네치아 본섬에서 처음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베네치아 무라노 섬을 향했다. 무라노 섬은 유리공예로 유명한 베네치아의 또 다른 섬마을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유리공예작품들은 세계에서도 알아준다. 유리알처럼 알록달록한 섬마을 가보기 위해 수상버스 바포레트를 타고 떠났다. 베네치아에서는 도로 대신 수로가 있고 모든 대중교통이 수상버스나 수상택시로만 이동이 가능하다. 생전 처음 타보는 수상버스 그런데 여객선과 별로 다른 것은 없는 듯하다. 아마 육지에 있는 도로를 버스나 기차로 이용하는 것처럼 베네치아 섬 전체가 건물과 건물 사이에 도로가 아닌 수로가 있어 그래서 수상버스나 수상택시라고 부르는 것 같다. 


베네치아 수상버스 바포레트


무라노 섬을 가기 위해 베네치아 본섬 입구에 버스터미널에 있는 여객선 터미널 수상버스와 페리 정거장에서 바포레트를 타고 출발했다. 이렇게 나는 처음 수상버스를 타고 수로 사이에 있는 건물들을 보고 넓고 넓은 바다를 건너 무라노 섬에 도착했다. 그리고 수상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을 따라 총총 걸어갔다.



길과 길 사이에는 바닷물이 흘러 지나가고 있었고 길 위에는 Glass라고 적혀 있는 유리 공예 상점들이 보였다.

무라노 섬 수로와 유리 공예 상점

길에서 보는 알록달록한 유리공예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다지 예쁘지 않았다. 

무라노 섬 유리공예 상점에 진열된 공예품


그런데 깨진 유리로 이렇게 예쁜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을 보면서 나의 깨진 마음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내 마음도 유리처럼 깨져있는데 과연 이렇게 다듬어질 수 있을는지 걱정과 불안감도 들었다. 어떻게 하면 깨진 유리조각을 다듬어서 거친 면 하나도 없이 매끈하게 만들 수 있는지 나는 그 방법도 몰랐다. 걸으면서 힐링이 되어야 하는데 머리만 지끈지끈 더 복잡했다. 그러다가 어느 유리공예 상점 진열장을 보고 웃음이 나도 모르게 빵 터졌다.


무라노 섬의 어느 조그마한 유리공예 상점

걷다 보니 배도 고팠지만 꼭 시장에서 철판 위에 올려진 오징어가 어느 조그마한 상점 진열장에 올려져 있는데 그 오징어 눈이 꼭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 오징어 눈을 보면서 웃음도 나왔지만 지끈거리던 두통이 사라졌다. 역시 나에겐 예쁜 목걸이나 귀걸이보다 비록 먹지는 못하지만 먹는 음식이 맞는 것 같다. 이런 것을 보고 나의 엥겔지수는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것 같다.


길을 걷다 보니 길과 길을 연결해 주는 다리도 예뻐 보이고 건녀편 건물도 이제야 눈에 예쁘게 들어왔다. 

무라노 섬 길 건너에서 바라보는 무라노 풍경

배는 고팠지만 이 작은 섬마을 식당에서 밥은 먹지 못하고 걷다가 어느 조그만 공원에 벤치에 앉아 호텔에서 가져온 빵과 과일로 허기진 배를 때웠다. 

조용하고 조용한 공원. 그리고 벤치 위에서 편안하게 책과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

무라노 공원

공원 벤치에 앉아 보니 날이 따뜻해서인지 어느 고양이기 입으로 목욕하는 모습에 나는 또 웃는다.

무라노 섬 공원에서 입으로 목욕하는 고양이

이 날 이렇게 나는 나의 유리처럼 깨진 마음을 돌아보면서 아파도 했었고 다독이면서 다시 베네치아 본섬으로 돌아왔다.


1년 후 오늘 이날도 나의 마음은 완전 유리처럼 산산조각 깨졌다. 무료특강을 해달라고 해서 이때까지 하던 대로 리허설까지 하면서 준비했는데 반응도 차가웠지만 담당교수의 날카로운 지적에 나의 마음은 완전히 산산조각처럼 부서졌다.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도서관에 앉아서 교수가 원하는 대로 한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의 대한 이야기가 많다고 한다. 처음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본론적인 내용은 본 강의 때 해주고 첫 OT는 강사 소개, 그리고 왜 이것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필요성을 알려주라고 해서 기분은 나빴지만 수정하고 나의 대한 아픈 이야기를 털어놓았는데 왜 나한테 뭐라고 하는지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외부에서 사람들이 기대하고 많이 들어왔는데 주제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하고 본인 이야기만 한다고 뭐라 한다. 기가 막혔다. 그리고 아픈 정곡을 콕 찔렀다. 그 교수의 혹평이 틀리지 않았다. 어떤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그것에 대해서는 소개해주는 것이 맞는데. 난 그 교수의 요청을 잘못 이해하고 나도 하기 싫었던 나의 과거사만 알려준 꼴이었다. 교수의 혹평은 한 시간이 다되도록 전화로 이어진다. 점점 지쳐갔다. 나는 이 날도 꼭두새벽에 일어나 도서관에 가서 준비를 했는데 완전 수포로 들어간 것이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코칭이 있기에 그냥 알겠다고 끊었다. 나의 잘못도 있었지만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오늘 하루 기분 좋았던 일을 억지로 떠오르려고 했다. 


오늘 하루 나에게 기분 좋은 일은 무엇일까? 


그냥 수영장에서 매일 보는 얼굴들이었다. 모두들 힘들게 운동을 했지만 수영이 늘지는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보기만 해도 좋다. 수영을 끝내고 샤워백을 챙기는데 같이 수영하는 방앗간 하시는 어르신이 가래떡을 슬쩍 가방에 넣어 주신다. 아마 혼자 사는 내가 밥 챙겨 먹는 것을 귀찮아하고 그리고 수영장에서 매번 배고프다고 투덜투덜 대는 모습에 가래떡을 가져오셔서 주신 것이다. 감사하다고 얼른 냈다 받고 오늘 완전 엉망진창 된 줌 강의 전에 가래떡 세 개를 먹었다.  역시 나는 먹는 것에 위로를 받는 것 같다. 


힘들지만 언제나 나의 친구가 되어주는 수영반 사람들 그리고 나를 믿고 밤늦게까지 숙제하면서 제출하는 나의 왕초보쌤 프로젝트팀. 여기에서 나는 아픈 마음을 치료받는다. 그리고 나의 약점을 다시 보완하기 위해 메모를 남겼다. 


이 날 하루는 1년 전의 오늘처럼 나의 마음은 깨어졌지만 그래고 옆에서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어 나를 다독일 수 있다. 그리고 엥겔지수가 높기에 남은 가래떡 하나에 힐링에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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