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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나홀로 배낭여행

반백살 싱글언니 시간여행 (4)


그날도 오늘 새벽처럼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이 날은 드디어 독일 동생네에서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배낭 메고 나 혼자 여행을 시작하는 본격전인 첫날이다. 유럽 내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면 항공료를 절약할 수 있다. 나는 이미 베네치아로 떠나기 한 달 전에 한국에서 라이언에어 저가 항공권을 예약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 공항에서 베네치아 공항 왕복 한국 돈으로 3만 원도 안되게 저렴했다. 그 대신 일주일에 딱 두 번 운행을 하고 오후 1시 반에 출발하는 비행기였지만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프랑크프루트 한 공항에 가는 버스가 없어 꼭두새벽에 출발을 해야 했다. 공항 터미널 이름이 이름만 프랑크푸르트 한 공항이지, 프랑크푸르트에서 버스로 3시간 거리였다. 그게 단점이었다. 저렴하지만 불편한 것. 그래서 동생네가 사는 트램 터널에서 첫 트램을 타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까지 가서 다시 프랑크푸르트 한 공항에 가는 저가버스  Flibco를 탔다. 

11월이지만 독일 11월은 너무 추웠다. 그리고 새벽은 오늘 강풍이 몰아 창문을 두드리는 것보다 더 세고 칼바람처럼 매서웠다.

그러나 며칠 동안 동생네에서 정신없이 북적이다 오래간만에 자유를 얻은 것 같아 트램 터미널이 나쁘지는 않았다.


트램을 기다리는 터미널과 프랑크푸르트 한 공항행 저가 셔틀버스 Flibco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근처는 밤이나 낮이나 항상 사람이 많다. 그런데 새벽은 무서울 정도로 알코올 중독자, 마약 중독자 그리고 노숙자들이 많아서 겁이 없는 나지만 좀 무서웠다. 무거운 배낭과 기내용 캐리어 하나를 질질 끌고 버스에 올라 공항에 도착하길 기다리면서 잠이 들었다. 드디어 프랑크푸르트 한 공항에 도착했다. 말이 공항이지 안성 시외버스터미널보다 작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여기서 내가 편하게 앉아서 노트북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오전 9시에 도착했는데 베네치아행 비행기는 오후 1시 반에 출발한다. 아침이지만 춥기도 무지 추워 한국에서 미리 사둔 핫팩 방석으로 차가운 몸을 녹이면서 공항 안에 있는 의자여서 아기 엄마가 싸 준 과일과 빵을 먹었다.

저가항공이 운행되는 프랑크푸르트 한 공항과 베네치아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면서 커다란 핫팩을 몸을 데우는 나와 나의 짐들

이미 나는 이 날 공항에서 할 일이 있었다. 나름 몸은 여행을 하고 있지만 시간 관리를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노트북과 태블릿 모든 것을 챙겨 배낭과 캐리어에 넣고 왔다. 이 날도 웹 3.0을 줌으로 공부해야 하는 첫날이었다. 노트북을 켜서 줌을 연결시켰지만 왠 일? 인터넷 신호가 너무 약했다. 맞다. 여긴 독일이다. 모든 것이 느린 독일. 나의 닉네임 Langsam처럼 그 말처럼 느린 독일. 인터넷이 느려도 독일 사람들은 불편함을 모른다. 나만 속 터지지. 인터넷 연결이 잘 안 되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책을 가져온 것도 없고, 책도 밀리언서재를 보려면 인터넷이 연결되어야 하는데, 로밍을 연결했다 하더라도 워낙 인터넷 기반이 약하니. 그냥 포기했다. 눈만 멀뚱멀뚱. 그리고 베니스행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이탈리아는 사람들 성향이 급하니 인터넷도 한국처럼 빠를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면서 나를 위로했다. 과연 그럴까?


드디어 저가항공 라이언에어를 타고 베네치아로 출발했다. 저가항공이지만 불편함은 없었고 창밖에서 보는 하늘이 예뻤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답답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어서 살 것 같았다. 독일에서는 일상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지만 약국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벗으면 이때 벌금 50유로를 내야만 했다. 그런데 이탈리아 대중교통은 그렇지 않다. 마스크에서 해방되고 진짜 자유였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베네치아 공항의 노을도 눈이 시리게 예뼜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 예쁜 풍경을 똥손으로 핸드폰에 담을 수 없다는 점이다. 

저가항공 라이언에어 창밖으로 본 독일 풍경과 이탈리아 베네치아 트레비소 공항 저녁 노을

베네치아 공항에서 베네치아 시내로 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드디어 수상의 도시 베네치아에 도착했어. 베네치아 시내 전체가 물의 도시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호텔까지 움직일 수 없다. 그냥 걷거나 수상택시를 이용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나는 그냥 배낭과 캐리어를 끌고 호텔까지 걸었다. 독일과 달리 이탈리아는 남쪽이어서인지 따뜻했다. 처음 와보는 이탈리아. 역시 그림이었다. 걸어가는 길이 돌길이었지만 힘들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오래간만에 자유를 얻고 또 새로운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

예쁜 밤하늘과 예쁜 물의 풍경. 그림처럼 내 마음도 따뜻해지고 오래간만에 포근했다. 


좁은 골목길을 걷도 걸어서 드디어 호텔에 도착했다. 부킹닷컴을 통해 예약했는데 방은 작았지만 있을 것 다 있었다. 조그마한 창 밖으로 보는 베네치아 풍경도 예뻤다. 


호텔 창 밖 풍경: 별도 휴대폰에 담을 수 있는 베네치아


평소처럼 욕실부터 살펴보았다. 그런데 그때까지 보지 못한 이상한 것이 있었다. 

'이게 뭐지? 어디에 쓰는 걸까?' 그런데 가는 곳곳 이런 것이 있었다. 뭘까?


이탈리아 화장실에 이상한 것?


호텔 예약 했을 때 어떤 부대 서비스가 있는지 찾아봤더니 비데가 들어있었다. 그럼 이것은 세면대도 아니고 그냥 비데였다. 그런데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아직까지 의문이다. 너무 불편하지 않을까? 이것도 이탈리아가 좋아하는 대리석 비데... 그냥 화장실 볼일 보고 샤워를 하는 것이 낫지 그것도 찬물로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 안 되었지만 신기했다.


칼바람이 부는 독일에서 꼭두새벽에 고생을 했지만 예쁜 베네치아에 도착해서 예쁜 그림을 보고 나니 내 마음도 편안해지고 새로운 희망이 보였다.


그리고 1년 후 오늘 새벽 칼바람이 무섭게 흔들렸다. 강풍주의보라고 한다. 새벽 5시에 특강이 있어서 강의준비를 하려고 새벽 4시 전에 일어났다. 평소대로 내가 관리하는 오픈카톡방에 들어가서 이들이 숙제를 어떻게 했는지 보려고 했다. 내가 이들에게 준 숙제는 첫 특강을 이번주에 만들어서 강의안을 제출하라고 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 뭐지? 톡에 숙제와 공부한 기록이 줄줄... 감동이었다.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 순서대로 이렇게 준비하다니. 방법을 알려준 나보다 더 열심히 새벽까지 잠도 안 자고.. 따뜻한 감동의 물결이 내 가슴에 훅 들어왔다. 그리고 새벽 5시 나는 내가 준비한 특강을 줌으로 진행했다. 꼭두새벽에 들어와 참여해 주시고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하는 후기를 보면 나는 또 다른 감동을 받고 작년 이 날 느꼈던 따뜻한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나에게 따뜻하고 새로운 희망을 주는 천사들. 그리고 나는 다시 이들에게 희망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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