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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피렌체!

반백살 싱글언니 시간여행 (10)

왜 피렌체라고 하는지 이제야 알 듯


피렌체 도착한 날 피렌체에 대한 첫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아 그다음 날이었던  1년 전 오늘 피렌체를 제대로 보기 위해 숙소에서 피렌체 중심지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이 날은 한국에서 출발한 지 딱 10일째 되는 날이어 몸은 약간 피곤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왜 사람들이 피렌체를 꼭 봐야 한다고 하는지 궁금해서 피곤했지만 피렌체를 구석구석 보기 위해 걷고 걸었다. 이 날만 19.35 km, 2만 5천 보 이상을 걸었으니 운동도 하면서 여행 두 가지를 했으니 일거양득이다.


피렌체는 이미 우리에게 플로렌스라고 알려진 이탈리아 도시이다. 숙소에서 나와 걷고 또 걸어가니 두오모 광장에 있는 화려한 대리석의 피렌체 대성당이 눈앞에서 나의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피렌체 두오모 광장에 있는 피렌체 대성당

이때까지 내가 보았던 성당과는 달랐다. 보통 성당이라면 검소함과 엄숙함이 풍겨져 나오는데 피렌체에 있는 이 두오모 대성당은 가톨릭의 엄숙함보다 오히려 화려함을 뽐내는 듯했다. 두오모 광장은 역시 관광지여서 사람들이 북적이긴 했지만 이 예술품 같은 성당을 보면서 복잡하고 북적이는 것 싫어하는 나였지만 피렌체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전 날 피렌체의 첫인상에 대한 실망감이 사라졌다. 화려환 모습의 건물 뒤에 아기자기한 골목들도 맘에 들었다.

피렌체 대성당과 주변 골목실

피렌체는 재미있는 도시이다. 화려함이 있기도 하고 골목길처럼 아기자기한 귀여운 모습도 있다. 이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 보니 피렌체에서 유명한 베키오 다리가 점점 보이는데 베키오 다리는 멀리서 보면 그냥 유럽 중세도시에 있는 예쁜 다리 중에 하나다. 이 날도 베키오 다리 건너편에서 보니 그냥 아기자기 귀엽기만 했다.

피렌체 베키오 다리

베키오 다리를 가보기 위해 강변을 따라 걸었는데 베키오 다리 근처에 가면 갈수록 신세계가 펼쳐졌다. 이 것은 다리가 아니었다. 다리 위에 또 다른 세상. 또 다른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베키오 다리 위에 집들이?

이게 뭐지?

그런데 집들이 아니라 그 다리 위에 보석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여행객들을 홀리고 있었다.

베키오 다리 위에 보석상점

아기자기한 다리 위에 화려한 보석. 피렌체는 재미있는 도시였다. 화려한 것과 어울리지 않는 나여서 그냥 여기는 스치듯이 지나가고 오히려 강가에서 바라보는 이 베키오 다리면 열심히 사진을 핸드폰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나는 엥겔지수가 높아서인지 베키오 다리의 화려한 보석보다 피렌체 중앙시장에 있는 먹거리 시장이 더 좋았다. 나의 배고픔을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피렌체 중앙시장

피렌체 중앙시장에의 북적이는 사람들과 풍성한 먹거리 진짜 나에게 딱이었다. 저렴한 가격, 싱싱한 재료, 여행객의 입을 호강시키기에 딱인 장소였다.  여기는 시장이 아니라 대형 식당이다.

피렌체 중앙시장 먹거리 푸드점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여행객

배고픈 나의 허기짐을 달래준 고마운 시장. 피렌체에 대한 실망감은 여기에서 완전히 해소되었다. 배가 풍족해지니 나의 마음도 포근해진 것 같아 배는 불렀지만 발걸음 가벼웠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두오모 광장 근처 구석구석 돌아보면서 여유로운 여행객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피렌체 구시자를 걷고 걸으니 역시 예술 조각품을 박물관이 아닌 길거리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 묘미가 있다. 그런데 어느 교회 앞에서 나는 다시 나의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이 사람 이건 또 뭐지?


사람이 아니었다. 커다란 교회 벽을 밀고 있는 힘들어하는 사람.


사람인 듯 동상인 듯 피렌체 조각상


교회벽을 밀고 있는 이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향해 점점 더 가까이 걸어갔다.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이 아닌 벌거벗은 조각상이었다.

피렌체에서 만난 산로렌초 성당의 조각상

이 벌거벗은 조각상을 보는데 배불렀던 나의 포만감에서 다시 내 감정이 뭉클해졌다. 벌거벗은 몸으로 장벽 같은 벽을 밀어내려 애쓰는 모습. 꼭 나의 모습 같았다. 퇴사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여 여기저기 벽을 밀어내고 옷 벗은 것처럼 초라해서 누구에 보이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 꼭 나의 모습이 이 조각상과 같았다. 그냥 울컥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벽을 밀어낼 수 있을까?


겁도 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나에게 답을 가르쳐 주지는 않았다. 이러한 질문을 나에게 던지면서 화려한 피렌체 쇼핑의 거리를 걸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거리에 있는 화려함은 오히려 나의 머리만 복잡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다 길거리에서 어니 인디언 추장 같은 연주가가 연주하는 것을 듣고 빵 터졌다. 

피렌체 길거리 연주

이 인디언의 연주에 지나가던 강아지들이 춤을 추고 반응을 한다. 그냥 웃겼다.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을 한 방에 날려준 것이다. 이 공연이 너무 웃겨서 인스타 릴스에 올리니 갑자기 조회수가 1만, 2만이 넘어가더니 5만, 7만이 넘어갔다. 

아마 퇴사로 앞날이 걱정되었단 나에게 이 공연이 나에게 위로를 준 것처럼 이 영상이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또 위로를 선물해서 조회수가 높은듯하다.


그 후 1년 후 오늘 나는 화려한 도시 피렌체 대신에 이날도 밀렸던 일을 정리하고 다음날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평소처럼 도서관 가기 전 근처 공원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 

안성맞춤랜드 가로수길

원래 나의 2023년도 버스킷 중에 하나가 이 공원 가로수길을 자전거로 달려보는 것이다. 난 아직 자전거를 못 탄다. 이 길을 나는 자전거 대신 두 발도 매일 걷는다. 걷고 걸으면서 1년 전에 내가 고민하던 것을 다시 고민하면서 이 길을 걷는다. 답을 찾고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이제는 방구석이 아닌 도서관으로 간다. 


1년 전에는 막막했지만 지금 다른 것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내 눈앞에 '정답'이라고 보이지는 않지만 도서관 책상 창문 너머 보이는 예쁜 일몰처럼 나에게도 예쁜 뭔가가 떠오르면서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안성 보개도서관 창너머 일몰과 나의 예쁜 감동 후기

그 예쁜 뭔가는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그런 것이다. 이렇게 나는 지금 다시 나의 인생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이 다시 설레어진다. 진짜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이전 09화 기대했던 피렌체, 역시 난 작은 시골이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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