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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피렌체, 역시 난 작은 시골이 더 좋아.

반백살 싱글언니 시간여행 (9)

기대했던 피렌체, 역시 나에겐 작은 시골이 더 좋아.

피렌체 왜 좋아하지?


1년 전 오늘, 이 날은 내가 2박 3일 동안 머물렀던 베로나에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탈리아 대도시 피렌체로 가는 날이다. 퇴사 후 나는 도망치듯이 여행을 떠났기에 내가 이탈리아에 대한 특별한 공부를 하고 온 것은 아니어서 그 도시에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른다. 베네치아, 베로나, 피렌체, 친퀘테레 등 이 도시에 대한 여행루트는 동생이 정해 준 것이기에 그냥 난 여기 루트에 맞게 부킹닷컴에서 호텔만 예약했을 뿐 아무런 공부도 하지 않고 여행을 온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 피렌체는 꼭 둘러봐야 된다고 해서 나도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피렌체로 배낭을 메고 여행을 왔다. 


피렌체! 역시 대도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조그마한 도시 베로나에 있다 피렌체로 오니 시끄럽고 정신도 없었다. 피렌체 기차역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요즘은 한국도 승차권 조회를 하지 않는데 피렌체 기차역에서 내린 사람들에게도 승차권을 조회한다. 그것도 내리자마자 입구에 꼭 공항에서 입국심사하는 것처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승차권을 보여주었다. 어떤 승차를 위한 검표인지 모르지만 앞서서 걸어가고 있는 사람 따라 보여주었다.

피렌체 중앙역 검표 게이트

이렇게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승차권 검표를 하고 미리 예약해 두었던 호텔을 가기 위해 트램을 타고 이동을 했다. 트램 안도 역시 사람들이 바글바글. 역시 대도시 기운을 피렌체 대중교통에서 맛보았다. 트램 안은 여행객도 많았다. 궁금했다. 이들은 숙소를 어디에 정했는지.


피렌체 숙소를 가기 위해 이용한 트램

내가 예약한 호텔숙소는 피렌체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다. 트램으로 10분 정도. 보통은 걸어 다니지만 무거운 배낭과 캐리어를 끌고 1시간 정도 걸어가기에는 무리다. 호텔 근처 트램 정류장에 내려 구글지도를 보았더니 걸어서 10분이다. 정거장 근처라고 해서 예약했는데 아니었다. 나는 투덜투덜 되며 호텔까지 무거운 배낭을 메고 캐리어를 질질 끌고 걸어갔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그런 호텔들은 안보였다. 내가 묵었던 이탈리아 호텔 중 1박 요금이 제일 비싼 곳이어 기대를 했는데 내가 생각한 깨끗하고 아담한 호텔은 보이지 않았다. 

도로 블록이 끝날 때까지 허름한 상점들만 가득. 길 끝 모퉁이에 호텔이라고 쓰인 조그마한 간판이 보였다. 이것은 호텔이 아니라 내가 사는 곳 안성 시내에 있는 여관과 같았다. 기가 막혔다. 호텔 로비에서 키를 받았는데 키도 카드키가 아니라 그냥 열쇠. 그리고 호텔방에 올라가려는데 엘리베이터도 고장. 다시 호텔 직원을 부르려니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무거운 배낭과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올랐다. 다행히 2층이었다. 들어가 보니 글쎄 방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역시 이 방도 내가 비싸서 기대가 컸던 것 같았다. 기대가 크면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실망이라는 선물이다.


삐그덕 거리는 침대, 창문을 활짝 열면 앞집 창문에 빨래가 정통으로 보이는 창문 기가 막혔지만 어쩔 수 없었다. 피렌체가 대도시여서 호텔비도 비싼듯했다. 여기서 나는 3일을 있어야 했다. 피렌체에 도대체 뭐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일단 저녁에 도착한 나는 일단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다행히 근처에 내가 독일에서 공부했을 때 많이 보았던 가성비 좋은 마트 LIDL이 보였다. 역시 LIDL은 가성비 갑인 마트다. 이탈리아에서도 이런 마트를 만날 수 있는 것은 행운이었다.

 

이탈리아에 있는 저가 마트 LIDL

호텔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없어 나는 LIDL 마트에서 사 온 빵과 과일로 이 날 허기진 나의 배를 채웠다. 이렇게 도착한 나는 피레체의 첫인상은 그냥 시끄럽고 비싼 동네였다. 역시 나는 도시녀가 아닌 듯하다. 대도시보다 지금의 시골 이 동네가 더 좋다.


1년 후 오늘 나는 피렌체 같은 대도시의 북적북적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여행을 하는 대신 토요일이지만 집 근처 공원 한 바퀴를 돌고 밀린 일을 정리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여행을 왔다. 모든 것이 집 주변이디. 공원에 가도 사람이 없고 공기는 차가웠지만 복잡한 나의 머리를 정리를 해준다. 그리고 길과 나무 모든 것이 나를 반겨준다.

집 근처 공원 안성맞춤랜드에서 도서관으로 가는 길목에 나만의 아침여행

1년 전 오늘 아주 비싼 피렌체 호텔 대신에 나는 도서관에서 여행을 한다. 안성에서 제일 오래된 보개도서관. 내가 자주 이용한 3층은 만화방도 있고 다락방도 있다. 그냥 여기서 책을 보면서 쉴 수 있게 북카페도 있고 다락방도 있다. 진짜 아기자기하다.

아침 여행지 보개도서관 3층 책다락방

여기는 피렌체 호텔처럼 돈을 내지 않는다. 앉아서 편하게 차나 커피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조그마한 부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컵라면도 끓여 먹는다. 도서관이 아니라 진짜 카페? 돈을 내지 않는 카페이다.

안성보개도서관 3층 책다락방에 마련된 이용자를 위한 부엌

왜 진작 나는 이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는지 후회를 많이 했다. 모든 것이 다 여기에 있는데. 그러나 후회해 봤자 시간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이 노래가사처럼 그냥 내버려 두고 나는 나의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고 또 겨울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해 도서실에서 와서 밀린 일과 강의를 준비한다. 

보개도서관 테이블 바에 앉아 공부하는 나


내 노트북 배경화면은 작년 여행 때 방문했던 나의 제2의 고향 하이델베르크다. 비록 나의 몸은 지금 여행은 하고 있지 않지만 나는 이렇게 시골 도서관에서 나의 인생을 여행하고 있다. 오늘도 그 인생 여행 루트를 계획하고 정리하고 있다. 목적지는 어디 인지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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